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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정각 6시.운이 좋아 회사에서 일찍 끝나는 날이면,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급하게 회사를 빠져나온다.
그리고,평소에 비싸서 타지도 않던 택시를 잡아 타고,도착하면.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와 구두를 홀라당 벗어 버리면서
리모컨의 전원을 급하게 눌르고서는 쇼파에 털썩 앉아 버린다.
" 애이.. "
만약 TV에 지루한 선전이 한다면, 부엌으로 달려가 얼른 냉장고에 있는 오징어와 맥주를 바닥에 펼쳐 둔다.
마치 만화 영화를 기달리는 어린 아이처럼 나는 오징어를 씹으며 터질것 같은 마음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건 다름 아닌 요즘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 해요."를 보기 전이라서 랄까?
이 프로그램은 올해 20대 후반으로 들어와서 뼈 안까지 들어오는 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진정제 같은 프로그램이다.
10대때 첫사랑을 하듯 뛰던 기분 좋은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아서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게 되는것 일까?
이미 나에게는 없어져버린 사랑이란 떨림을 다시 느껴보기 위한 대리 만족을 위해 보는것일 수 도 있다.
그리고 저번주 방송.
추석 특집으로 평범한 노처녀 시민과 노총각 시민을 신청 받아 연예인들이 연결 해준다는 공지에 솔깃해진 나는,
몇일 동안 틀지도 않던 컴퓨터를 키고 살짝 두근되는 마음에 응모를 했었다.
" 네에!?? "
그리고,지금. 믿을 수 없다.
현재로써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겨우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버렸다.
단순히 김현중을 볼려는 마음 반으로 신청한건데 지금 내 전화기 속에서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믿지 못할정도로 정신이 오락 가락한 난, 전화기 속에서 PD분이 나에게
응모에 당첨된걸 축하합니다. 라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그 말을 믿게 되었다. 너무 놀라 목소리가
삐끗해진 나에게 또한번 웃는 PD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이건 틀림없이 정말 당첨이였다.
" 감,감사해요! "
휴대폰 플립을 닫고 바로 플립을 다시 열어,아는 동생중에 제일 젊은 층의 해리에게 긴급 문자를 보냈다.
바로 내일 모래가 녹화라니, 입을 옷도 없고 머리도 해야하고 또 다른 여자 한테 꿀리지 않을려면 피부 관리도 해야하는데?!
" 우..우선 빨리 자야 겠어!! "
머리가 복잡해 지면 바로 침대에 누워 자버리는 내 습관이 또 다시 시작됬다.
***
" 십...아, 십..이만원이요..? "
" 네,고객님 가을 세일로 최소 30% 할인해 드리고 있습니다. "
결국 다음날 해리와 함께, 최대한 이쁜옷이 많은 대형 의류 백화점에 갔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저 분홍색 원피스.
해리가 이쁘다고 하니깐 나도 얼떨결에 저 원피스가 갑자기 이뻐 보였고, 결국 질르자 라는 마음을 가지고 지갑을 열었다.
역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였다.이런, 카드빛 갚은지도 얼마 안됬는데 또 다시 10만원이 빠져 나간다니.
" 어 ! , 해리하고 강은선?! "
땀에 흠뻑 젖은 손으로 직원에게 카드를 건내는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던 찰라, 허스키한 남성 목소리가 나름 나를 구출해줬다.
근데 왜 난 은선이고 해리는 해리 씨인건데? 나와 해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위에서 아래까지 검정색 양복을 쫙 빼입은
우리 회사 부장님이 서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쳐다봤다. 우리 부장님이 저런 양복을 입을 줄이야...
" 부장님! "
" 아, 해리씨 안녕. 근데, 강은선 넌 백화점에서 뭐하냐?저번에 갔다온 회사 보고서는 다 쓴거야? "
옆에있는 해리에게는 친절하게 인사를 건내더니 고개를 바로 내 쪽으로 돌리자, 갑자기 싹 하고는 바뀐 불친절한 표정.
여기 까지 와서 회사일을 시키다니. 정말 부장만 아니였으면 지금 들고있는 카드를 콧구멍이 쑤셔 넣어 줄텐데.
" 아뇨.. "
" 카드빛 갚은지 일주일전 아니였나? 근데 이런 비싼 백화점을 오다니. 돈좀 아껴써 강은선. "
나는 시선을 최대한 바닥으로 내리 꽂고 카드를 구길 기세로 주먹을 꽉 쥐었다.정말, 노총각이더니 이젠 아예 아저씨가 다
됬구만? 겨우 4살 차이 밖에 안나는데 아빠 처럼 잔소리를 하는게 싫었다.나보다 늙었으면서 회사내에서 인기 많은 것도 싫었
고, 여자를 선택해서 결혼할 수 있는것도, 잔소리도, 나를 보는 그 비웃음. 그런 행동이 나는 정말 싫다!....
