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 금강경의 마지막 32분 응화비진(應化非眞)분을 끝으로 어제 몫의 사경을 마치며 연필을 놓아습니다. 그 다음에 발원문을 읽고 사홍서원을 외우며 부처님께 감사하며 어제의 일과를 종료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점이 있었다면 특별한 소회(所懷)에 젖어드는 제 마음을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는점 이었습니다. 왜냐면 2020년 8월에 시작한 금강경사경기도가 어제 108회차를 끝으로 회향을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손꼽아 보니 만4년이 지나가고 시간은 제가 대략 예상한 회향 날짜를 조금 지나쳐 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수행을 방해하는 나태함으로 약간의 정체기를 거치며 난관에 봉착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큰 틀에서 보면 대과(大過)없이 사경기도가 원만하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불보살님의 가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 결과 여기에 회향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사용할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사경을 수행으로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사경수행은 저의 처해진 환경에 맞추어 진행해 왔으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할애해 사경 하리라 결심했지만 뒤돌아보니 그렇치 못한 날들도 꽤 있었습니다. 연필을 잡으면 으레 2시간은 금방 지나곤 했는데 연필을 들기까지가 진정한 마음 공부였던 것 같았습니다. 사경 전후에는 발원문을 정성껏 외우며 발원이 성취된 장면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회향하는 현시점에서 그 발원이 다 이루어졌는지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많은 부분이 성취되었지만 아직 이뤄지지 못한 발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불현듯 그 발원의 성취 유무가 그다지 크게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되었습니다. 여래께서는 금강경 곳곳에서 금강경수행의 공덕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것도 수행자들이 알기쉬운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혹시 이 경을 사경하며 받아지녀 독송하고 다른 이에게 가르쳐 주는 공덕이 얼만큼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이 공덕이 갠지스강가의 모래알갱이 만큼 많은 수의 세계에 일곱가지 보물로 가득차게 보시하는 공덕보다 더 수승하다고 분명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제 발원을 대입시켜 보았습니다. 그건 마치 금강경 수행공덕의 큰 우산속에 있는 제 발원의 성취유무는 우산이 있기에 옷이 비에 젖을 걱정이 없는 것과 같이 아무른 염려할 필요가 없는 듯 보이기 까지 합니다. 이런 연유로 제 발원성취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결과를 예측할수 있는 승부이니까요. 저는 이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공덕과 발원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사경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 만난것이 절 수행이었습니다. 무슨이유로 수행하느냐고 묻는 이에게 굳이 답변 한다면 제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릴수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생에 대각(大覺)을 꼭 이루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단지 바라는 바가 하나 있다면 이 수행이라는 조그만 선근종자(善根種子)를 이생에 심어 언젠가는 인연이 닿아 풍성하게 발현되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생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저는 좋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오늘 심은 씨앗이 어느날은 따뜻한 햇빛과 또 다른 어떤 날은 적당한 비와 바람을 만나 마침내 예쁜꽃을 활짝 피우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마냥 좋을 뿐입니다. 물론 어느날은 개화를 방해하는 심술궂은 날씨와 우호적이지만 않은 환경을 마주하게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더 예쁜 꽃을 피우기위한 자양분으로 삼아 딛고 일어서리라는걸 저는 믿고 또 알고 있습니다. 유명한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조계종 6조인 혜능대사의 금강경을 만난 인연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일자무식한 혜능이 시장에 땔감 팔려가다가 우연히 어느 객승의 금강경 독송을 듣는 중 응무소주 이생기심 ( 應無所住 而生其心 ) 이 한구절을 듣고 발심하여 5조 홍인대사를 만나 행자신분으로 법맥을 이어받아 6조대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일반인 혜능이 발심하여 6조대사가 되는 이 충격적인 일련의 과정이 우연이 였을까요? 