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에게는 삼십대 중반에 아직 미혼인 절친 한 명이 있는데, 이 친구를 시집 보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씁니다.
저도 덩달아 주위에 제가 아는 사람을 몇 번 소개시켜준 적도 있지만, 번번히 실패했죠~
아내 말로는, 날씬하고 얼굴도 보통 이상에 착하기까지 한데 왜 남자친구가 안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옆에서 아내가 말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니, 이 ‘착한 성격’에 대한 정의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착한데 자기 속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착한데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쉽게 못 내린다, 착한데 친구들의 농담이 조금만 도가 지나쳐도 쉽게 흥분한다.
우리는 흔히 착한 사람을 일컬어, ' 그 친구는 정말 착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착하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사전에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라고 나오는데 언뜻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의어와 반대말을 확인했더니 ‘온순하다’와 ‘악랄하다’가 나옵니다.
이제 조금 느낌이 오기 시작합니다. ‘온순하다’라는 말은 성질이나 마음씨가 온화하고 양순하다라는 의미인데,
드라마 허준에 나오는 허준 부인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흥분하거나 자제심을 잃는 법 없이
한 결같이 차분하고 선량한 사람을 뜻하는 듯합니다.
법정스님, 성철스님, 김수환 추기경... 이런 분들이 흔히 선한 사람의 상징적인 존재라고들 말합니다.
(물론 그 이상으로 성스러운 존재죠)
그 분들이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그 모든 행위가 '선(착함)' 그 자체라는 말이죠.
흔히 일본사람들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범절을 갖추었다고 하지만 이를 두고 착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기로 일본사람들이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겉으로 선한 행동을 하면서 자기 마음속으로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착하다’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게 아닐 경우 위선자겠죠.
저는 어려서부터 맹자의 성선설을 믿으며 자칭 휴머니스트라는 자기암시 속에 살아왔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언행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나와 전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일단 그들의 선함을 인정하고 상대하자'라는 인생관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제 머리와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성선설에 대한 믿음 그 자체는 순수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로 짜증이 밀려오고, 화가 치밀어 오는 순간이 있고,
가끔 이런 것들이 행동으로 이어져 작거나 큰 다툼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제가 제 스스로 만들어놓은 착한 사람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임은 분명합니다.
적어도 착한 사람이라고 하면 남을 위한 작은 배려부터 커다란 희생과 봉사를 하는 매 순간에도
전혀 눈치를 보거나, 이해타산을 셈하거나,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남들로부터 인간성이 좋다는 인정을 받는 일에 흥이 나서 행동하고,
그러한 기대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남을 나처럼 생각하는 착한 마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 적대적인 마음이 제 안에서
마구 생겨나는 순간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아무런 대가를 원하지 않고 순수하고 지속적으로
착한 행동을 해야 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착하게 산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에 착하게 살 힘이 올라왔을 때,
그 힘으로 살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내면에 착하게 살 힘이 올라오지 않았는데도 착하게 사는 사람은
나 혹은 자아를 실종한 생활을 하기 쉽다.'라고 설명합니다.
즉, 남에게 착한 존재로 보이기 위한 과도한 욕구가 자신을 억압해서 착해 보이는 사람,
좋은 사람으로 드러나게 한다는 말이죠.
이런 사람들의 문제는 자아가 실종된 생활을 한 까닭에 나이가 들고나서야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누구를 위해 살았는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뒤늦은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착한 사람 콤플렉스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착하지도 않은데 괜히 착한척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고민하다 얼마 전에
샌프란시스코 신학교 교수인 상담 전문가 듀크로빈슨의 '좋은 사람 콤플렉스'라는 책을 한 권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좋은 사람들 콤플렉스가 가져오는 사회적 병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완벽주의 때문에 자신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하며
그 과정에서 쓸데없는 걱정과 스트레스, 과도한 좌절감에 시달린다.
2. 주위의 부탁을 거절지 못하거나,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3.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혹시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여 자기 소신을 밝히는데 소극적이다.
4. 좋은 사람의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수년 동안 언성 한번 높이는 일 없이, 양보하고 이해하며
마냥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위선자로 낙인 찍히거나, 오히려 속으로 삭힌 분노를
애꿎은 사람에게 풀어 더 큰 일을 저지르게 된다.
