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한 가을의 남자 -
느림보 거북이/글
가을 외로움이란
강물같이 깊고 깊더라
쓸쓸함이란
높은 산 아래
계곡 깊이만큼 깊더라.
불현듯
그리움이 넘실댈 때는
어떤 형상도 없이
가을 길을 걷고픈
가을에 묻힌
가을 남자가 되고 싶더라
삶이 욱신거려
이방인으로 떠돈다 하여도
나뭇잎 벗 삼아
내 어머니 산고를
원초적으로 묻고
새소리 들으며
길섶에 눕고 싶더라
살가운 몽고반점
토닥여 주시던 그 어머니
그 사랑 그 품속 안길
그리움이 포효하던
나 태어난
가을로 가고 싶더라
가을 깊은 늪
바람에 얹혀 무상념
그 가을에 육신
온전히 맡겨 보리라.
제 몸 벗어난 이탈의
나뭇잎에 무임승차한
찬서리에 젖은 채
살이 찢기는
갈 바람에 스러져
한 줌 먼지가 되어도
억겁의 삶이 쉴
가을 그곳에 서고 싶더라.
별빛 쏟아져 내리고
윤슬이 찰랑이는 곳
살랑살랑
가을 솔바람에 춤추는
황금 나뭇잎 아래..
인고를 견뎌 걷는
가을 남자 고독의
주인공이 되고 싶더라.
태고의 그늘에 자란 인생
자아를 한 움큼 움켜쥔 채
덧없이 사라지는 인생
질풍노도처럼
스러지는 눈물겨운
우직한 미완 남자의 일생.
웃음 뒤에 질식의 늪에
방황하는 답 없는 生
사랑 한 톨에 희희낙락
꽃잎 떨구던
철부지 사랑.
장마철 태풍처럼 어느덧
쓸고 간 살아온 중년 정글
움푹 파인 시름의
주름진 이 몰골 잔상에
울컥 돋아난
비통함의 세월 단상.
그 여진이 구석구석
핏줄의 난마처럼 얽혀
붉어 찌든 살갗의
아픔 가을에 묻고 얹어
가을 삭풍에
시름을 삭히며
가을에 눕고 싶어라
붉어 꽃이려니
잡고 물으니
어느새 초로의 세월 초대장
불현듯 바람에 흔들려
입맞춤하고 보니...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이 풍진 마지막 잎새
아~생의 가을은 깊어라.
무릇 가을 남자의 시름
붉어 핏빛이어라
매만지며
저 곱던 여인 볼처럼
붉어 붉은 만산홍엽
속살을 들숨으로 마시며
날 숨으로 뱉어
꿈인 듯 딛고 걸어
둔덕에 서 보니...
가을 하늘
가을 석양
가을 낙조
가을 나뭇잎
빠짐없이 곱디곱기만 하여라.
그 아름다운 빛이 꺾인 들
새벽은 또 동터 오고
내일의 심장은 또
가을 햇살 빛처럼 열리리다
나 살아 가을에 서니
그리워할 이 있어
이 계절에
이 만추 인생에 접한
살아갈 생이
귀하디 귀한 인연
얽히고 얽힘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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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외로움을
소멸시킬 女人 창을 보라
가을 남자의
가을 여자의
소꿉놀이 그 정경이
원초적 가을빛을......
내 어머니의 본능이 머무는
그 가을 女人 품에
가을 남자의
인생을 잠재우리라.
뚝뚝 떨어지는
오색 잎을 거두어 그 여인
삶의 갈피에 꽂아 놓고
나 세월을 가리라
가을 남자는 가을 女人의
生에 외로움을 지우리라.
사랑이 머무는
가을 들녘에 보며
그 女人을 위한
삶을 찬양하리라.
"그래 그것이
가을의 종점
가을 남자의 생이다"
가을 남자의 삶이다"
- 거북이 -
첫댓글 가을뇨자
다섯명이 ~~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