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넘친 괴산댐 위탁관리… 朴정부가 결정했는데, 文정부가 뭉갰다
괴산댐, 과거부터 한수원 수위 조절 실패 논란… 관리 일원화 목소리
박근혜정부서 수자원공사 위탁 결정했지만… 文정부 내내 방치
2018년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도 회의 때 文에 일원화 요청
국회도 요구… 이낙연 "노력" 말했지만 文정부 임기 끝까지 제자리
▲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괴산댐이 만수위를 넘어 월류 중이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이 제공하는 괴산댐 실시간 영상 캡처) ⓒ뉴시스 |
충북 괴산댐에서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물이 넘쳐 지역 홍수 피해규모가 커진 가운데 지역 정치인들의 괴산댐 관리 일원화 요구를 문재인정부가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력발전용 댐인 괴산댐의 관리주체는 한수원이다. 반면 용수 공급과 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다목적 댐은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한다. 관리주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폭우가 오면 수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괴산군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30분쯤부터 9시쯤까지 괴산댐에서 월류가 발생했다. 괴산댐 만(滿)수위는 135m65㎝이다.
이번에 괴산댐이 넘치기 전까지 국내 대규모 다목적·발전용 댐 중 강수로 물이 넘친 사례는 1980년 7월 충북 괴산댐이 유일하다. 같은 댐이 44년 만에 두 번째로 다시 넘쳤다.
괴산군은 괴산댐 하류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칠성면 외사·송동리와 괴산읍 삼승·이탄리 주민 664가구 1168명과 인근 충주시 봉방동·칠금동·달천동·살미면·중앙탑면·대소원면 주민 2292가구 6420명이 인근 공공기관 등으로 대피했다.
괴산군에 따르면, 21개 마을에서 262가구 56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망 2명, 부상 1명 등 인명피해도 발생한 상황이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을 지역구로 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함께 현장을 방문한 16일 "(괴산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게 돼 있는데, 정보 공유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댐은 수위 조절하는 부분을 수정해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괴산댐은 1957년 남한강 지류인 달천(達川)을 가로질러 건설됐다. 괴산댐은 수력발전용 댐으로 분류돼 산업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관리한다. 댐 관리주체는 사용 목적에 따라 환경부(수질·수량)·산업통상자원부(수력)·농림부(농업용)로 나뉜다.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18년 6월 물 관리 일원화를 위한 개정 정부조직법과 환경부·국토교통부 직제가 2018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물의 수질과 수량은 물론 재해 예방 기능까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수자원공사)로 통합됐지만, 수력발전용 댐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여전히 한수원이 소유·운영한다.
이런 관리 다원화가 홍수에 취약해 관리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지역 정가를 중심으로 계속돼왔다. 수력발전용 댐을 담당하는 한수원이 홍수 등 물 관리를 담당하는 수자원공사 등과 정보교류가 정확히 되지 않고, 수위 조절 능력도 떨어진다는 취지에서다.
괴산댐 주변의 지속되는 수해 원인으로 댐의 유역면적(671㎢)보다 댐 용량(저수용량 1532만9000㎥)이 작다는 점도 꼽힌다.
괴산댐은 건설 당시부터 발전용으로 지었기 때문에 저수 용량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였다. 가뭄·홍수에 대비한 능력을 갖춘 다목적 댐으로 보강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일을 진행하려면 관리주체를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로 바꿔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2018년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19호 태풍 솔릭 대처상황' 긴급 영상회의에서 괴산댐의 홍수 위험성을 거론하며 관리주체를 한수원에서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로 일원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전 지사는 당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물 관리 중심의 다목적 댐은 가뭄 및 홍수 시 수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면서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관리하는 괴산댐의 경우 발전용 댐으로 발전을 위한 고수위 운영으로 홍수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 홍수 시 월류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7월 괴산군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해 괴산댐에 월류 직전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13억원의 재산피해가 나면서 괴산댐 수위 조절 실패 논란이 일어났다. 한수원이 괴산댐의 제한수위를 넘겨 운영하면서 홍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괴산댐 수해피해대책위원회도 2018년 9월4일 "지난해 7월16일 괴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됐을 당시 괴산댐은 홍수기 제한수위를 초과해 운영했다"며 "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수원은 즉각 "괴산지역 수해 발생 시 괴산댐의 수위 상승은 댐 상류지역의 단시간 집중호우에 따른 불가항력적 상황"이며 "환경부 홍수통제소로 일원화돼 통합된 규정에 따라 홍수통제소에서 댐 관리 시스템이 구축·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괴산주민 21명은 한수원을 상대로 10억5000만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수로 인해 소유하고 있던 경작지·펜션·주택 등이 침수한 원인이 한수원의 수위 조절 실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2019년 1심 판결에서 한수원이 홍수기 제한수위를 최대 0.35m 초과운영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수해와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속적으로 한수원의 수위 조절 능력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됐지만, 문재인정부는 댐 관리 일원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6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과 한수원 수력발전용 댐을 수자원공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문재인정부에서는 운영 조건을 놓고 두 공사 간 대립이 계속된다는 이유로 일원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8년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야당이던 국민의힘으로부터 일원화가 지체된다는 지적을 받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발전용 댐은 한수원이 수자원공사에 위탁하기로 했는데 두 기관 의견차로 정리가 안 되고 있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댐 관리 일원화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수원 직원 1만3000여 명 중 8000명가량이 가입된 노조의 반대도 있었다. 이후 관계부처가 일원화를 위해 간간이 회의를 진행했지만 진행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됐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지적이다.
박덕흠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일원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살펴보겠다고 하고 이후에는 흐지부지됐다"면서 "한수원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반대했고, 문재인정부는 한수원의 반대에 숨어 사실상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한수원은 "괴산댐 수공 위탁에 대한 댐관리기능조정은 2016년 기재부 발표 이후 무려 40여 차례의 회의를 했지만 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협의를 중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수조절 및 용수공급 기능 수행을 위한 댐 운영은 이미 환경부 홍수통제소의 지시를 받아 통합 운영되고 있다"면서 "이번 호우 시에도 행정기관, 지자체, 물관리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총 48차례에 걸쳐 댐 운영관련 통보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