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관리들이 몇 주의 도주 행각 끝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에서 체포된 앨리스 궈(33) 전 밤반 시장을 마닐라로 송환하기 전, 공항 출국 대기실에서 촬영된 사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영국 BBC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이름이 郭华萍인 궈 전 시장은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의심받다 필리핀 사법당국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달아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에서 숨어 지내다 이틀 전에 검거됐다.
그런데 궈 전 시장은 미소 짓는 내무부 장관, 필리핀 국립경찰청장과 함께 활짝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평화의 제스처를 만들어 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 사진은 5일 늦게 마닐라를 향해 떠나는 개인 제트기에 오르기 전에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작은 농촌 마을 밤반 시장으로 일하며 사기 범행을 위해 온라인 카지노 포고( Pogo)를 운영하며 인신매매 조직을 운영한 혐의 말고도 어릴 적 서류를 위조해 중국 국적을 가진 상태에서 필리핀 시민권을 따내 시장에까지 오르고 돈세탁도 주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남사군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마닐라와 베이징 당국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 그녀의 의심스러운 사업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올라 증폭된 측면도 있긴 하다.
벤후르 아발로스 내무부 장관이 자카르타에서 궈 전 시장을 에스코트했는데 기록을 남기려고 사진을 촬영했으며 자신은 그녀가 활짝 웃고 평화 제스처를 하는지 몰랐다고 변명했다. 그는 6일 마닐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가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며 나와 (국립경찰)서장에게 얘기를 나누자고 요청해 왔다. 난 경찰이 그녀를 보호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난 카메라를 쳐다보느라 그녀가 하는 일을 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궈 전 시장도 기자회견에 배석했는데 정말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아발로스와 롬멜 마르빌 서장에게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난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난 그들을 봐서 기뻤다. 안전하다고 느낀다."
이 때는 오렌지색 경찰 구금복을 입고 있었다. 자카르타 공항에서는 흰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캐주얼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수갑도 차지 않은 채였다.
소셜미디어가 당장 들썩거렸다. 의회에서 궈 조사에 앞장섰던 리사 혼티오베로스 상원의원은 "우리는 답을 원한다. 포토샷이 아니다. 앨리스 궈는 가짜 필리핀인이며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한 엑스(X) 이용자는 "필리핀의 사법 시스템은 서커스"라고 자조했다. 다른 이용자는 "아마도 지금 뉴스 가운데 가장 심란한 클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앨리스 궈는 은막의 스타처럼 미소 지으며 윙크할 수 있겠는가?" 되물었다. 내무부 장관과 경찰서장이 "그들이 실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누군가와 포즈를 취했다고 꼬집은 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