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낙이 물지게를 지고 먼 길을 오가며 물을 날랐습니다.
양쪽 어깨에 항아리가 하나씩 걸쳐져 있는데 왼쪽 항아리는 살짝 실금이 간 항아리였습니다.
그래서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항상 반쯤 비어 있었습니다.
왼쪽 항아리는 금 사이로 물이 흘러내렸고, 오른쪽 항아리의 물은 그대로였습니다.
왼쪽 항아리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러던 어느날 아낙에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저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 죄송해요. 금이 가서 물이 새는 저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것으러 쓰시지요."
아낙이 빙그레 웃으면서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것을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괜찮아. 우리가 지나온 길의 양쪽을 보거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은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가 되었지만, 네가 물을 뿌려준 왼쪽길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과 생명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잖아."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고, 나는 그 생명을 보면서 행복하단다. 너는 지금 그대로 네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는것 이란다."
사람들은 완벽함을 추구하며 자신의 조금 부족한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자기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 낙심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금이 간 항아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완벽한 항아리들 때문에 삭막할 때가 더 많습니다.
약간은 부족해도 너그럽게 허용하는 것이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드는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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