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려서부터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남성다운 고함이었지 결코 고음이 아니었었다. 중학교 땐가 야구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야구게임을 즐기곤 하였다. 하루는 몸도 안 좋고 해서 캐처 뒤에서 주심을 하기로 하고 서 있었는데,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큰 소리로 판정해야 했기에 공이 캐처미트에 들어오는 데로 고성을 질렀다.
한참 판정을 하다 보니, 친구들이 ‘네 목소리가 여자처럼 절규한다.’고 하기에 조금 적게 소리를 지르니, 남성의 목소리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때 캐처 뒤에서 심판을 보다가 타자의 배트에 맞은 볼이 내 그럭저럭 생긴 얼굴을 강타했기에 코피를 엄청 쏟은 기억이 있다. 아마 그때 이후로 내 얼굴은 약간 찌그러졌다고 나는 지금까지 믿고 있다.
그 후, 고등학교 때도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이 참아 달라고 말렸으며, 대학교 때도 가끔 나오는 여성음 때문에 친구들이 노래를 말리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음악동아리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어느 날 내 노래를 듣던 학생들이 ‘선생님은 목소리만 좋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기에, 그런 학생들에게 나는 호통을 치곤했는데, 그것은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내 리듬감각을 들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다가 누가 나보고 녹음실에 가서 노래 녹음을 해보라고 해서, 올 9월 하순쯤 녹음실을 찾아가서 노래녹음을 해 보았다. 물론 노래녹음은 그전에도 한두 차례 한 기억은 있다.
아무튼 최근의 녹음실에서 부른 노래가 아래의 ‘아씨’이다. ‘아씨’는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의 노래이기에 가사가 처절하도록 아름다워 보인다. 어느 애청자는 '이 노래가 울려퍼지는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존재하며 다음 순간에는 모든 것이 소멸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곡은 TV드라마 '아씨'(1970)의 주제곡이었는데, 내용을 보면 어려서 시집온 새색시가 시집살이 고생을 아주 많이 하는 삶을 그린 것이다. 그 내용을 염두에 두고 이 곡을 들으면 서러움과 슬픔이 교차되어 한이 맺힌 여인의 절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의 부분을 보면, 죽음 이후에 돌아가는 세계에 드리워진 노을이 아름답게 비침을 암시하고 있다. 물론 서러운 노을이라는 표현을 써서 겉으로는 불행한 듯 보이나, 원래 석양은 져야 제 맛인 법이다. 그 제 맛에 붉어진 석양을 우리는 '서럽다'고 표현함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인데, 이리보면 우리는 이 가사 부분에서 인생을 정리하며 희열을 느끼는 여성상을 읽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곡은 작사가인 고 임희재 선생의 문학비에 새겨질 만큼(2005,3,30) 대단한 인기를 누린 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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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매우 남성적인 목소리도 냅니다여....이 방에서도 제 닉으로
검색을 하시면 아실 듯...감사드려요.
옛글에 여인들의 삶이란 바참했었지요. 선비의 아내는 굶기를 자로 하고 천한것은 아무라 집적이고. 벼슬하는 사람의 아내는 역적이 되는 날 남의 집 첩이나 / 종으로 가는것. 참 한없는 여인의 한이여. 고운 글 감사합니다
그런 역사가 있기는 하겠습니다여...댓글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