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부전(假痴不癲)
어리석은 척하되 실제로는 실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때 사용하는 계책이다.
假 : 거짓 가(亻/9)
痴 : 어리석을 치(疒/8)
不 : 아닐 부(一/3)
癲 : 미칠 전(疒/19)
출전 : 삼십육계(三十六計) 병전계(並戰計) 가치부전(假痴不癲)
어리석은 척하되 실제로는 실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때 사용하는 계책이다. 겉으로 무지한 척 가장하되 속으로는 치밀한 계산을 하라는 말로, 어리석은 척 행동하여 상대방의 방심을 유도하는 계책이다.
삼십육계(三十六計) 병전계(並戰計) 가치부전(假痴不癲)계는 이렇게 말한다.
삼십육계(三十六計)의 27계인 가치부전(假痴不癲)은 어리석은 척하지만 미친 척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때 사용하는 계책이다. 이때 짐짓 모르는 척하며 행동에 나서지 않을지언정 아는 체하거나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속셈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레 위의 구름이 아직 비로 변하지 않았다’는 뜻을 지닌 〈준괘(屯卦)〉의 운뢰준(雲雷屯) 괘사와 취지를 같이한다.
第廿七計‧假痴不癲
寧偽作不知不為,不偽作假知妄為。靜不露機,雲雷屯也。
삼국시대 당시 가치부전을 행한 대표적인 인물이 위나라 권신 사마의(司馬懿)다.
239년, 위(魏)나라 명제(明帝) 조예(曹叡)는 병이 위급해지자 사마의(司馬懿)와 조상(曹爽)에게 여덟 살밖에 안 된 아들 조방(曹芳, 폐제(廢帝))을 부탁하였다. 조상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여 처음에는 사마의를 어른으로 대접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그의 주변에 정밀(丁謐), 하안(何晏), 이승(李勝), 필궤(畢軌) 등과 같은 명사들이 모여들고 그의 동생들이 조정의 핵심 위치에 서게 되자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조방에게 사마의를 태부(太傅)에 임명하도록 건의하였다. 태부란 세자의 스승이니 표면적으로는 사마의를 존대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의 병권을 박탈한 것이다. 그 후 조상은 사마의를 더욱 배척하려고 들었다.
사마의는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아가지 않고, 그의 두 아들 사마사(司馬師)와 사마소(司馬昭)도 관직을 사퇴하고 물러나도록 했다. 이들 부자는 집에서 쉬면서 정변을 일으킬 구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들 사마사에게 명하여 비밀리에 망명자 3천 명을 낙양성(洛陽城) 근처에 모아 놓고 필요할 때 즉시 소집될 수 있도록 하였다. 248년 겨울, 조상은 이승을 형주자사(荊州刺史)로 파견하면서, 사마의의 집에 가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하고 동정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사마의는 이승이 왔다는 말을 듣자 즉시 머리를 풀어 헤치고 이불을 덮은 채 누워 버렸다. 그리고 목이 마르다는 시늉을 하면서 일부러 옷깃에 죽을 흘렸다.
그러고는 이승에게 헛소리를 해 댔다. “자네가 병주(幷州)로 발령이 났다며? 병주는 오랑캐 땅과 가까우니 잘 수비하게. 나는 목숨이 다한 것 같아 아마 다시 보기 어려울 걸세. 조상장군에게 앞으로 내 아들 좀 잘 돌봐 달라고 전해 주게.” “병주가 아니라 형주입니다.” “글쎄, 병주에 가거든······.” “형주라니까요.” “늙으니까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자네가 뭐라고 하는지 잘 못 알아듣겠네.”
이승은 돌아가 사마의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조상에게 보고했다. 조상은 사마의를 더 이상 경계하지 않게 되었다.
249년 정월, 조상은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조방을 수행하여 낙양성 남쪽 교외에 있는 명제(조예)의 무덤인 고평릉(高平陵)을 참배하였다.
사마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정변을 일으켜 조상과 그 일당들을 반역죄로 몰아 모조리 죽이고, 다시 조정의 대권을 장악하여 승상의 자리에 올랐다.
