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자기 객관화는 겸손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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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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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복음 1장 19-28절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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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객관화
세례자 요한은 성경에서 ‘자기 객관화’가 상당히 잘 되어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베풀던 그는 당대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었음에도, 자신이 누군지를 객관적으로 알았습니다. 자신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저 광야의 소리일 뿐이며 구세주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확신하였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리스도가 아님을 명백히 밝혔던 그가 요한 복음 안에서 그리스도와 가장 닮은 이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머리글에서 예수님 외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인물이 세례자 요한입니다. 또 거기서 예수님의 육화를 묘사하는 동사 ‘되다(에게네토)’(1,14)가 요한의 등장(1,6)에도 똑같이 사용됩니다. 예수님께서 증언을 위해 외치시는(크라조) 것처럼(7,37; 2,44), 요한도 외침으로써 증언의 예언직을 수행하고(1,15) 예수님께서 아버지로부터 파견을 받으신 것처럼(3,17), 요한도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사람으로 묘사되었습니다(1,6; 3,28). 마지막으로 예수님처럼 세례자 요한만이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말씀을 받은 것으로 그립니다(1,33). 그렇습니다. 요한은 자신이 그리스도가 아님을 잘 알았기에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닮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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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호 루카 신부(제주교구)
생활성서 2024년 1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