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쳐야만 가능 했던,
금지된 사랑[Forbidden Love]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제인의 마음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수없는 미묘한 떨림 그 증거로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담담하게 결혼예기를 꺼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가 못한 것이다. 애를 태우는 그녀를 모르는지 은혁은 선뜻 대답
을 내어주지 않았다. 제인은 점점 곤란해져 가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쓰린 가슴을 삼켰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
"역시 너무 이르지?"
마침 제인이 아는 노래가 카페 안을 가득 매웠다. 제인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Ioanna Mouskouri의 plaisir d'amour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말을 돌릴 기회를 찾았음에 웃음지으며 입을 꾸욱 닫은채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노래 오랜만에 듣는다. 네가 좋아했잖아."
은혁은 더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고 싶지않았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데, 어떻게 그녀의 청혼을 받아 드릴수가 있을까? 좋
아했다던 노래도 싫어했다던 것도 모두 다 내가 모르는 것이고 기억에 없는 것들인데, 어떻게 우리가 이루워 질 수 있을까. 안되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옳지 않은 일이다. 원치는 않았지만 그는 그녀를 명백하게 속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자리하지 못하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의 그런 행동에 놀란건 제인이였다.
"먼저 일어 설게요."
은혁은 급한걸음으로 쏜살같이 카페를 나갔다. 곤란해서 나가는것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상황이였다. 제인은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들
어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머금을 듯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카페를 나선 은혁의 마음도 그리 좋지 못했다. 그는 밖으로 나와 묘한 열기를 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목이라도 탄 듯 입술을 축였다. 혼란스
러웠다. 그의 심장에 거센 폭풍이라도 몰아 치는것 같았다. 가슴 한켠이 아팠다. 자리를 그대로 박차고 나온건 그녀에게 상처를 준것이 틀
림이 없었다.
그는 조현이 있는 아파트로 터덜터덜 향했다. 그의 걸음은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에 들어서니 쇼파에서 문쪽
을 응시하던 조현이 할말이 있는듯한 얼굴로 일어섰다.
"할말 있으면 나중에 해줘."
그런 얼굴을 간단히 간파해 버린 은혁은 그의 입을 막았다.
"무슨 일 있는 거냐 너?"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 위로 그대로 쓰러져 버린 은혁을 보며 조현이 물었다. 외출 후, 들어오자마자 말끔하게 씻는 일 부터 철두철
미하게 하던 이가 바로 침대 직행이라니, 상관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나쁜놈이 되가고 있는 것 같아. 이제 한계야 힘들어."
"뭐가 힘들다는거야."
"제인, 그 여자 말이야. 그 여자를 보면 기대고 싶어져, 사랑하고 싶어진다고."
"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은혁의 고백에 조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여자라고는 반민하 이후로 담을 쌓아도 우주까지는 쌓아 놓던 놈이 여자라니!
조현이 은혁을 보아온 관점으로 볼 때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도 여자도 보통여자이던가! 제인이 아닌 다닌사람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
겼겠지만, 조현은 그의 고백앞에 적절하게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안되는 거지. 그건."
제인의 부모라면 옳다구나 할지도 모르지만, 은혁의 관점으로 볼 때 쉽지 않은 일임은 틀림이 없었다. 형의 여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
를 속이고 있다. 선뜻 그래라 하고 할 수가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작은 왜 했냐. 왜 안되는 사랑만 골라서 하는 거냐 너란 녀석은. 널린게 여잔데."
"그러게."
"미국 지사에서 연락왔어. 휴가는 끝났다고, 이젠 정리해서 돌아오라고, 이만큼이면 많이 봐준거지. 널 봐서 몇 주만 더달라고 애원하긴 했
는데, 마음 정리되면 네가 통화해봐."
"알았어."
얼마나 지났을까. 조현은 한켠에 서서 발에 불이라도 붙은듯 온 사방을 휘젓고 다니는 은혁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뭔가 내키
지 않은 일이 있는듯 한데, 그는 아무말도 않고 아까부터 빠르게 걷기만 했다.
