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금융법 입문
Introduction to Financial Law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3년 4월호)
금융법 입문
이상복 교수 지음/ 박영사/2023/29,000원
금융은 법이다
기자가 이상복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05년으로 기억한다. 이장호 영화감독이 “서울고등학교 후배"라면서 ‘모래무지와 두우쟁이’라는 성장소설을 썼는데, “너무나 잘 썼다”며 이상복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서울 인사동 조촐한 대폿집에서 만난 이상복 당시 변호사는 ‘법조인’이라기보다는 ‘문청(문학청년)’의 이미지를 흠뻑 갖춘 ‘순정파’ 후배였던 기억이 난다. 바로 그가 변호사 생활을 마치더니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학장을 지내고, 나아가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약하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뻤다. 그가 공직을 맡으면서도 틈을 내어 짧은 기간(2001~23) 동안에 무려 스물다섯 권이라는 방대한 책을 펴냈기 때문이다. 이상복 교수는 ‘책상머리’에 앉아서만 공부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선비 형’ 교수가 아니라, 이 세상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야트막한 곳과 깊은 곳, 낮은 곳과 높은 곳, ‘없는 곳과 있는 곳’을 두루두루 섭렵한 ‘참여 형’ 교수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수를 나는 고우(故友: 오랜 친구)’라고 부르고 싶다. 각설(却說)하고, 고우 이상복 교수가 ‘금융법 입문’이라는 신간을 펴냈다고 하니, 공자 말씀대로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좋은 출판 소식 갖고) 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마음으로 고우의 책을 읽어보았다. 역시 그는 노력파였다.
루소(Jean Jacques Rousseau)의 감성과, 칸트(Immanuel Kant)의 이성!
‘풍부한 감성과 깊은 이성’, 다시 말하면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감성’으로 학생ㄷㄹ을 가르치겠다는 이상복 교수의 교육관이 새삼 이덥고 든든하다. ‘금융은 법이다’라는 서브타이틀을 갖고 있는 ‘금융법 입문’을 亂讀한 소감도, 역시’이상복 스타일’의 깊은 논리와 정겨운 감성이 활자와 활자 사이에 가득함을 느낀다.
대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이상복 교수는 경제학과 4학년 학생들조차 “나름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지만 경제신문을 독해하는 것이 어렵”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일간지 경제부 차장과 경제신문 증권담당 고참기자도 “금융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경제신문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금융관련 기사를 쓰는 것이 어려울까? 단언컨대, 금융은 복잡하고 어려운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기사를 독해하는 것과 쓰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학생이나 기자나, 교수나 연구자는 물론, 기업체의 CEO들에 이르기까지 금융과 금융시스템을 혼자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상복 교수의 ‘사명감’이 발동한 것으로 기자는 미루어 짐작한다. 이상복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현대사회는 금융세상이 되었다. 최근의 언론보도는 환율, 대출, 주식, 보험, 카드 등 온통 금융 천지입니다. 또한 CD, CP, RP, ABCP, ABSTB 등에서 부동산PF 및 국채, 회사채 등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에겐 어려운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여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단기금융시장(자금시장),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불안한 장세가 연일 보도되는 것도 우리를 불안케 하지만,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금융관련 기사를 독해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금융세상에 필요한 금융지식을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쓴 것입니다. 이를 위해 2020년 본인의 ‘금융법 강의’ 시리즈(전4권)가 출간된 이후, 분량이 너무 방대하여 공부하기 어렵다는 독자들의 고언(苦言)을 또한 반영하여, 금융법 강의의 핵심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이상복 교수는 2020년 10월, 우리나라 유일의 금융법 이론서(전4권)인 ‘금융법강의 Ⅰ: 금융행정’, ‘금융법강의 Ⅱ: 금융상품’, ‘금융법강의 Ⅲ: 금융기관’, ‘금융법강의 Ⅳ: 금융시장’을 출간한 바 있다. 그 후 2021년 금융법 각론인 ‘여신전문금융법(2021)’과 ‘자본시장법(2021)’을 출간하고, 같은 해 5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상호저축은행법(2021)’, ‘외국환거래법(2021)’, 외부감사법(2021)’을 잇따라 출간했다.
이상복 교수는 서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대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법과대학에서 전문분야 법학연구과정(금융거래법)을 이수했다. 사법연구원 28기로 한때 서울 강남에서 변호사 일을 하기도 했고,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 방문학자,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를 거쳐 서강대에 자리 잡았다. 서강대 금융법센터장, 법학부 학장 및 법학전문 대학원 원장을 지냈다. 기재부(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및 국유재산정책 심의위원, 관세청 정부업무 자체평가위원, 한국공항공사 비상임이사, 금융감독원분쟁조정위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약했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몸매와 깨어있는 정신으로 후학들을 가르치는 한편 ‘저작(著作)의 神’으로 활약하는 이상복 교수의 문운(文運)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