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동구 현대건설기계 대강당에서 기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8월 업무보고회를 가졌다고 한다. 울산시장이 대기업 강당에서 다음 달에 시행될 제반 울산시 행정업무에 대해 질문하고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다른 광역지자체에선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모습이다. 울산시는 이런 파격 행보를 친기업 정책 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해결하는 모습을 상대방에게 깊이 각인시켜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투자하는 것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울산시는 이런 파격 행보로 이미 대기업 투자유치에 톡톡히 재미를 봤다. 지난해 5월 현대차가 2조원 규모의 전기차 울산공장 신설을 발표하자 곧장 공무원을 현장에 파견해 인허가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그 결과 통상 3년이 소요되는 인허가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했다. 이렇게 한번 행정지원을 받으면 현대차는 다른 곳에 투자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후 울산에 새로 1조원을 투입, 차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市-기업 합동 업무보고회에서 현대건설기계 측이 동구 고늘지구 자율운항선박 실증센터 진입도로 개설을 건의하자 즉석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행정적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쯤 되면 현대건설기계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도 울산시에 눈치 보인다. 김두겸 시장이 굳이 현대건설기계라는 기업체에서 업무보고회를 가진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파격 행보는 지역 중소기업들에도 이어져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어렵고 고독하다. 원래 어려운 사람은 사소한 것에도 서러운 법이다. 파격 행보가 잘못하면 대기업 위주 친기업 정책 강화로 비칠 수도 있다. 종업원 3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인허가 신청을 냈을 때도 공무원들이 현대차의 경우처럼 민첩하게 움직일지 의문이다. 친기업 정책 확대에는 당연히 중소기업도 포함돼야 한다. 울산에서 인허가 얻기가 어렵고 산업 용지 확보가 불가능해 인근 경주시 외동공단으로 넘어간 울산 중소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