5. 정당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는 욕심에 매사에 너무 논리적으로 행동한다.
6.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 두려워, 아니면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 겁이 나서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입 냄새가 나도 꾹 참고 괜찮다고 말한다.
7.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본인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조언을 날린다.
8. 맹목적으로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어 자립심을 기르는데 방해가 되어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린다.
9. 지인이 슬픔에 빠졌을 때, 상대방의 슬픔에는 무관심하고 돕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남들보다 한층 과장된 스킨십이나 억지스런 조언을 한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제 모습이 쓸데없는 일 거리를 만들어서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는 하고픈 싶었지만, 게을러서 제 스스로 하기 힘든 일을 타인과의 약속의 힘을 빌어서,
이를 노동에너지로 이용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다시 글로 돌아가서 보면,
저자는 위와 같은 좋은 사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음의 8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1. 다른 사람에게 점수를 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본연의 나를 인정한다.
2. 과중한 업무에 지치지 않도록 삶을 균형 있게 관리한다.
3. 속내를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밝힌다.
4.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 지혜롭게 표출한다.
5. 비난을 받았다면 변명하는데 급급해하지 않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인다.
6. 훈계하기보다는 유익한 정보를 일러준다.
7. 상대방이 스스로 구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8.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보호자보다는 도우미가 된다.
이렇게 8가지 방법을 통해 '착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교정하고 행동을 달리 하되,
선한 의도와 사회적 규범의 가치는 분명히 밝혀두고, 좋은 성품과 순수함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라고 주장합니다.
위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이 되고자 함 사이에서 콤플렉스가 생긴다고 했는데, 이 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올바른 행동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서 일단 새로운 안목으로 자신을 보고, 감정을 솔직히 비치며,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내면의 메시지를 바꿔야 하며, 불의에 맞설 수 있는 배짱도 키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책 광고는 아닙니다 ㅎㅎ 사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ㅋㅋ)
그냥 출근후에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예전에 썼던 글을 한번 올려봅니다^^
첫댓글 전 성악설, 성선설, 성무선악설 다 생각해봤는데, 결국엔 성악설이었습니다.
단, 그 악이라는게 '그냥 악하다.' 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악해진다.' 즉, 이기심이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것때문에 악해진다고요.
동감합니다! 성이기설이라고 합시다ㅋㅋ
저도 솔직히....이기적인 제 모습에 많이 실망하며 삽니다....ㅠㅠ
철이 든다는게 그 이기심을 내려놓는것 같은데, 쉽지 않네요 ㅎㅎ
제 생각이지만은 요즘은 착한사람 콤플렉스는 커녕 너무 지멋대로 행동하는 인간이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려고 해보고, 좀 부탁좀 하지말고 지가좀 해결할려고 해보고 나서 부탁하고, 화나면 분노 좀 억눌를 줄 알고, 좀 논리적으로 생각할려하고, 남들힘들면 동정심도 부릴줄 알고요.. 착한사람이 많아졌음 좋겠네요 저는... 좀 착할려고, 상대방을 배려해줄려고 하고 나서, 너무 심하다 싶으면 자기 주장 내세우고 그러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은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예전보다 망설임이 없다고 해야하나... 암튼 자유분방한 의식구조 덕분에 생긴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려구요... 어쩔수 있나요 ㅠㅠ
한국사회에서 잘 살려면 나쁜..아니 이기적인 인물이 되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얼마 전에 '내일을 위한 시간'이라는 영화 보고 힐링 하긴 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절대로 일어나기 힘든일이겠구나 생각하니 한숨만..
그 영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ㅎㅎ
한국은 사회가 문제죠...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으니...ㅠㅠ
이기주의에 기회주의자면 기득권이 될 기본조건은 갖춘 거죠.
저도 고민했던 문제였고 그래서 나름 변화를 주려고 시도한 게 '나쁜 사람인 척 하는 거'였죠. 근데 그게 더 어렵고 힘듭니다.. 솔직히 저런 책 읽고 뭐 얼마나 감화되고 바뀔 지는 의문이지만 단 하나라도 실천하려는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이거 하나만 되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그냥 곁가지일 뿐이죠. 모든 문제를 다 보완할 수는 없습니다. 때때로는 부족한 자기 자신을 그대로 긍정하는 게 좋더라구요.
