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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2023 모두를 위한 탈시설 포럼’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탈시설 당사자 이봄 씨.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28살까지 억압받고 통제됐던 삶은 탈시설 이후 자유를 맞이했습니다. 친구들과 밤새워 놀기도 하고,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은 4년 넘게 연애도 잘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비로소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탈시설 당사자 이봄 씨는 ‘2023 모두를 위한 탈시설 포럼’에서 5살 때부터 28살까지 장애인거주시설 및 공동생활가정에서 거주했던 경험과 탈시설 이후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10개 단체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3 모두를 위한 탈시설 포럼-우리의 탈시설은 모두의 지역사회 삶을 만든다’를 개최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10개 단체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3 모두를 위한 탈시설 포럼-우리의 탈시설은 모두의 지역사회 삶을 만든다’를 개최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취미부터 일, 연애까지 만족스러운 탈시설 이후의 삶
이봄 씨는 “5살 때부터 12살까지 인천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았었는데 거기는 수십 명이 한방에서 살고 그랬다. 거기서는 밥도 정해진 시간에 먹었어야 했고 씻는 것도 다 같이 해야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나의 권리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다가 거주시설이 맞지 않고 자립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시설 선생님의 의견에 서울에 있는 공동생활을 하게 됐다. 나는 이곳이 거주시설 보다 나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함께 생활하는 숫자만 다를 뿐 나의 삶을 통제하는 것은 똑같았고, 28살 때까지 공동생활가정에서 살아야했다”고 덧붙였다.
이봄 씨는 “24~25살쯤 자립을 생각했지만, ‘너는 도움이 필요한데 어떻게 자립할 거냐’며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다가 탈시설 캠프를 알게 돼 참여하게 됐고, ‘나보다 몸이 불편한 멘토들도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잘 사는데 나라고 못 살까’라는 생각에 반대하는 선생님, 시설장 관계자와 격렬하게 싸웠고 자립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렇게 시설을 나온 나는 밤새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이루기도 했고, 지금은 자조모임 활동을 하면서 강릉과 원주 대구 등에서 탈시설 관련된 강의를 하기도 했다. 특히 자립의 부싯돌이 되었던 탈시설 캠프에 멘티가 아닌 멘토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지금 현재 4년 넘게 애인도 잘 만나고 있다”고 수줍게 웃으며,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 힘든 점도 있지만, 나는 탈시설 이후 이렇게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2023 모두를 위한 탈시설 포럼’에서 발제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김재형 교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시설을 요구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한국의 시설사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김재형 교수는 “한센인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한국의 시설이 어떻게 발전했는가 연구했다”며, “한국은 시설이 자연스러운 사회이고, 시설을 요구하는 사회다. 또한 한국은 특정 집단에게 시설 안팎의 시선이 다르지 않은, 시설과 같은 사회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시설 사회는 한국의 문제는 아니고 역사가 굉장히 깊은 문제다. 세계적으로 장애인뿐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문제적 집단'이 시설에 갇혀왔다”면서 “시설은 전체인구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특정 집단을 시설에 고립시키고 배제하는 것으로, 이는 근대 국가의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밑바탕에는 ‘정상화’ 즉 근대적 발전된 제도, 기술, 지식으로 비정상적인 집단을 교정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이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1950~60년대 대구시립희망원, 춘천시립갱생원, 강릉시구호소, 경기부녀보호지도소 등 각종 시설이 설립된 이후 여전히 시설이 존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시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과거사 정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탈시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앞으로 탈시설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시설이 자연스럽고 요구하는 사회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자본의 축적 수단으로서 시설을 지양하고 시설 지식에 대한 거부와 대안 지식의 생산, 탈시설을 위한 다양한 실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2023 모두를 위한 탈시설 포럼’에서 발제하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왼쪽)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배진영 부센터장(오른쪽). ⓒ장애와인권발다닥행동
탈시설은 시설 쪼개기가 아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전체장애인거주시설 1535개소 중 그룸홈과 단기시설을 제외하면 619소, 이 중 30인 초과 시설은 362개소에 이른다. 특히 장애인거주시설과 탈시설 사업에 대한 예산은 장애인거주시설 예산이 총액 6,386억 원, 탈시설 시범사업은 총액 43억으로 그 차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2021년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80%가 전문화된 시설이나 소규모 시설에 수용하는 형태였다”며, “탈시설은 시설 쪼개기가 아니다. 탈시설은 시설 운영자의 영속적 운영권 보장이 아닌 장애인의 권한 강화와 지역사회 지원체계 마련이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권리보장법 등 탈시설권리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뤄진 것은 없다”면서 “장애인 탈시설권리 실현을 위해 탈시설권리를 혐오하는 정치인과 조직의 사실 왜곡을 바로잡아야 하고, UN 탈시설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한 탈시설 정책 수정과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배진영 부센터장은 “우리나라 정신의료기관 75,474병상 중 59,412명이 입원 중이었고, 퇴원 후 3개월 내 재입원하는 비율은 31.8%에 달했다. 특히 정신 및 행동장애 환자의 평균 재원 기간은 200.4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긴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정신장애인 시설화 속에서 여전히 관행적인 불법 강제이송과 비자의적 입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신장애인의 탈원화탈시설을 위해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법적 개선과 재정 효율성 제고, 정신의료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교려한 치밀한 국가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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