음식과 건강, 이것이 궁금하다
우량아 선발대회는 소아비만 경진대회였다
이미숙 :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E-mail : doctor@dietnote.co.kr
한국인들이 더 뚱뚱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는 2013년 약 32%의 한국인이 비만이라고 밝혔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사장님 배’는 더는 자랑거리가 아니며, 단지 건강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폭탄이자 자기관리 실패의 상징 쯤으로 전락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량아 선발 대회라는 아주 우스꽝스런 대회를 했었는데, 이제는 소아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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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우량아 선발대회. 당시 대회는 건강한 아이를 선발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비만이 각종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이미 잘 알려졌다. 비만인 사람은 당뇨나 고혈압 위험이 크고 암 발생률도 높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비만 자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른다.
세계 각국에서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비만을 사회적인 해결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양한 비만퇴치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비만 인구는 감소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체중감량이 쉽지 않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에게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본능적인 대사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원시인류에게 이는 생명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에너지 저장 본능은 거추장스럽다.
그렇다고 인간 DNA를 갑자기 바꿀 수도 없는 일. 이 시점에서 우리의 유일하고 현명한 선택은 저장할 에너지를 애초에 공급하지 않는 것뿐이다. 즉, 살이 찐 다음에 빼는 것보다 미리미리 끊임없이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확실한 대책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2012년 서울시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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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2012년 서울시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살이 찌는 이유는 딱 하나다. 섭취에너지가 소비에너지보다 많기 때문이다. 대사 이상으로 비만이 되는 병적인 경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많이 먹어서 찐다.
물만 먹어도 찐다거나 먹지도 않았는데 살이 찐다는 것은 예금도 안 했는데 통장 잔고가 팍팍 증가했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그러니 살을 빼거나 또는 살이 찌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딱 하나, 섭취에너지를 줄이고 소비에너지를 늘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사회에서 먹는 것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소비를 하면서도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돈을 절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유도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소비자는 번번이 당한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서는 대형포장이나 묶음판매 통해 많은 양의 물건을 사도록 유도한다. 바로 ‘1+1’ 마케팅이 과식을 부추긴다. 많이 구입해서 쌓아두면 결국 많이 먹고, 덤으로 붙어온 물건은 고스란히 내 뱃살로 붙게 된다.
필요한 것보다 큰 포장의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다. 영화관 스낵코너에서는 단돈 500원만 더하면 중간사이즈 팝콘을 빅 사이즈 팝콘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트메뉴를 만들어 소비자의 지갑을 연다.
뷔페나 무한 리필을 내세우는 식당 역시 과식을 부추긴다. 이런 식당에서는 같은 돈 내고 덜 먹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슬그머니 허리띠를 푼다. 그러나 당장 본전 생각에 배 터지게 먹는 것보다, 나중에 그 살 빼겠다고 쓰는 돈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때로는 과감하게 no 할 수 있는 이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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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의 한 채식 뷔페식당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다.
이곳에선 모든 음식을 채소만 사용한다./이재준 기자
적정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무조건 먹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먹는 양을 조절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푸짐함’을 즐긴다. 맛집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언제나 푸짐함을 강조하고, 양 볼이 미어져라 음식을 입에 밀어넣는 출연자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배고팠던 시절의 잔재인 푸짐함의 미덕이 국민소득 3만달러가 코앞인 지금도 남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획기적인 다이어트법은 없다.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뺄 수 있다는 다이어트 식품 광고는 달콤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처진 뱃살 내려다보며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관리하자. 세상만사 모두가 그러하듯 비만도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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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E-mail : doctor@dietnote.co.kr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서울의대 암연구소, 서울의대 병리학교실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내고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1999년부터 온라인 영양상담실 '건강한 식탁'을 통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식생활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TV, 라디오, 잡지, 서적출판 및 강연 등 각종 매체와 경로를 통한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방송 활동으로는 KBS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SBS ‘백세건강 스페셜’, MBS ‘기분 좋은 날’ 등의 정보 프로그램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방송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식의 배신', '하루 1200칼로리 다이어트', '내 몸을 살리는 먹거리 상식' 등이 있으며, ‘노화를 막는 최고의 밥상’, ‘순한 자연이유식&유아식’, ‘1주일에 하루만 하는 다이어트’ 등 다수의 책을 감수하였고, 다양한 매체의 건강 및 식생활 칼럼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