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많이 추격, 부산 해볼만” 마지막 하루까지 맨투맨 설득
[2030 엑스포 유치전]
최종 투표 D-1, 우호국 표심 잡기
한덕수 총리, 尹 바통 이어 현지에
재계 총수들, ‘韓기업과 협력’ 강조… 민관 유치위, 지구 495바퀴 돌아
伊 1차 투표 탈락시 표 흡수 관건
28일 국제박람회기구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홍보 총력전에 나섰다. 파리 국립 오페라극장에 건 삼성전자의 대형 옥외광고. 삼성전자 제공
“긴 행진곡 중 마지막 악장만 남기고 있는 심정이다. 제 마음은 차분하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이틀 앞둔 26일(현지 시간) 한덕수 국무총리가 개최지 최종 투표가 열릴 프랑스 파리 출국에 앞서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파리를 방문(23∼25일)한 데 이어 한 총리가 바통을 넘겨 받아 현지에서 재계 총수들과 ‘코리아 원 팀’으로 막판 총력전에 나선다. 개최지 투표가 실시되는 28일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27일, 만 하루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 막판까지 지지·우호국 표심 다잡기
유력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파리에 도착한 한 총리는 26일 오후부터 쉴 틈 없이 곧바로 ‘맨투맨 세일즈’에 나섰다. 한 총리는 부산 엑스포가 국제사회의 개발·기후·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연대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은 개최지 선정 투표를 위해 파리에 모여든 BIE 회원국 대표들 가운데 한국에 비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했거나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대표들의 표심도 최종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BIE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양국이 엎치락뒤치락 미팅을 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고 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20일부터 파리에 머물며 한국이 빠른 시간 경제·문화적 발전을 이뤄낸 경험을 세계와 공유한다는 뜻을 담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설파하고 있다.
28일 국제박람회기구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홍보 총력전에 나섰다. 파리 현지를 다니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카와 LG전자의 래핑 버스. 현대자동차그룹·LG전자 제공
재계 총수들도 현지에서 부산 엑스포가 한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프랑스에 남아 28일 최종 발표 때까지 현지에서 유치 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투표일까지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 파리에서 막판까지 가능한 한 많은 국가의 관계자들을 면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사업 관계가 있는 국가들의 막판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도 프랑스에 남아 각국 대사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귀국한 구광모 ㈜LG 대표 역시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의 BIE 대표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차(결선) 투표가 열릴 것으로 보고 1차 투표로 탈락이 예상되는 이탈리아 로마 표 흡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BIE 182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 이상 득표(122표)하는 후보지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 후보지끼리 2차 투표가 진행된다.
● 민관 ‘원팀’ 500여 일간 지구 495바퀴
28일 국제박람회기구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홍보 총력전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의 말레이시아 및 페루 사업장 직원들이 보내온 응원 메시지. SK이노베이션 제공
정부 안팎에선 전방위적인 민관의 유치 총력전으로 “한번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정부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모든 기업이 힘을 합쳐서 ‘원팀 코리아’로 정말 열심히 했다”며 “추격자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많이 추격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엑스포유치위원회가 꾸려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민관이 부산 유치를 위해 지구를 495바퀴 돌았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총리, 국무위원·특사 등 정부 측에서 976만8194km(지구 243바퀴), 13개 기업 최고경영자(CEO)·임직원 등 기업이 1012만3385km(지구 252바퀴)로 총 1989만1579km(지구 495바퀴)를 돌았다는 것. 특히 윤 대통령은 1년 4개월여 동안 12개국을 찾아 96개국 462명(정상 110명)을, 한 총리는 25개국을 방문해 112개국 203명(정상 74명)을 만나 부산 유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전을 함께한 13개 기업도 총 174개국을 찾아 2807명(정상 382명)을 만났다.
신규진 기자, 변종국 기자, 부산=강성명 기자, 이상헌 기자
삼성 ‘부산 광고판’, 현대 아트카… 막판 총력전
[2030 엑스포 유치전]
삼성, 극장-공항입국장에 유치광고
SK, 전세계 사업장서 응원 메시지
LG 래핑 버스, 파리 내외곽 누벼‘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막판 ‘부산 홍보전’이 뜨겁다.
26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는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에 ‘갤럭시 Z플립5’ 이미지와 부산 엑스포 로고를 더한 대형 옥외광고를 걸었다. 삼성전자는 파리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샤를드골 국제공항 입국장의 14개 대형 광고판에도 부산 엑스포 유치 응원 광고를 집중 상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사업장 구성원들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는 플래카드를 든 사진과 메시지를 본사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이오닉6’ ‘EV6’ 등 전기차를 활용해 특별 제작한 아트카 10대를 파리에 투입했다.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란 문구를 새긴 아트카들은 루브르 박물관과 개선문 등 파리 주요 명소와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 및 각국 대사관 인근 지역을 순회한다.
‘LG 래핑 버스’도 파리 시내를 누비고 있다. LG전자는 부산을 홍보하는 이미지와 응원 문구를 외관에 감싼 2층 버스 두 대를 파리에서 운영하고 있다.
파리시 외곽을 원형으로 도는 노선과 파리 시내 중심부에서 샤를드골 공항, 오를리 공항을 오가는 노선이다. LG는 파리 시내버스 2028대에도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현대차 아트카와 LG 래핑 버스는 개최지 선정 투표일인 28일 BIE 총회 회의장 주변을 집중적으로 돌아다니며 각국 대표들에게 부산을 각인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 투표 기호 1번을 배정받은 것을 반영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 미디어파사드에 캐치프레이즈 ‘BUSAN IS NO.1’을 송출한다.
홍석호 기자, 송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