" 그럼 , 부장님이야 말로 여긴 왜 오신건데요?! "
" 나? 후후. 사실은. "
질문을 기다렸다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내 귀를 잡아 댕기며 속삭이는 부장.
" 네에?! "
" 좋겠지~? "
내가 백화점이 무너질 정도로 크게 소리친 이유는, 부장도 나와 같이 '우리결혼해요' 추석 특집에 응모한게 당첨됬다는 사실이다.
***
어제 산 분홍 원피스의 치맛 자락을 땀이 뻘뻘 나는 손바닥으로 꽈악 잡고서는 옆을 째려봤다.
역시나 옆에있는 부장도 나를 원치 않다는듯 몇 초 동안 우린 째려 보다가, 방송국 스탭이 녹화 준비 하라는 말에
우리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둘이 동시에 째려보며 외쳤다.
" 절때 안 선택해! 흥! "
정말로, 여기 까지 나와서 부장이랑 커플을 맺고 싶지 않았다.
또한, 부장 말고 기현씨라는 남자는 호감있게 생겼고 직장도 좋았을 뿐더러 중간 선택에도 그 남자는 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장은 나빼고 다른 두명의 여자에게 몰표를 받았고 말이다. 몰표를 받고는 슬쩍 나를 쳐다보며 비아냥
거리며 웃는 부장.난 아랫 입술을 꽈악 깨물고 노려봤다. 왠지 모를 이 승부감은 뭘까?
" 자,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 인데요. 30초 안에 많은 풍선을 터뜨리는 쪽이 승리 하는 것입니다! "
방송사 측에서준 꾀나 이쁜 추리링으로 갈아 입고 나오자, 뭔놈의 풍선이 저리도 많은지. 혹시나 했더니 MC의 말로 보아
그 혹시가 진짜가 됬나 보다. 정말 최악이였다.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풍선 공포증 있는데, 그렇다고 나만 하는것도 아닌
기현씨도 같이 하는건데 못한다고 할 수 는 없고. 그리고 부장은 꼭 이기고 싶고. 아아,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 져서, 어디론가
누워서 자버리고 싶었다. 같이 게임을 할 사람을 뽑는거는 둘째 치고 기현씨의 확실한 마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기회 인데도
불구 하고 나는 저 놈의 풍선 때문에 고개를 땅으로 푸욱 숙였다. 바보 같이 기현씨가 다른 여자 선택한것도 모르고.
" 예상 외인데요? 기현씨가 은선씨 말고 나라씨를 선택 했어요! "
방청객의 소리와 저 MC의 소리에 나는 숙였던 고개를 다시 올리고 주위를 살피자, 미안 한듯 머리를 긁적이는 기현씨를
보고서야 이제서야 상황 파악이 됬다. 그 는 결국 나를 버린거라고. 왜? 도대체 왜?!
" 자 그럼, 승주씨 선택해 주세요! "
나는 입을 삐쭉 내밀고 괜히 바닥만 치고 있을때 부장 차례가 왔나 보다. 쪽팔려서 고개를 밑으로 내렸는데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내 이름 강은선이 대문짝 하게 나왔다. 그건 부장이 나를 선택 했다는 말...?
방청객과 MC는 물론 조명을 비추는 스탭들은 모두 흥미롭다듯 웃음을 짓고 있었고, 놀란 나는 부장을 쳐다 보자
부장은 입모양으로 말했다. '너 불쌍해서.' 아아, 좋아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얄밉지만 얄미울 수 가 없는 부장 이였다.
" 자, 그럼 강은선, 차승주팀 시작입니다! "
얼떨결에 여기 까지 와버린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부장에게 풍선 못 터뜨린다고 했지만, 그러나 마나 상관 없이
MC의 시작이란 말과 동시에 옆에 있는 풍선을 들고 나를 끌어 안아 마구 터뜨리기 시작했다.
멈춰라는 말과 온갖 비속어를 쓰는 데도 안들리는지, 부장은 쉴 틈 없이 풍선을 터뜨렸고, 공포의 30초가 지난 나는 결국
카메라 있는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나이 28에 풍선 때문에 우는 내 자신이 나도 싫다 싫어. 콱 혀깨물고 죽어 버리고 싶다.
" ...야. 너 왜울어.. 쪽팔리게. "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당황했는지, 카메라 의식 하고, 다른 커플들 의식 하고 , 방청객 의식하는 부장이
안쓰러워 나는 억지로 나오는 울음을 멈추기 위해 숨을 참았다.다시, 정지된 카메라가 다시 돌아가는데도 부장은 계속
내가 신경 쓰이는지 힐끔 힐끔 쳐다본다. 글쎄, 이제 괜찮다니깐 거 참 더쪽팔리게.
