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12) - 오매! 단풍 들었네(1)
~ 팔공산과 통도사를 찾아서
어느덧 늦가을에 접어드는 11월,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단풍 곱게 물들고 국화향기 그윽한 10월의 마지막 주간, 수요일(10월 28일) 오전에 코로나로 움츠러든 일상을 벗어나 아내와 함께 남녘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행선지는 아내의 생장지인 대구, 해마다 찾던 곳인데 3년 여 만에 나선 발걸음이 설렌다. 출발역은 신탄진, 청주의 집 근처에서 버스로 30여분 걸린다. 코로나 유행 후 모처럼 타는 열차, 평일인데도 객석이 꽉 찬다. 대전 지나 옥천, 영동 거쳐 추풍령 고개를 넘는 차창 밖의 단풍 물결이 여수(旅愁)를 자극한다. 어느 시인의 표현 빌어 ‘오매! 단풍 들었네’
김천‧구미‧왜관 거쳐 동대구역에 도착하니 낮 12시가 지난다. 역 광장에 나오니 화려한 국화꽃 퍼레이드, 대구수목원이 마련한 국화전시회가 나그네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역 앞의 주차장에 이르니 친지가 두 손 번쩍 들고 환영, 승용차는 이내 팔공산 쪽으로 향한다. 도로변 가로수와 주변 산자락도 단풍 일색, 30여분 걸려 팔공산 입구의 유명식당에 이르니 오후 1시가 지났는데도 순번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대기실이 붐빈다. 코로나 위기에도 성업이로세.
점심 후 팔공산 자락 드라이브에 나섰다. 파계사 입구에서 동화사 입구에 이르는 능선이 울긋불긋 단풍물결, 온 산이 불타는 명산의 단풍을 제 철에 감상하다니 큰 축복이로다. 곳곳에서 포즈를 잡는 행락객들의 표정이 밝고 멋지다. 동화사 입구까지의 드라이브 길을 되돌아 나오는 것으로 팔공산 단풍관람 끝.
아름답게 물든 팔공산 단풍길
동화사 입구에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이 있다. 방짜유기는 여성들의 로망, 몇 년 전 팔공산 자락의 유기그릇을 사용하는 음식점의 식탁이 격조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박물관에서 알게 된 정보, 유기는 놋쇠로 만든 기물로 그 중 방짜유기란 구리와 주석을 78:22 비율로 녹인 놋쇠 덩어리를 불에 달구어 망치로 두드려 만든다. 고려시대부터 이를 식기로 사용하였다는데 대야, 주전자, 촛대 등 일상생활용품과 식기, 제기, 악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네.
옛 모습을 담은 방짜유기박물관의 놋점(유기점)
목요일(10월 29일), 친지의 안내로 양산 통도사를 찾았다. 교통편은 동대구에서 울산까지 열차, 울산에서 통도사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유람여행이다. 화양, 영천, 경주, 울산에 이르는 기차여행이 낭만적이고 울산에서 언양 거쳐 통도사에 이르는 버스길이 운치 있다. 통도사는 50여 년 전에 친구들과 첫발을 내딛은 후 네 번째, 가장 최근에 찾은 지도 십 몇 년이 지난 오랜만의 발걸음이다. 그 사이 버스정류장 일대는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여 신천지를 이루고 사찰 입구 광장은 형형색색의 국화축제로 잔치마당이다. 코로나 위기에도 삶의 현장은 북적이누나.
통도사는 영남알프스의 웅장한 기세가 응축된 영축산(해발 1,081m)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대가람, 사찰입구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송림 숲이 일품이고 그 옆 냇가에 누운 바위모습이 유장하다. 일주문 주변의 단풍 모습이 은은한 분위기를 돋우고. 사찰에서 내건 순방로의 이름은 무풍한송로(舞豐寒松路), 소나무들이 춤추듯 구불거리는 꿈길 오가는 발걸음이 품위 있어라.
일주문에 이르러 편액을 살피니 영축산 통도사라 새긴 글씨가 웅혼하고 양쪽 기둥에 적힌 불지종가(佛之宗家) 국지대찰(國之大刹)의 휘호가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임을 일깬다. 통도사(通度寺)라 이름 지은 연유가 궁금하여 옆에 있는 문화해설사에게 물으니 친절한 응답, 영축산의 영기 감도는 산세가 불교발상지 인도의 명산과 닮은 기운이어서 ‘인도와 통하다’는 뜻의 이름이 되었단다. 그럴듯한 해설이라 여기면서도 고개가 갸우뚱, 사찰의 팸플릿에 적힌 문구에서 답을 찾았다. 그 요지, 통도사는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와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큰 뜻을 함축한다.
영축산 통도사란 새긴 글씨가 웅혼한 일주문에서 잡은 통도사 전경
이어지는 이성애 문화해설사의 설명, ‘통도사는 1375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646년)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가 불법을 공부하던 중에 모셔 온 사리와 가사 및 경책을 금강계단을 쌓아 봉안한 것에서 시작, 자장율사의 업적을 기려 매년 음력 9월 9일을 자장율사의 기일로 정하여 바로 지난 일요일에 이를 기리는 영고재(迎告齎)를 지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금강계단에 봉안하고 있어서 불보사찰이라 부르며 따라서 대웅전에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고 있다.’
통도사 탐방을 마치고 입구의 국화축제를 참관하였다. 양산주민들이 손수 가꾼 국화들로 꾸민 전시장의 꽃송이는 백만을 넘을 듯, 그윽한 향기 양산을 넘어 온 누리에 퍼지라. 귀로에는 신울산역에서 KTX를 이용, 동대구까지 30분도 채 안 걸린다. 다음날 50년 전 통도사행을 함께 했던 친구에게 사진을 전송하며 주고 받은 메시지, ‘1971년에 찾았던 양산통도사를 아내랑 들렀지요. 옛날 함께 갔던 추억을 떠올리며’ ‘보내준 사진을 보니 50년 전 옛 추억이 아련하네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살고 있어요!’
* 통도사는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山地僧院)’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 6월 30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 중의 하나, 삼보(三寶, 法寶‧僧寶‧佛寶) 사찰 중 불보사찰로 널리 알려졌다. 사찰에서 발간하는 월간 통도 11월호에 실린 영축총림 성파 방장의 발제, ‘구름처럼 물처럼 걸림 없어라’를 덧붙인다.
코로나 때문에 생활양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합니다.
竹密不妨流水過 죽밀불방유수과
山高豈礙白雲飛 산고기애백운비
대밭에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도
물 흐르는 데는 지장이 없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흰 구름이 날아가는 데는 걸리지 않는다.
살기 어려운 시대에
대 밭에서 물 빠져 나가듯
높은 산에 구름 지나가듯
그렇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유장하게 흐르는 통도사 냇물, 높은 산에 구름도 지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