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openmaru.org/blog/1068
때 5월 15일(목) 14:00~16:00
곳 중랑구 카페 초록상상
중랑구의 한 아늑한 작은 마을 카페에 여섯명의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병이나 사고로 몸져누운 집안 어르신들의 간병을 포함해서 딸이라는 이유로, 며느리라는 이유로 집안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혼자서 도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며느리와 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Y씨는 엄마가 쓰러져 24시간 간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빼고는 간병에 매여 삶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딸이고, 가족이니까 당연히 하게 된 간병 생활. 그러나 시아버지까지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셔서 상을 치르다 보니, 한 달도 안 돼 몸이 망가졌다고 합니다. 결국, 전문 간병인을 두고서야 한 숨 돌리게 되었다고요. K씨는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엄마가 쓰러졌다고 합니다. 아이 양육과 간병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거죠. 그러다 간병인을 둬서 삶의 질은 나아졌지만 비용 부담이 커, 반일제 간병인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결국 간병인이 오지 않는 시간에는 아빠가 간병을 하게 되었는데, 돌봄에 익숙치 않아 허둥지둥하는 아빠를 돌봐드려야 하는 일은 K씨의 역할입니다. L씨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지방에 있던 터라 간병은 아버지가 도맡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몇 달 간은 직접 모셨는데요. 당시 음식을 하면 엄마 죽과 아버지 반찬, 아이들 반찬까지 세 가지를 요리하느라 힘들었다고 합니다. 시집살이 15년차 H씨와 23년차 J씨는 다행히 아직은 간병까지 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집안의 모든 돌봄이 그녀들의 역할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노인 간병 문제는 가족들이 모두 떠안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병인이나 시설을 이용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시설에 모시는 것에 대한 어르신들의 거부감도 큽니다. 문제는 아이 돌봄에서 노인 돌봄까지 여성에게만 돌봄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엄마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까 당연히 내가 돌봤고, 걱정이 되니까 옆에 붙어 있었죠. 그 상황이 매일매일 되풀이되면서 엄마를 돌보는 것은 당연히 내가 하는 일이 되었죠. 딸이니까, 가족이니까.” 병원에 누운 엄마를 24시간 간병했다는 Y씨의 말입니다. 이에 J씨는 돈을 떠나서 우리나라는 부모님이 그렇게 되시면 당연히 자식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합니다. Y씨는 24시간 아픈 가족을 돌봐야하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40대인 자신도 아무런 훈련이나 기술 없이 간병을 하다 어깨가 나가는데, 아픈 배우자를 돌봐야하는 노인 세대는 더 할 수 있다며 쓰러진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돌보다가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는 모습도 보았다고 합니다.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는 것이 당사자에게 최선인지도 의문라고 합니다. Y씨는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 외에는 대안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프면 병원 가고 병원가면 약 먹고 이런 시스템을 자꾸 강화시켜서” 노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환자가 어디가 아프다 그러면 바로 검사, 바로 약이 들어와요. 조금 더 두고 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시냐고 그랬더니 자기네는 그렇게 안 하면 나중에 추궁을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돈으로 돌아가고 있는 병원의 구조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정작 노인이 쓰러지고 나서 큰돈을 들이기 보다는 사전에 대안적인 예방에 신경을 쓴다면 지금보다 그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며느리와 딸들은 지역에서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노인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놀이 문화가 없다보니, 시아버지가 경마장 화투판을 기웃거리는 것이 걱정되는 J씨. L씨는 놀이 문화 못지않게 일자리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일이 없어져 불행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버지한테 하루 4시간짜리 일이 있으면 굉장히 행복하실 것 같다”고 합니다. 그는 나이 들어서 약간의 일과 그것에 맞는 기본 소득까지 보장된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합니다. 이어, 과거의 하숙을 노인들에게 적용한다면 재워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고독사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을 해 봅니다.
지난 달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수많은 교통사고와 우연에 의한 사고, 질병 등은 고스란히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병이 드는 자연스러운 생의 흐름도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있으니, 돌봐주는 가족이 있는 사람조차 행복하게 늙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족의 가치를 앞세워 가족들 특히, 집안의 여성들이 그 고통을 전부 떠안게 되면 가정도 사회도 건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며느리와 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사회의 취약한 돌봄 구조'를 개선할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구성작가 : 한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