" 자, 결정의 순간이 왔습니다. 모두들 선택해 주세요! "
한 순간에 온 결정의 순간에 나는 당황해서 버튼을 잘못 눌러 버렸다. 한줄기의 희망을 가지고서 기현씨를 선택 하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옆에 있는 부장 번호를 눌러 버린것이다.나는 혼자 입을 떡 하고 벌리고 당황하고 있는데,
그러나 마나 초스피드 진행을 하며 공개를 한다는 MC에 더욱더 얼굴을 일그려 뜨렸다. 이런 ! 되는일이 없어!
" 우선 은선씨 부터! "
" 네..? 저부터? "
드디어 위기의 절정이 왔다 싶어 나는 두 눈을 꽉 감았고, 스크린에는 예상대로 내가 잘못 눌러버린
부장의 이름이 나왔다.이제와서 잘못 눌렀다고 할 수도 없고 말이지.
나는 눈을 찔끔 떠서 부장을 쳐다보자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그에 나는 내심 기대를 걸었다.그래도 같은 회사 직원 인데.
제발, 찍어 주세요 부장님! 커플 안되면 쪽팔려서 엄마 아빠 한테도 얼굴 못들고 다녀요!
" 자, 그럼 기현씨가 선택한 분을 보겠습니다! "
잘못 눌른 거지만, 괜시리 미안 해진 마음에 앞에있는 기현씨를 슬쩍 쳐다 봤다. 근데 왜이렇게 내 눈을 피하려는 거야?
창피해진 얼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기현씨는 결국 내가 아닌 아까 그 김나라라는 젊은 여자를 선택했다.
솔직히 이쁘고 젊어도 나보다 2살 젊을것을, 하여간 남자는 젊으면 사죽을 못 써요.
나는 조기현 이라는 못된 남자를 슬쩍 슬쩍 째려 봤고, 그 후에 김나라라는 여자의 선택이 공개 됬다.
" 와...어쩌죠? 커플이 실패 했네요. 나라씨는 승주씨를 선택 했네요. 그렇다면 승주씨는? "
조기현이 배신을 때려 코가 삐뚤어 진것에 나는 고소해서 슬쩍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장의 선택이 다가 왔고
나도 곧 저렇게 된다는 것에 미리 고개를 숙여 버렸다.
" 와우! 축하드려요 ! 승주씨는 은선씨를 선택 하셨네요! 커플 탄생 했습니다! "
" 에에~?! "
놀란 나는 부장을 쳐다봤다. 고맙긴 하다만 도대체 나를 왜 선택을 한걸까? 아까, 게임할때 처럼 얄미운 말을 하는것은
아닐까? '왜, 나를?' 이라는 입모양을 보냈고. 부장은 갑자기 얼굴이 새빨게 지더니, 평소와는 다르게 나를 쳐다보며 입모양을
냈다. '잘해보자.' 라며 말이다. 그런 나도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 졌고 뭔가 답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은 내 덜렁거리는 성격을 다 감안 할것을 준비 하고…. 아니다. 그 는 오래 전부터 나에 대한 준비가 되있었던 것이다.
나도, 부장의 잔소리가 그냥 잔소리가 아니 였다는 것을 알고 처음으로 부장에게 활짝 웃어 줬다. 그리고, 답을 해주는 것인지
부장도 나를 보며 쑥스러운지 고개를 내렸다가 다시 올려 웃었다.
매일 이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으로 떨렸던 가슴이, 이번에는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에 가슴이 떨려왔다.
그 순간 정말 잊을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요동쳐 떨렸다. 부장님도 그랬겠지?
《부장님》끝
첫댓글 귀여운 커플이네요! 우리결혼했어요를 여기서도 만날수있네요? (헤헤)
★ 그러게요 ㅋ.ㅋ 요즘 재밌게 보고있어서 ㅋㅋㅋ
우와..부장님짱 ㅋㅋㅋ
★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ㅎ.. 댓글 감사합니다. 둘사랑 영원히~
윗부분은 은근슬쩍 호타루와 비슷하네요 ㅋㅋ 호타루 대게 재미있게봤는데 ㅋㅋ 잘봤습니다 ~ ^^ ㅋㅋㅋㅋㅋ 언젠간 저에게도 저런날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쵸!! 호타루 재밌죠 ㅠ....ㅠ 저도 이거 호타루의빛보고 쓴거에요 - ! 옛날에 정말 재밌게 봤는데 ㅎㅎ.. 다시보고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