저 책은 나온지 좀 됬구요... 그 이후에 이슈가 된게 자존감이었죠 ㅎㅎ
모든 책이란 존재는 단 한가지만 얻어서 변화한다면 대성공입니다....
물론 그러면서 서서히 변화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런 고민을 이어가신다면...원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을겁니다 ㅎ
잘 읽고 갑니다~
앜 ㅎㅎ 감사합니다...
착한 사람은 절대 아닌듯 ㅎ
근데 후배들에게 소개팅을 받아내기 위해 사리는중입니다. ㅎㅎㅎ
상황에 따라 악하게도 착하게도 잘도 설정하며 삽니다. 물론 후자가 훨씬더 많지만 ㅎ 그게 저한테 이롭거든요!
그나저나 본문주제와는 상관없이 그 여자분이 궁금해지건.. 저만 그런건가요..ㅎ
ㅋㅋ 얼마전 동갑내기와 결혼했답니다~ 잘사는지는 전혀 모르고요
저는 제 자신이 착한줄 알았는데 해당사항이 딱히 없는거보니 착한거 같진 않네요ㅎㅎ
몇 가지만 좀 보자면...
1. 완벽주의 때문에 자신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하며 그 과정에서 쓸데없는 걱정과 스트레스, 과도한 좌절감에 시달린다. -> 제 자신에 완벽주의는 좀 있는거 같습니다. 허나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완벽을 기울이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신경쓸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게 없는거 같아 오히려 저는 이 부분이 걱정입니다. 적당히 있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회사에서는ㅋㄷ
6.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 두려워, 아니면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 겁이 나서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입 냄새가 나도 꾹 참고 괜찮다고 말한다.
-> 거짓말이 안됩니다 본의아니게ㅜㅜ 가면을 잘 못 쓰는 성격이라 표정이 좀 드러나는 편이라ㅎㅎ 거짓말이라도 할 법한데 표정 다 드러나는데 거짓말하면 더 마이너스라서 그냥 어쩔 때는 차라리 직구를 날립니다ㅋㅋ
3.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부탁을 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혹시 좋은 사람이되지 않을까 하여 자기 소신을 밝히는데 소극적이다. -> 이건 좀 맞는거 같기도 하고.. 저는 부탁을 좀 잘 못합니다. 사실 상대방을 잘 믿는 성격은 아니라서.. 이 사람이 내 부탁을 확실히 잘 처리해줄것 같다는 좋은 느낌이 있으면 부탁은 합니다. 그리고 부탁을 해서 얻어내는게 있으면(테이크) 나중에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정도(기브)를 계산하는 성격이라 케바케로 좀 달라지는거 같습니다. 소신 밝히는데는 고집있고 적극적인 편인데.. 회사 생활에서는 능사는 아니더군요 참.
결론적으로 보면 그렇기도 아니기도 한데..
확실한건 회사 생활하고나서, 마치 진짜 사춘기를 겪는것처럼 성격과 정체성에 변화를 겪고 있는거 같습니다.
@넌나만의TOP 꼼꼼하게 답변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람은 보통 일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겉으로 보기엔 강해보이지만, 속은 여리다거나... 대체로 선하지만 불의를 보면 폭발한다거나..뭐 이런 마당에 대추나무 같은 이야기들 ㅎㅎ
절대로 착하거나, 이기적이거나, 못된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테고, 또 나이를 먹을수록 달라질테니까요 ㅎㅎ 암튼 어떤 식으로든 성장해야 하는건 분명합니다!
저도 저 자신이 착한 사람 아니었음 좋겠고 더이상 착한 사람에 대한 세상의 거짓된 미화 나 강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속고 산 기분이에요. 살아서도 죽어서도 착한 사람이 아니라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노하우는...강신주만한 멘토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껍데기만 따라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수도 있지만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전 오히려 그런 발상이 조금은 위험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네요...
너무 내 위주에서먀 옳다고 생각하는거일수도 있거든요...
세대가 바뀌면서 직장문화도 변화하고 있고, 그래서 과거에 절대 정의였던 것들이 지금은 진부한 구시대 유산이 될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