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제 연중피정에 잘 다녀왔습니다. 한티 피정의 집은 우리 교구가 가진 보물입니다. 우리 교구의 성모당이 가진 그 무게만큼이나 한티 피정의 집도 꾸민다고 꾸며지는 여타의 성지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우리 교구의 자랑은 성모당입니다. 우리 성모당을 본떠서 여러 교구에서 성모당을 꾸몄지만 우리 성모당의 아우라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그건 외형적인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당 안에서의 기도하는 분위기와 그 시간들을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들 수십 년도 더 오래된 성모당의 기억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 단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의 역사와 기억과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 성모당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 성모당과 성직자 묘지에 가면 항상 아늑한 우리 집에 온 느낌입니다. 같은 것을 한티는 우리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9월, 순교자 성월이 되면 동명에서 다들 내려 한티까지 걸어갔습니다. 한티를 가는 길에 흔들리는 이빨을 나뭇가지에 묶어 뺀 기억이 있으니 아마 9살? 10살쯤 됐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해마다 가을이면 한티를 갔었고 그곳에 가면 작은 무덤 곁에 모여 기도하고 미사드리고 놀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한티 역시 시간이 만들어 낸 무게가 있습니다. 한티도 역시 고향에 온 느낌을 들게 만들고 시간이 더해져 나무들도 더 커지고 숲도 더 깊어져 배여 나오는 숲의 냄새가 피정의 집을 감싸고 돕니다. 이 역시 어찌나 아름다운 향기인지 모릅니다. 해 질 녘 어두워져 가는 사위를 보고 느끼는 평화로움도 피정이 주는 기쁨입니다. 바람결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고 숲의 향기에서 하느님의 냄새를 맡습니다. 우리에게 무상으로 베풀어진 선물이 얼마나 풍요롭게 아름다운지요.
지난 6월 첫 주일에는 미사 후에 우리 동네 플로깅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9시 미사 중에 예비신자 교리가 있어 움직이질 못했지만 교중미사 마치고 상동시장 쪽으로 다녀왔습니다. 더운 날인데도 같이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늦게나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나가보니 어떠셨는지,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말씀들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만 기회가 지나 버렸습니다. 골목마다 방치된 쓰레기를 주우면서 드는 첫 생각은 담배꽁초 처리를 잘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요. 차량이나 건물에 유리창이 깨진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지나가는 다른 누군가가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을 깨지요. 그리고 쓰레기를 던져 넣고 점점 더 흉물스러워지고 범죄의 온상으로 변해 갑니다.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한 생각이 쌓여서 그렇게 되어 버립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 봐도 되겠습니다. 나 하나라도 이 쓰레기와 깨진 유리창을 치우면 다른 누군가도 치우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으로 우리 성당의 창고도 새롭게 정리하고 치웠습니다. 성당 구석에 켜켜이 쌓여 있는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속이 다 후련하고 시원합니다. 창고와 성당 주변은 그렇게 나름 치웠지만 교리실 안은 미처 손을 뻗지 못했습니다. 아마 교리실 캐비닛 안에 쌓여 있는 것도 꽤 많을 겁니다. 각 단체에서 한번 정리 부탁드립니다. 사실 주변이 정리되어 있으면 우리 정신도 맑아집니다. 잡생각이나 다른 곁눈을 팔 이유가 없어지죠. 하느님께 우리 마음을 모으고 기도하는 일은 잡다한 것들이 주위에 없을 때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향해 있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우리 주변의 정리가 바로 그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