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설한 논어
모리다 고유森田悟由 선사의 나이 열세 살 때의 일이다.
선사는 출가한 몸이었으나 서당에 다니고 있었다. 한학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 서당에는 권력자나 부호의 자제가 많았는데 그들은 무슨 일에서나 자기중심적이고 버릇도 좋지 많았다.
그 때문이었으리라. 서당의 변소는 늘 더러웠다. 그들은 무엇이나 마구 썼고, 무엇 하나 치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변소가 깨끗해졌다.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청소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서당 훈장인 도죠 이치도東条一堂도 이를 이상히 여기고 알아보았으나 좀처럼 청소하는 이를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일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서당에 와서야 훈장은 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모리다 고유라는 학생이었다. 모리다가 다른 사람보다 일찍 와서 청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훈장은 논어 강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논어는 입으로 하는 논어였으나 우리 서당에 몸으로 논어를 설하는 학생이 있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모리다 고유 군이 바로 그 학생이다.
제군들, 부디 모리다 고유 군의 논어를 보고 배우기 바란다!'
훈장의 말을 듣고 그동안 누가 변소를 청소했는지 알게 된 사당 학생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 일이 있은 뒤 학생들은 회의 통해 당번제로 매일 청소를 하기로 했다.
그 결과 다른 서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청결한 서당이 되엇다.
니시아리 보쿠산西有穆 선사는 아흔 살이 넘어서도 매우 건강했다.
어떤 사람이 선사에게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선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에게 되묻듯이 말했다.
"글쎄....매일 변소 청소를 해온 덕분일까?'
선사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변소 청소를 매일 남모르게 해왔던 것이다.
니시다 텐코西田天香라는 이가 있다. 승려보다 더 승려처럼 산 사람이다.
그는 '봉사하는 생활' '다툼 없는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집집을 돌며 탁발 대신 변소 청소를 했다. 주인이 나오면 그는 공손히 부탁했다.
"변소 청소룰 하게 해주십시오."
주인이 허락을 하면 순수 청소를 했다. 장갑을 끼지 않았다. 맨 손으로 변기를 닦았다.
화장실 구석구석의 거미줄을 걷어냈다.
먼지를 털고, 닦아냈다. 물론 보수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그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이가
먹는 음식을 먹고, 가장 가난한 이가 자는 곳에서 자면 된다고 여겼다.
그는 먹는 것과 잠자리를 개의치 않앗다.
그렇게 살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다. 어떤 이는 분쟁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니시다는 중간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억울하지 않게,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게 일을 처리했다.
공장 운영이 잘 안 돼 고통을 받는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다.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고 있는 아들을 맡기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그 일을 제 일처럼 정성을 다해 했다. 그 일에 장갑을 끼지 않았다.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어냈다. 거미줄을 걷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고 싶어 했다.
절로 수행 공동체가 생겼다. 교토 외곽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연수를 받으러 온다 그 연수에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은 집집을 돌아다니며 하는 변소 청소다. 주인이 나오면 부탁한다.
"변소 청소를 하게 해주십시오."연수생도 맨손이다. 연수생 중에는 사장과 대학교수 등도 있다.
서당 훈장 도죠 이치도도 만만치 않은 안물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논어는 입으로 하는 논어였으나 몸으로 논어를 설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말은 아무나 못 한다.
도죠는 한때 관직에도 몸을 담았으나 그곳에서는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사직을 하고,
후학을 길러내는 걸 삶의 목표로 삼은 뛰어난 학자였다.
여러 권의 저서가 그가 보통 학자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모리다 고유가 에키도 스님의 소문을 듣고, 그의 문하로 떠날 때 훈장 도죠 이치도는 이렇게 말했다.
"잘 생각했다. 승려는 좌선을 해야 한다. 승려가 좌선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사가 병 고치는 것을
배우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부디 정진하여 큰 깨우침을 얻기 바란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영혼을 깨우는 선승들의 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