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당시 어느 부잣집의 정원에서 일하는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미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한 탓에 그림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소년은 대신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여 정원을 가꾸는 일에 매진했다.
나뭇가지를 예쁘게 다듬고, 화분에 조각을 새기며 정원 가꾸기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하루는 주인이 물었다.
"정원 일을 그렇게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열심을 내느냐?"
소년은 웃으며 대답했다.
"월급의 많고 적음은 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정원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정원을 가꾸는 일이 마냥 즐겁고 행복합니다."
소년의 대답을 듣고 주인은 크게 감격했다. 소년의 미술적 재능 자체보다 어떤 대가나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순수한 열정이
주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주인은 당장 소년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주인의 적극적인 후원 덕에 소년은 꿈에도 그리던 미술공부를 할 수 있었고,
재능을 활짝 꽃피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소년이 바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미술가, 천재 화가이자 불세출의 조각가 미켈란젤로다.
만약 미켈란젤로가 가난에 낙담하여 인생을 되는 대로 마구 허비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원을 돌보는 둥 마는 둥 했더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리라.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을 수놓은 「천지창조」나 「피에타」는 없었을 것이고 그 감동이 후세까지
전해질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서
비로소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떤 일이든 우선 최선을 다하고 후회나
미련 없이 겸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 말이다.
속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와 비슷한 말이기도 하다.
물론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만큼 대가나 보상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무위도식하며 가만히 있다면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결과야 어떻든 현재에 충실하며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은 단 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어떤 경우든 일단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 다음,
그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자기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
누구도 타인이 베풀어주는 자선에 의존하고, 기생하는 삶을 살기를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마땅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야 한다.
- 최승노 | 자유경제원 부원장
- 살림 간, 복거일 남정욱 엮음, ‘내 마음 속, 자유주의 한 구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