아마 아닐것 입니다. 혜능은 이미 전생에서 부터 금강경 수행을 많이해서 공부가 거의 다 되어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인연으로 현생의 가난한 농사꾼집에서 태어나 우연인듯 필연으로 금강경을 만나 대 발심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저는 이것을 이렇게 비유해 보고 싶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잘익은 수박은 칼이 껍질에 닿기만해도 쩍 갈라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겁니다. 수박은 이미 다 익어져 있어 칼이 닿기만은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냥 수행이라는 선인(善因) 을 심을뿐이며 언제라도 좋은 연(緣) 만나 무르익어 선과(善果)를 얻는다는걸 알기에 아무런 걱정이 없는거지요. 다만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떤형태로 발현 될지를 그 누구도 모른다는데 인연법의 묘미가 더 있는것 같습니다. 최근 저는 금강경사경기도 회향에 즈음하여 한가지 의미있는 일을 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경하며 지은 공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다 나누어 돌려드리는 것이 회향의 숭고한 의미라고 합니다. 이에 충실히 따르려고 생각하는 중 어느날 문득 방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죽어가는 중생의 생명을 살려 놓아주는 일이 중생의 입장에서 볼때는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고백하건데 불자로서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지만 방생은 제가 아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꼭 의미있는 날에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무엇을하든 첫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지 그 다음 발걸음은 훨씬 편안해 하는것 처럼 방생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첫 방생을 원만하게 하고나면 분명 탄력이 붙어 자주 방생을 실행할 듯 합니다. 이것은 좋은 업을 짓는 일이며 복의 창고에 복을 차곡차곡 쌓는일이니 금강경수행이 방생으로 확장되어 선순환의 연결구조가 성립되니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을겁니다. 이렇듯 의미있는 날에 선업을 짓는 방생은 저에게 두고두고 잊지 못할 딱맞는 회향 이벤트가 될것입니다.
저는 지금 약간의 기분좋은 흥분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국민학교시절 가을운동회를 기다리는 전날밤의 어린 제모습이 이 느낌을 묘사해 줄것입니다. 왜 일까요? 금강경사경기도를 회향했기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또 다른 수행의 테마가 저를 기다리고 제가 간택만하면 공부는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약간의 혼돈상태를 지나 결정이되면 저의 성향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보고 미련하게 또 달려 나가겠지요.
도반님들~~ 오늘 제가 기분이 상승되어 머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많은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여과없이 글로 적었나 봅니다. 혹시 문맥에 맞지 않는 글이 있더라도 좋은 편에 서서 이해해 주시기를 정중히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금강경사경기도 회향을 앞두고" 란 수행글을 올렸으니 마당히 회향을 하고나서 신행글을 올리는게 순리인것 같아 단숨에 적어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년 5월을 보내며 大曉 합장
첫댓글 대효거사님 ..
아~ 감동적인 글입니다.
이미 세존께서 다 알고 다 본다..
찰라가 모두 금강경 가르침이니 먼 곳에 있을까요?
상에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만..참 힘이 드네요.
제 과제는 수지독송.정구업진언입니다 ㅎ
값진 본보기 잘 따르겠습니다
도반이 참 위대합니다
고맙습니다().
법연성보살님!
보살님은 전생에 부처님전에 꽃공양을 많이 올렸음이 틀림없을 듯 합니다. 출중한 외모 하나만 이라도 타고나기 어려운데 그기에 걸맞은 예쁜 글솜씨로 여러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시인이라 이런걸 양수겸장이라 하나요?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하는데 이말을 적용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
추가로 늘 백련암 신입생들의 상냥한 안내자로 그들의 백련암 연착륙을 도우니 도반으로도 도반을 떠나 한사람의 인간으로도 존경합니다.
감사드립니다 _(())_
@대효(大曉) ㅎㅎ 수습이 안 되는 과찬이십니다. ㅋ
도반을 이롭게 하는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사소한 일 부터~^
예).두꺼비 바위 감로수가 산 물이라
침체물이 생기니..
