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에 용산에서 모임이 있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역시 부부동반이었다.
이번엔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이종사촌지간의 형제모임이었다.
작년 12월에 송년모임을 하고 3개월만이었다.
함께 영화를 보았다.
이번 모임의 준비는 30대 중반인 막내가 맡았다.
용산 CGV에 있는 '4DX 영화관'이었다.
영화는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익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킬링타임 무비'였다.
사실이 그랬다.
거대한 로보트들이 출현해 선과 악이 대립하며 치열하게 싸우는 뻔한 시놉시스였지만 눈요기하기엔 딱이었다.
중년들보다는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영화였다.
영화평은 그렇다 치더라도 '4DX'는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ㄷ'자로 펼쳐진 와이드 아미맥스 스크린에 음향과 조명도 특별했다.
좌석이 상하좌우로 심하게 요동쳤고 가끔씩 전 객석에 가랑비가 쏟아지거나 작은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총알이나 미사일이 날아올 땐 마치 내 귓볼을 스치며 지나가는 듯했다.
현장감, 동시성, 공간감이 쩔었다.
그럴 때마다 얼굴 주변에서만 짧게 요통치는 국소적인 바람과 효과음이 콤팩트하고 임팩트 있게 내 피부와 귓가를 스치거나 때렸다.
"히야, 과거에 비해선 엄청난 진보인 걸?"
4-5년 전에 체험했던 수준에 비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였다.
극장 전체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숨가쁜 영상들과 일체감 있게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막 물 밖으로 나온 싱싱한 물고기가 팔딱거리듯, 전 공간이 그렇게 살아서 흔들리고 비틀렸으며 사정없이 꿈틀댔다.
기민하고 절묘했다.
영화감상을 마치고 나왔다.
모두가 만족한 얼굴이었다.
특히 배우자들이 하나같이 좋아했다.
식사하러 갔다.
이번엔 '마린칸토'였다.
고품격 이탈리안 씨푸드 뷔페 레스토랑이었다.
정말 넓고 깔끔하고 맛있는 식당이었다.
미리 예약을 해 둔 까닭에 전용룸으로 안내받고 입장했다.
와인을 곁들여 가며 오순도순 대화를 이어갔다.
음식도 좋았고, 분위기는 더욱 훌륭했다.
남동생과 제수씨.
여동생과 제부들.
모두가 이종사촌간이었지만 자주 교제하다보니 친형제 이상으로 좋은 감정과 친밀감이 쌓여갔다.
식사를 마치고 10여 분 정도 걸었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완벽했다.
동생들과 헤어진 뒤 귀가하면서 생각했다.
"오늘은 역시 젊은 감성이 돋보인 멋진 날이었어"
아내도 동감이라 했다.
바로 그 점 하나만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만약 내가 예약했다면 '4DX'와 '마린칸토'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50대에 익숙한 분위기로, 동생들이 보기에 약간은 고리타분할지도 모르겠지만, 무난한 장소와 컨셉으로 예약을 했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과의 동행은 항상 싱그럽고 즐겁다.
또한 동생들과의 만남도 항상 새롭고 풋풋하기 그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그들로부터 배우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내는 훗날 현업을 그만두면 고향으로 가려한다.
그때까지는 이 모임에 대한 장기적인 프레임과 방향성을 잘 수립하고 잡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친밀하고, 서로 격의없이 교제하며, 심심한 위로와 격려가 묻어나는 이종사촌 형제들간의 모임.
내가 생각하는 모임의 테마다.
맨처음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매번 잘 협조해 주고 동참해 주는 동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어린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더욱이 각 배우자들에겐 더 깊고, 더 큰 고마움과 신뢰를 전한다.
따뜻한 이 봄날, 삶은 아름답고, 상호간의 관계는 못내 정겹다.
생을 찬미한다.
브라보.
첫댓글 정이 가득한 모습이네요. 젊음의 감성에 익숙해지려는 형님의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아침에 행복한 풍경을 대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감사합니다~~
집안 구성원들이 우리 기욱부부를 중심으로 화목하게 지내는걸 보니 참 보기 좋네요.특히 이종형제들까지 챙기기가 쉽지않은데..앞으로도 오래오래 단합하고,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