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거친 캐릭터나 강렬한 코믹 조연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배우 유해진이 데뷔 이래 첫 본격 로맨틱 코미디 도전에 나섰다.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023년 개봉작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은 자극적이고 매운맛 로맨스가 판치는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순한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상물정 모르는 FM 제과 연구원과 직진녀의 풋풋한 만남을 통해, 인물 본연의 순수함에 집중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무공해 힐링을 선사한다.
과자밖에 모르던 연구원과 직진녀의 만남
제과 업체의 FM 연구원 치호(유해진)는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오로지 과자 신제품 개발에만 인생을 바치는 고지식한 인물이다.
1분 1초도 어기지 않는 루틴 속에서 연애는커녕 친구조차 없이 서툰 삶을 살아가던 그의 일상에 무한 긍정 에너지를 가진 대출금 심사 회사 콜센터 직원 일영(김희선)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일영은 치호의 엉뚱하면서도 진실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두 사람은 드라이브스루에서 밥을 먹는 등 소소하고 풋풋한 데이트를 즐기며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개성 넘치는 조연진과 캐릭터의 충돌
영화는 주연 배우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찰떡같은 조연진의 연기 앙상블로 극의 활력을 더한다.
치호의 등골을 빼먹으며 살아가는 염치없는 사고뭉치 형 석호(차인표)는 동생의 연애가 자신의 돈줄에 영향을 줄까 봐 일영을 밀어내며 갈등을 유발한다.
반면 치호가 근무하는 제과 회사의 사장이자 자칭 카사노바인 병훈(진선규)은 치호와 엉뚱한 우정을 나누고, 무엇이든 과몰입하는 일영의 지인 은숙(한선화)은 예측 불허의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압권의 코믹 타이밍을 선사한다.
7510 제목에 숨겨진 달콤한 비밀
영화의 독특한 제목에 포함된 숫자 7510은 단순히 임의로 나열된 숫자가 아닌, 주인공 치호(75)와 일영(10)의 이름을 형상화한 숨은 장치다.
각기 다른 고유한 개성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완벽하고 맛있는 인생의 맛이 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치호의 결벽증적인 FM 루틴은 사랑을 통해 유연해지고, 일영의 고달픈 현실은 치호의 순수함으로 치유받는 과정을 투영하며 제목의 의미를 더욱 달콤하게 가꿔 나간다.
주변의 방해를 넘어선 꽉 닫힌 해피엔딩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 앞에는 형 석호의 방해와 주변의 시선, 그리고 엄마의 갑작스러운 연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영의 딸이라는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해로 인해 잠시 이별의 위기를 맞이하지만, 치호는 일영에 대한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진심 어린 눈물로 고백한다.
동생의 진심을 본 형 석호는 과오를 뉘우치며 두 사람을 응원하고, 일영의 딸 역시 치호의 순수함을 인정하면서 결국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거창한 조건 없는 서툰 진심의 찬가
영화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적인 어른의 범주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는 두 남녀가 만나 자신들만의 속도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 등장하는 화려한 카메오 군단을 찾아보는 재미는 물론, 유해진의 능청스러운 연기 변신과 김희선의 화사한 매력이 만들어낸 뜻밖의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한다.
사랑이란 거창한 조건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서툰 진심이 가진 위대한 힘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