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에 높은 석탑을 잘 세우는 석공이 있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돌을 깍아 최고의 석탑을 만들어냈다.
석탑의 높이는 까마득했고, 주위에 장식된 조각품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이윽고 석탑이 준공되는 날, 왕은 여러 신하들과 귀족들을 불러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석공은 탑 꼭대기에 올라앉아 사람들이 찬탄을 내뱉는 것을 바라보았다.
석공이 막 탑에서 내려오려 할 때 왕이 돌연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석탑에 걸려 있는 사다리를 치워버리거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사다리와 밧줄, 그리고 돌을 끌어올리던 도르래까지 모두 치워버렸다.
석공은 꼼짝없이 탑 꼭대기에 홀로 남겨지고 말았다. 당황한 석공이 왕을 향해 소리쳤다.
"왜 이러십니까? 사다리가 없으면 저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왕이 석공을 향해 말했다. "이 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이다.
나는 네가 다른 곳으로 가서 이 탑보다 훌륭한 탑을 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니 너는 탑 속에 갇혀 죽어야 한다."
석공이 탑에 갇혀 있는 동안 왕은 성대한 잔치를 끝내고 궁궐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석공은 발붙일 곳조차 없는 석탑 꼭대기에 앉아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다.
이윽고 밤이 되자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석공이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구해내기 위해
어둠을 틈타 석탑 밑으로 갔다. 가족들은 살금살금 탑 주위로 다가가 석공에게 소리쳤다.
"탑이 너무 높아요, 밧줄을 던져도 닿지 않을 거예요."
석공은 다시 절망했다. 하지만 그는 원래 지혜가 많은 사람이었다.
석공은 가족들이 왔음을 알고 자신의 옷을 벗어 옷감의 실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실을 끈으로 꼬아 밑으로 내려 보냈다.
"지금 실을 내려 보낼 테니 그 끝에 가느다란 끈을 묶어요."
가족들은 탑 위에서 가느다란 실이 내려오자 그 끝에 다른 끈을 잡아맸다.
그러자 석공은 다시 실끈을 끌어올렸다. 그는 가족들이 보낸 끈을 꼬아 좀더 굵은 끈을 만들었다.
"이 끈을 내려 보낼테니 그 끝에 굵은 끈을 묶어요!"
가는 끈이 내겨오자 가족들은 그 끝에 굵은 끈을 묶었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을 거듭하자 나중에는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굵은 밧줄이 만들어졌다.
석공은 그것을 탑 꼭대기에 단단히 묶은 다음,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 출전 : <대장엄론경> 권15 . 83
사람은 위험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절망 때문에 죽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믿음이 있다면 하나의 가는 실도 굵은 밧줄로 만들어낼 수 있다.
가느다란 실은 초발심(初發心)과 같다. 초발심을 잃지 않으면
지혜의 굵은 밧줄을 타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벗어날 수 있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