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훈희의 노래 ‘꽃밭에서’를 좋아한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그래서 나는 밤이 되면, 나는 꽃밭에 빠진다. 밤에 피는 夜花던가. 꽃이다. 꽃 꽃 꽃.......
산에도 꽃, 바다에도 꽃, 거리에도 꽃, 나는 꽃 속에 파뭍힌 남자가 된다. 다만, 꽃 향기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벌 처럼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벌이 된다. 바람둥이 벌이다. 다만, 그 벌은 가만히 꽃을 바라 볼 뿐이다.
내 사무실이자 숙소인 원룸 창문 앞에 컴퓨터가 있고, 밤에 나는 거기에 앉아 일을 하다가 문득 창 밖을 본다. 아! 꽃이다!
맞은 편 산동네,묵호항의 유명한 논골담길이 있는 동네, 그곳의 가로등불이 꽃 처럼 피어있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또, 꽃이다! 바다에 오징어배의 조명이 마치 목련꽃 처럼 탐스럽게 비친다. 그 사이 항구 앞 상점들의 불빛도 넋이 나간 꽃이 되어 이방인을 유혹한다.
나는, 조용하게 서있지만, 사실 몹시 흥분해 있다. 꽃밭에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라도 얼큰하게 취한 날이면, 더욱 그렇다.
시청에서 고맙게도 비탈지고 위험한 산동네 골목길을 밝히려고 가로등을 촘촘이도 박아 놓았다. 이곳 동해시 구 도심 묵호항 주변의 묵호동 발한동 부곡동 일대에는 이토록 가로등이 많다. 특히, 묵호항 산동네 묵호동 산동네는 더욱 심하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피곤하고 힘든 삶을 살아왔다. 그나마, 그들은 그 꽃으로 보상을 받았나보다.
힘든 비탈길 골목을 오르내리며 바다에 나가 목숨을 담보로 그들의 힘든 삶을 여기까지 살아 온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은, 이 꽃으로 증명이 된 셈이다.
30년 전 이곳에는,진짜 꽃들이 많았다. 오징어배 선원들을 목표로 술과 몸을 팔던 그녀들, 그녀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