"걸리는게 있다면 해결하고 오지그래. 너 정말 못 봐주겠어."
보다못해 조현이 한 충고에 은혁은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외투를 들고 쏜살같이 밖을 나갔다.
"이거 생각보다 중증인걸…."
홀로 집에 남은 조현이 혼자 중얼 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은혁을 염려하는 그의 걱정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한편 어두 컴컴해진 거리를 걷는 은혁은 다급했다. 그녀가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으련만, 만약이라는것이 있었기에, 그녀를 만난다면 사과
의 말이라도 건내고 싶었다. 그녀의 마음을 적당히 달래주고 싶었다. 지금 그녀를 못만난다면 죄책감에 끙끙 앓으며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
야 할 것이다.
그의 걸음은 불이라도 붙은듯 점차 빨라 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은혁의 앞에 그녀와 아까전 예길 나누던 카페가 환히 불을 밝히며 우뚝 서
있었다. 유리 창문으로 인해 속이 훤히 드라나 보이는 자리에 제인 그녀가 앉아 있었다. 세상에, 그가 떠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렇게 앉아
있는 걸까. 은혁은 카페로 들어가 그녀 앞에 섰다. 고개만 틀면 보일곳에 서있는데도 제인은 알아 채지 못했다. 그건 그녀가 잔뜩 고개를 숙
으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술을 축이며 그녀를 내려다 보는 그의 눈엔 수없는 고뇌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그의 한숨소릴 들은 것인지
제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은혁을 보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 섰다. 그녀의 얼굴을 살핀
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 갔다. 세상에, 얼마나 운것인지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을 뿐더리 붉게 상기된 얼굴이 울긋불긋 했다. 그를 본
그녀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은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제인은 그를 보자 슬픔이 왈칵 솟는듯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는 울음소리가 잦아들기는 커녕 더 커지는 그녀를 보며 어쩔줄을 몰랐다.
"울지마요. 나 정말 속상하게 왜 울어요."
흘러 내리는 그녀의 눈물을 그는 두 엄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닦아 주었다.
"내 행동이 상처가 되었다면 정말 미안해요."
"제발 울지마요."
애원을 하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어도, 그녀의 눈물은 쉽사리 잦아 들지 않았다. 여간 충격이 큰게 아니었던 모양이었
다.
"내가 정말 싫은거야? 난 정말 아니니?"
가까히 다가오려던 은혁을 제인이 손끝으로 살짝 밀어내면서 말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아니라면 나…."
그녀가 울먹였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그녀를 정리 시켜야 된다는것을 알았지만, 은혁은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녀를 말없이 끌어 안
아 주었을 뿐이었다.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당신을 좋아한다고, 어쩌면 이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난 형이 아니라고, 무엇보다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고….
그 날 은혁은 제인의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달밝은 밤 그녀는 더없이 기뻤지만 은혁은 달의 시퍼렇게 선 칼날이 심장을 찌르는것 같은 쓰
라린 통증을 느꼈다. 옮지 못한 사랑이 죄라면 자신을 틀림없는 유죄였다.
제인은 다음날 아침, 산뜻한 느낌으로 커텐사이로 전혀져 오는 햇살을 반겼다. 오늘은 웬지 좋은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제
자신을 안아주던 그의 품속에서 분명 따뜻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속이 행복으로 풍만해 졌다. 그걸로 만족이다. 그녀는 짖지
않은 화장으로 몸을 단장했다. 그리고 화사한 정장을 꺼내 입었다. 어두운색 개열의 정장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따뜻한 느낌
의 화색이 도는 느낌을 연출해내고 싶었다. 그녀는 노란색의 니트와 주름이 잡혀있는 검은색의 치마를 입었다. 그리고 흰색과 파란색이 줄
무늬로 들어간 자켓으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오늘 점심도 그와 함께하자는 약속을 잡았다. 이보다 더 기쁨을 주는 일이 어디 있을까?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문숙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로 출근하였다. 그리고 어김없이 윤진의 보고를 받으며 회사 업무를 시작하였다.
"오늘 기분이 좋아보이세요. 사장님."