▶️ 假(거짓 가, 멀 하, 이를 격)는 ❶형성문자로 仮(가)의 본자(本字), 徦(가)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叚(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叚(가; 언덕에 발판을 내어 손으로 잡고 한칸씩 오르는 모양)는 이 글자가 붙는 글의 뜻으로 오르다, 타다, 먼 곳에 가다라는 뜻이 있다. 또 손을 빌리는 데서 임시의 거짓의 뜻이 있다. 후에 사람인변(亻=人; 사람)部를 붙여 사람이 ~하다란 뜻을 나타내었으나, 곧 가의 뜻을 그대로 나타내어 썼다. ❷회의문자로 假자는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假자는 人(사람 인)자와 叚(빌 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叚자의 금문을 보면 구석에서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물건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人자가 더해지면서 '물건을 빌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만들어졌다. 假자는 본래 물건을 빌려준다는 의미에서 '빌려주다'나 '임시'를 뜻했지만, 후에 진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확대되어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假(가, 하, 격)는 (1)일부 한자어(漢字語)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일시적(一時的)인, 시험적(試驗的)인, 임시적(臨時的)인, 잠정적인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참(眞正) 것이 아닌 가짜, 거짓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거짓 ②가짜 ③임시(臨時) ④일시 ⑤가령(假令) ⑥이를테면 ⑦틈, 틈새 ⑧빌리다 ⑨빌려 주다 ⑩용서하다 ⑪너그럽다 ⑫아름답다 ⑬크다, 그리고 ⓐ멀다(하) 그리고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오다(격)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수량을 대강 어림쳐서 나타내는 말을 가량(假量),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인정함을 가정(假定), 속마음과 달리 언행을 거짓으로 꾸밈을 가식(假飾), 객관적 실재성이 없는 주관적 환상을 가상(假象), 어떤 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설정된 명제를 가설(假說), 임시로 또는 거짓으로 일컬음을 가칭(假稱), 임시로 지어 부르는 이름을 가명(假名), 임시로 설치함을 가설(假設), 어떠한 일을 가정하고 말할 때 쓰는 말을 가령(假令), 임시로 빌리는 것을 가차(假借), 거짓으로 꾸며 분장함을 가분(假扮),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을 가상(假想),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가도멸괵(假道滅虢),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이르는 말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몇 년이라도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일을 일컫는 말을 가아연수(假我年數), 여우가 범의 위세를 빌어 다른 짐승들을 위협한 우화로 신하가 군주의 권세에 힘입어 다른 신하를 공갈하거나 약자가 강자의 세력에 힘입어 백성을 협박함을 비유하는 말을 가호위호(假虎威狐),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이르는 말을 호가호위(狐假虎威), 장난삼아 한 것이 진정으로 한 것같이 됨을 이르는 말을 농가성진(弄假成眞), 하늘이 목숨을 빌려 주어 장생시키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가지년(天假之年), 적은 반드시 전멸시켜야지 용서해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적불가가(敵不可假), 재물이나 병력이나 위력 등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어진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처럼 본심을 가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력가인(以力假仁),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말을 이가난진(以假亂眞) 등에 쓰인다.
▶️ 痴(어리석을 치)는 형성문자로 癡(치)는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知(지, 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痴(치)는 치(癡). 삼독(三毒)의 하나. 너무 미련하고 우둔(愚鈍)해서 미친 듯한 짓을 하는 일의 뜻으로 ①어리석다 ②어리다 ③미련하다 ④미치다(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⑤열중(熱中)하다 ⑥술병(술을 많이 마셔서 생긴 병) ⑦미치광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잃어버린 상태를 치매(痴呆), 부엉이를 이르는 말을 치조(痴鳥), 색정에 빠져서 이성을 잃어 버림을 정치(情痴), 뇌수의 장애나 질병 따위로 정신 작용의 발달이 저지되어 연령에 비하여 지능 단계가 낮은 사람을 백치(白痴), 미친 사람과 바보를 이르는 말을 광치(狂痴), 선천적으로 정신 작용이 완전하지 못하여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천치(天痴), 히스테리 등의 경우에 나타나는 것으로 주위에 대하여 지나치게 무관심하여 언뜻 보기에 치매처럼 보이는 상태를 위치매(僞痴呆), 준마는 항상 어리석은 자를 태우고 다닌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불공평함을 비유하는 말을 준마매태치한주(駿馬每馱痴漢走)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癲(미칠 전)은 형성문자로 瘨(전)과 동자(同字), 癫(전)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顚(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癲(전)은 ①미치다(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②광증(狂症) ③지랄병(간질을 속되게 이르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미칠 광(狂)이다. 용례로는 경련이나 의식 장애 등의 발작을 계속 되풀이하는 질환을 전간(癲癎), 땀이 많은 사람의 몸에 사상균의 기생으로 생기는 피부병을 전풍(癲風), 정신 이상으로 실없이 잘 웃는 병을 전광(癲狂), 지랄병을 이르는 말을 전질(癲疾), 말리지 않은 쇠가죽을 파는 가게를 창전(昌癲), 실성하여 미침을 광전(狂癲), 미친 사람을 수용하는 정신 병원을 전광병원(癲狂病院), 어리석은 척하되 실제로는 실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면을 전환시킬 때 사용하는 계책을 이르는 말을 가치부전(假痴不癲)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