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6일(현지시간) 유대인 정착촌 확장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던 미국과 튀르키예 이중 국적의 여성 아이세누르 에즈기 에이기(26)가 이스라엘군 발포로 숨진 사건과 관련, 유엔이 전면 조사를 요청했다.
영국 BBC는 에이기가 나블루스 근처 베이타 마을에서 매주 열리는 정착촌 확장 항의 시위에 참가하던 중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스러졌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그 지역에서 총격 여파로 외국인이 살해됐다는 보도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 목격자는 BBC 월드 서비스의 뉴스아워 프로그램에 시위 도중 두 차례 총성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인 스테판 듀자릭은 "우리는 제반 여건을 전면 수사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면서 민간인들은 "항상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사고 경위 등을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 션 사벳은 "미국 시민의 비극적인 죽음에 심히 황망하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손을 뻗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총격이 일어난 뒤 응급의들이 에이기를 급히 앰뷸런스로 후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대 이스라엘 활동가 조너선 폴락도 시위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그는 뉴스 아워 프로그램에 "지붕 위에서 조준하는 병사들"을 봤다면서 두 차례 별개의 총성을 들었다고 했다. "두 총성 사이에 1초나 2초 간격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영어로 '도와줘. 우리는 도움이 필요해. 우리는 도움이 필요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들에게 달려갔다."
그는 에이기가 "올리브 나무 아래 바닥에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난 그녀 등 뒤에 손을 대고 지혈하려 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병사들과 우리가 있는 곳 사이에 명확한 선이 비쳤다. 그녀의 맥박을 짚으니 아주아주 약했다."
그는 에이기가 이날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국제 연대 운동이 주최한 시위에 처음 참가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에이기는 나블루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얼마 뒤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에이기가 입원했던 라피디아 병원 원장인 푸아드 나파 박사는 20대 중반 미국 여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확인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비극적 손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고, 레체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야만적"이라고 규탄했다. 튀르키예 외무 장관은 에이기가 "나블루스 시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 살해됐다"고 개탄했다.
중동으로 여행 가기 전에 에이기는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을 졸업했다. 아나 마리 코체 학장은 다른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친 그녀의 죽음을 "경악스럽다"고 표명했다. 에이기의 고향은 안탈리야인 것으로 튀르키예 매체들은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성명을 통해 투석 등 과격한 시위대의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총기를 발사한 것이라며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폴락은 이런 해명에 대해 ㅜ충돌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병사들이 위협을 느껴 발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에이기가 있던 곳 근처에서는 투석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점령 서안지구의 제닌 시와 난민 캠프들에서 아흐레 작전 끝에 철수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제닌 안팎에서 21명을 비롯해 36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숨진 이들 대부분은 무장 조직원들이었지만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과거 50년 동안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건설해 오고 있으며. 현재 70만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그곳에 살고 있다. 이들 정착촌은 국제법 아래 불법이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영국 정부 등은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