호수에서 직접 받지 마시고,
담아 진 물을 마시 길 바랍니다. 등등^^
고맙습니다._()()()_
현모양처님!
늘 댓글로 저에게 글 쓸수있는 용기를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관세음보살! _()()()_
감사합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_()_
대유거사님!
거사님의 수행을 늘 흠모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_(())_
거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금강경사경기도 원만회향 수희찬탄드립니다^^
금강경사경기도를 회향하셨으니 또 다른 수행의 테마로 아비라기도를 함께 하는 것은 어떠하신지요()()()
세세생생 서로 탁마해주고 이끌어주고 경책해주는 도반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성철 큰스님과 향곡 큰스님처럼^^
무진거사님 ~~
제 기도회향에 저와 똑같이 기뻐하고 찬탄해주심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팔월 아비라기도에는 꼭 동참할수 있도록 노력 플러스 부처님의 힘을 빌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성철큰스님 향곡큰스님을 끌어다 비교할 만큼 거사님의 간절함에 제가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거사님! 우리는 서로를 이끌어주고 경책해주어도 마음에 걸림이 없는 도반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대효거사님
금강경사경 기도
원만회향 축하드립니다.
거사님의 글솜씨가 과히 훌륭하시고 근기가 대단하십니다.
저는 거사님에 비해 한참 부족한 불자입니다.
늘 감사하고 도반님들에게도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달매달 꼭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무량과보살님~
부족한 제 기도 회향도 보살님 기도회향 마냥 기뻐하며 축하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항상 상대를 앞세우고 자신은 하심하는 겸손의 미덕은 보살님의 수행의 경계를 미루어 짐작하게 합니다. 오래오래 신행의 도반으로 함께하기를 저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_()()()_
대효거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가슴뭉클합니다.
거사님의 수행에 수희찬탄합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진성보살님
감사합니다. 저도 제가 여기까지 올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불보살님들의 개입이 없이는 지금을 맞이할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살님의 노고에 늘감사드립니다. _(())_
아 수희찬탄의 감동적인 글에
많이 반성하고 제 마음까지 환희심으로 가득 찹니다
덕분에 열심히 수행하고 또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명심보살님~~
감사합니다.
저는 제 수행글이 단 한 분의 도반님에게라도 영감을 주어 자기 마음공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너무 행복 하겠습니다.
그것이 이 아름다운 회향이라는 단 두글자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_(())_
대효거사님
금강경사경
원만회향 수희찬탄드림니다
부처님 가피로 새새생생 명훈가피가 함께하시길
발원드림니다
함께할수있어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원각행보살님
제 기도회향을 더불어 기뻐해주시고 칭송해주시니 진심 감사드립니다.
저를위해 부처님께 발원도 해주시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보살님의 수행을 존경하는 한사람 으로서
저도 보살님과 백련암을 인연으로 수행할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오래오래 부처님세상에서 부처님의 은은한 가피속에 함께하길 함께 발원하겠습니다. _(())_
()
거사님!
거사님의 수고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_(())_
거사님의 수행담 읽고 난 뒤, 또 하나의 숙제 앞에 섰습니다.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솟구쳐 오릅니다.
요즘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입니다.
다소 한가한 시기가 오면 반드시 시작하겠습니다.
멋진 수행담, 감명 깊게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거사님 감사합니다.
제 수행글에 늘 칭찬 마다하지 않으니 감사드리며 거사님께 또하나의 수행과제를 안겨 드리는 것에
제 글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음으로 기분이 좋으면서도 죄송한 마음 드는건 어쩐일 일까요?
그건 제가 거사님의 수행태도를 옆에서 조금이나마 지켜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지금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입문자 입장에서 볼때 제 글과 주제가 다소 무거워 보일 수도 있어 접근하기가 편하지만은 않을것으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날에 기회가 생긴다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하여 그들중 단 한분 만이라도 백련암에 문을 두드릴 정도의 감동있는 글을 써 올리리라 다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