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11) - 10∙26에 즈음한 역사의 전말
어제(10월 26일)는 한국역사의 큰 변곡점이 되는 날, 1909년 이날 애국청년 안중근은 하얼빈에서 한일합병의 주역 이또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였고 70년을 격하여 1979년 이날 청와대가 있는 궁정동안가에서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유신의 심장인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였다. 역사의 오묘한 짜깁기인가, 그 전날(10월 25일) 한국경제의 큰 별 중 하나인 이건희 삼성회장이 오랜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하였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부음을 전한 신문기사, 빈소가 마련된 서울 삼성병원에는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키운 고인을 기리는 추모객의 물결이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추모 멘트, '삼성을 세계일류기업으로 발전시켰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였다.'
26일 아침 식사시간에 아내와 함께 우연인 듯 한데 엮인 하늘의 섭리를 묵상하며 역사의 흐름에서 대국을 관조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의기가 투합하였는가, 저녁에 인터넷을 살피니 KBS의 한 프로그램에서 이를 심도 있게 다룬 내용이 눈에 띠어 반가웠다. 출연자는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함세웅 신부, 내 나름의 주관적인 의견보다 사회적 공기에서 다룬 대담이 더 의미가 있다고 여겨 그 요지를 살펴본다.
■ 프로그램명 :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 코너명 : <훅 인터뷰>
■ 방송시간 : 10월 26일 (월) 18:15~18:35 KBS1R FM 97.3 MHz
■ 출연자 : 함세웅 신부
◇주진우: 10월 26일, 역사의 오늘은 매우 중요한 일들이 벌어진다. 먼저 41년 전 오늘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등장하고 111년 전 오늘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등장한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반, 하얼빈역에서 세 발의 총성이 있었고 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에 궁정동 안가에서 유신독재의 심장을 쏜 두 발의 총성이 있었다. 그날의 이야기 들어보려 함세웅 신부 모셨다. 방송 전에 기도하시던데 무슨 기도하셨는지?
◆함세웅: 오늘 대담 들으시는 분들께 잘 전달되기를 바랐고 민족 일치와 화합 또 코로나의 조속한 종식이랄까. 극복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함께 기도하면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함께 기원했다.
◇주진우: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저격했다. 기억하시는지?
◆함세웅: 그때 영등포교도소에 있었는데 다음 날 낮 같이 구속되었던 동아투위 기자로부터 그 소식을 듣고 마음에 전율을 느꼈다. 두 손 모으고 한 30분간 기도를 하였는데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막 나더라. 그때 이게 성서에서 말하는 해방의 체험, 자유의 체험, 하나님의 구원 체험인 걸 느끼면서 고귀하게 간직하고 늘 우리 시대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주진우: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 저격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함세웅: 과거사 또 민주화 심의위원회에서도 증언한 바가 있는데 그 당시 유신독재에 항거해서 맞선 분들은 다 민주화의 운동가로 평가하고 그때 폭압에 의해서 고문당하였거나 상처 받은 분들은 민주화 보상 대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증언할 때 그렇다면 독재정권의 핵인 유신의 심장을 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바로 민주화의 으뜸 공로자가 아니냐.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전 존재를 버리고 공동체를 위해서 선택한 이 부분은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면서 독일의 히틀러를 제거하려 했던 본회퍼 목사의 결단이라든지 또 오늘 기억하는 이등박문을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대단한 결단과 맥을 같이 할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다. 이렇게 증언한 바 있다.
◇주진우: 1909년 10월 26일로 가보겠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신부님이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 이사장이기도 한데 오늘날 우리가 안중근 의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함세웅: 오늘 아침에 효창원, 안중근 의사 빈 무덤에서 많은 분들이 모여서 111주년 의거 추모 기념행사를 거행했다. 거기에서 나온 말씀을 종합하면 안중근 의사의 정신과 삶을 신학적으로 육화시켜야 한다, 체화시켜야 한다. 내 마음에 간직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또 다른 제2의 안중근, 제3의 안중근이 되어야 한다. 이런 말씀들을 하였다.
◇주진우: 아니, 오늘날 다 안중근이 되어서 총 들고 다 나가면 어떻게 하나?
◆함세웅: 아니다. 안 의사는 평화를 주창하였다. 총은 한 번만. 함부로 쏘는 게 아니고 결정적으로 한 번만 쏘고 그다음에 평화를 위해서 사셨다. 이런 의미로 말씀드리는 것이다.
◇주진우: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삼성의 개혁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반성을 위해서도 기도 많이 하고 시국선언도 하였는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했다. 신부님은 어떤 생각하셨는가?
◆함세웅: 죽음은 경건한 사건이다. 어제 주일미사에서 그 전날 돌아가신 박순경 교수님, 여성신학자요 통일운동가 또 훌륭한 청소년들의 귀감이신데 박순경 교수님을 위해서 기도 올리면서 함께 이건희 회장도 기억하면서 기도 올렸다.
◇주진우: 이건희 회장을 위해서?
◆함세웅: 어제 뉴스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기업가의 한계인데 마누라와 자식을 빼놓고 모두 바꿔라. 이게 그분의 아주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런데 성경은 마누라도 자식도 버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건희 회장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분을 위해서 또 삼성이 잘 되기 위해서 기도했다. 이 기회에 삼성이 과거를 딛고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주 도서관에서 청산리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의 평전을 빌려와 읽었다. 평전을 통해 그가 1889년 충청남도 홍성의 부농출신으로 태어나 호의호식할 수 있는 삶을 버리고 독립군에 투신한 일과 1930년 42세에 만주 땅에서 동족에 의해 피살된 것, 말로만 듣던 청산리 전투의 실상을 알 수 있어 유익하였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이 요정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연도. 지난 주말 KBS에서는 청산리전투 100주년 특별기획으로 ‘작은 개인들이 만들어낸 큰 역사, 그때 우리는 하나였다’를 방영하였고 지난 21일 저녁 KBS 광주방송은 ‘봉오동‧청산리전투100주년, 독립군의 위대한 승리’를 통하여 독립을 향한 선열들의 뜨거운 열정을 심층 분석하였다. 그 프로그램에 의하면 100년 전 10월 21일에 청산리전투의 첫 승전보가 울려 퍼지고 그 후 일주일여 10여 차례에 걸쳐 1,200여 일본군을 사살하는 치열한 전투의 실상을 소상하게 소개한다.(출연자가 내가 봉직한 대학의 동료교수여서 그 내용을 유튜브로 살필 수 있었다.) 10‧26에 즈음하여 일깨는 역사의 전말, 지금 우리도 하나였으면!
KBS 청산리전투 100주년 특별기획, '그때 우리는 하나였다'의 시작을 알리는 화면
첫댓글 10.26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때 우리는 하나였다'
제목에서 비장함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