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으로 뭉친 美의회… 틱톡·펜타닐 등 ‘中청문회’ 하루 5건
틱톡 CEO “(틱톡) 중국의 첩자가 아니다”
호소에도 공화·민주 “못 믿는다, 미국서 금지시켜야”
“틱톡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다름없는 암적인 존재다. 미국인을 중독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중국의 첩자가 아니라는 당신의 말, 난 안 믿는다.”
23일(현지 시각) 오전 9시 30분부터 5시간 넘게 진행된 미 연방하원의 ‘틱톡 청문회’ 현장엔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틱톡, 나아가 중국 지도부를 공격하는 적나라한 비방이 오갔다. 거의 모든 이슈마다 사사건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지만 이날만큼은 ‘원 팀’이 돼 중국이라는 ‘공공의 적’을 몰아세웠다.
이날 청문회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안보 위협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유학파 엘리트인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나서자 관심은 더 커졌다. 그는 약 다섯시간에 걸쳐 “틱톡은 미국인을 사찰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국 지도부의 영향력 밖에 있는 민간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의원들의 혹독한 추궁은 잦아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를 위해 협력했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청문회였다”고 평가했다.
미 의원들 “틱톡은 미국인의 삶을 위협한다”
이날 오전 미 워싱턴 DC 연방하원 의원회관인 레이번 빌딩 2123호 앞에 30m 넘는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의회 관계자와 기자, 업계 인사들로 청문회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최근 들어 이렇게 관심이 집중된 청문회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3초~1분짜리 짧은 동영상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이용자 15억명을 돌파한 틱톡은 몇 년 전부터 미국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선전 공작을 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청문회장에 들어서니 저우 CEO를 취재하려는 사진·방송기자 60여 명이 빼곡히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9시 57분, 저우 CEO가 청문회장에 들어서자 일제히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렸다. 한 미국 기자는 “(그가) 포위된 적장(敵將) 같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민주 양당 간 이견(異見)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화당 소속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에너지통상위원장은 “틱톡은 미국인 삶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당신네 플랫폼은 금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게시물 유통을 막거나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저우 CEO에게 “의회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연방 범죄”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간사인 프랭크 펄론 의원은 “(맥모리스 위원장의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며 “중국 공산당의 틱톡은 자료 수집을 계속하고 있고, 이를 판매하는 일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은 이날 청문회를 두고 “미·중 간 본격적인 결별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중국의 전 세계적 온라인 성공 사례로 칭송받았던 틱톡이 양국 간 ‘기술 냉전’의 전장이 됐고, 양국 간 분열을 대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틱톡, 미국인 염탐 없다” vs “안 믿는다”
저우 CEO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중국 혹은 다른 나라의 정보원(agent)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은 “믿지 못하겠다”며 몰아세웠다. ‘바이트댄스가 베이징(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미국인들을 염탐한 적이 있느냐’는 닐 던 하원의원의 질문에 저우 CEO는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던 의원은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틱톡은 암적 존재”라고 했다. 브렛 거스리 하원의원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오남용 문제가 미국에서 불거지는 것을 언급하고 “(틱톡 내에) 펜타닐, 마약 밀매 등 불법 활동을 담은 콘텐츠가 수십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우 CEO는 유창하고 빠른 영어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공세가 거세지자 당혹스러운 듯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였다.
미 연방의회 상·하원은 이날 ‘틱톡 청문회’를 포함, 중국 문제를 주제로 5개의 청문회를 연속적으로 진행했다. 하원 금융위원회는 펜타닐 오남용 문제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중국은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이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며 “법무부는 왜 중국이 우리에게 자행하는 ‘역(逆)아편전쟁’을 막지 않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라임타임’인 이날 저녁 7시에는 하원 중국특위가 ‘중국 공산당의 계속되는 위구르족 집단 학살’을 주제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한때 손잡았던 미·중 ‘결별의 길’로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틱톡에 대한 미 정치권의 적나라하고 초당적인 반감을 숨기지 않은 이날 청문회는 한때 경제를 위해 손을 잡았던 미중 관계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2014년 등 여러차례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도 미국을 답방하며 오바마와 골프를 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나라한 반중(反中) 감정을 드러내고 중국의 지나치게 빠른 부상을 아니꼬워하는 미 정치권이 이 기류에 합류하면서 미중 관계는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날 상당수 의원은 “미국에서 틱톡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실제로 ‘미국 내 틱톡 전면 금지’ 방안을 오랫동안 검토해 왔다. 다만 틱톡을 전면 폐지할 경우 주 사용 연령대인 10~30대 지지율이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달 초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틱톡 전면 금지를 시행할 경우) 미국 내 35세 미만 모든 유권자의 지지를 영원히 잃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seok@chosun.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53809?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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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현지 법 위반하며 정보제공 없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2410540004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