윤진이 업무를 보고하다가 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는 제인을 보며 불쑥 말을 꺼냈다.
"그래?"
"네, 회사 일이 잘되셔서 그런가요 아민사원과 잘되서 그런가요?"
"둘 다."
"네? 정말요 좋으시겠다. 지난번 폐션쇼가 우리 회사 수익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아글리아스 폐션쇼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그리고 아민
씨와 사장님에게 줄곧 일편 단심이니 패스. 차 올릴게요."
제인은 윤진이 가져다준 차를 세잔째 마시며 일에 집중했다. 윤진의 말대로 도진과 벌인 폐션쇼가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준건 사실이었다.
폐션쇼 영상이 세계 각국에 퍼짐으로써 폐션계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누가 봐도 지루하지않고 색달랐던 폐션쇼 그저 자신의 자존심을 세
우기위해 받아드린 제인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기회 행운을 안겨다 준 것이다.
벌써 네번째인 차를 내오며 제인의 책상 주위를 돌아다니던 윤진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저 사장님 이번에 추진하는 한복 폐션쇼에 오프닝 무대를 가야금으로 직접 연주하자는 예기가 나오고 있는데 기획 팀장님의 서 재용 팀장
님이 물어보시라는 데요 어떠세요?"
"왜 서팀장이 직접 말 안하고, 너의 입을 통해서 묻는 거지?"
"바이올린이면 바이올린 피아노면 피아노 가야금이면 가야금 사장님 잘하시잖아요. 저 사장님 취임식 할때 장기자랑으로 가야금 연주하는
것 보고 반했잖아요! 얼마나 우아하시던지. 그때 사원의 3분의 2는 다 넘어 갔을 걸요."
"윤진씨 설마 그걸 나보고 하라는건 아니지?"
"바로 그거에요."
"서팀장이 왜 네 입을 통해 묻는지 알만하군."
윤진은 갑자기 나가더니, 갈색천으로 둘둘 감싸진 무언가를 들고 왔다. 제인은 그것을 손으로 가르키며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그거 뭐야?"
"가야금이죠. 서팀장님이."
윤진은 은근히 서팀장의 기획을 바라고 있는듯 야릇한 미소를 띄우며 가야금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 놓았다. 악보까지 철저하
게, 제인은 못이기겠다는듯 고개를 설래설래 내저었다. 아글리아스 폐션쇼 이후로 자신이 심적고통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잘 는 윤진이 이
러다니,
"절대 할 생각 없어! 가야금 하는 사람이 넘쳐 나는데, 악보만 뭐 봐주지."
제인은 의자위에서 일어서서 악보를 손으로 들어 올렸다. 눈으로 짐작하는 음로는 잘 짐작할수 없자. 제인은 가야금을 악보에 따라 연주해
보았다. 폐션쇼에 맞게 지은 음악인듯 그녀가 한번도 보지 못한 색다른 음계였다. 뭔가 격정적이고 슬프면서 아련한 향기의 내음을 담고 있
는 음은 제인의 맘에 쏙 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본격적으로 쇼파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야금을 치마를 입은 한쪽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연주를 하였다.
눈이 가야금 줄을 향해있어 살짝 감은 그녀의 눈은 묘한 신비로움을 주었고 그녀의 얇은 손에서 뻗어나가는 음율은 윤진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그 시간 서훈은 출장 후 업무 보고를 하기 위해, 제인의 회장실 앞에 서있었다. 비서 윤진도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없고 문으로 직접 노
크를 하려던 차였다. 하지만 문 밖으로 들려오는 구슬픈 가야금 소리에 그는 숨을 멈추고 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그 소리를 들은것은 제인
과의 점심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라온 은혁도 마찬가지였다. 서훈은 자신의 뒤로 누가 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심코 돌린 눈은
그 자리에서 딱 박혀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묘한 열기를 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은혁을 바라보았다.
------------------------
팬카페:So Lovely Family
p.s언제나 한편더 대기중
------------------------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연재 ]
금지된 사랑[Forbidden Love] 19
다음검색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