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스토리(Police Story)
최용현(수필가)
‘취권’(1978년)의 선풍적인 인기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성룡은 1980년대 초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나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 무렵, 그가 할리우드를 오가며 홍콩영화의 감독을 맡아 홍금보와 원표 등 황금트리오와 함께 출연하여 만든 해경(海警) 영화 ‘프로젝트 A’(1983년)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고무된 성룡이 ‘이번에는 진짜 경찰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다시 감독과 주연을 맡아 만든 ‘폴리스 스토리(Police Story, 警察故事)’가 빅 히트를 함으로써 바야흐로 성룡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홍콩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금상장(金像奬)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흥행에도 성공하여 제작사인 골든 하베스트에 2천6백만 홍콩달러라는 큰 수익을 올려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폴리스 스토리’(1985년)가 폭력성이 심하다는 이유로 당시 군사정부에서 상영허가를 내주지 않았으나,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으로 세상이 바뀐 후인 1988년 7월 23일 개봉되었다. 그러나 불법 제작된 비디오테이프가 이미 널리 퍼진 데다, 극장에서도 하루 먼저 개봉한 ‘영웅본색2’(1987년)와의 경합으로 기대만큼 흥행을 하지는 못했다. 서울관객은 19만 명을 조금 넘었다.
홍콩 경찰청 진가구 형사(성룡 扮)는 악명 높은 마약조직의 두목 주도(초원 扮) 일당을 검거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판자촌에서 추격 작전을 펼친다. 주도의 여비서를 체포한 진 형사가 2층 버스를 타고 달아나는 주도를 승용차로 막아서자, 주도는 돈 가방을 건네며 진 형사를 매수하려 하지만 체포되고 만다. 이 일로 진 형사는 일약 영웅이 되고 경찰청 홍보영상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경찰서장은 주도의 여비서 샐리나(임청하 扮)에게 법정에서 주도의 혐의를 입증하는 경찰 측 증인이 되어줄 것을 요청하고, 주도의 부하들이 그녀를 해치지 못하도록 진 형사에게 보호임무를 맡긴다. 샐리나는 자신의 집으로 가겠다고 우기다가 집 안에 잠입해있던 괴한에게 혼쭐이 나자, 진 형사의 집으로 따라나선다.
깜짝 생일파티를 해주려고 진 형사의 집에서 기다리던 애인 아미(장만옥 扮)는 진 형사가 샐리나와 함께 들어오자, 두 사람 사이를 오해하여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샐리나는 진 형사의 집에 있는 사진에서 아까 그 괴한이 진 형사의 동료경찰임을 확인하고, 함께 차타고 오면서 녹음한 증언들을 모두 지우고 대신 이상야릇한(?) 내용을 녹음해놓고 도망쳐 버린다.
재판 당일, 증인 없이 재판정에 출석한 진 형사는 증거물로 제출한 샐리나의 음성녹음 때문에 크게 망신을 당하고, 주도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진 형사는 샐리나가 감금된 곳에 찾아가 그녀를 구하지만, 자신은 주도 일당이 안면에 댄 마취습포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주도는 자신들의 끄나풀 노릇을 해온 문 경관을 진 형사의 권총으로 살해한다.
경찰서로 돌아온 진 형사는 자신이 누명(陋名)을 쓴 것이라고 토로하지만, 경찰서장은 총알 증거가 뚜렷하다며 진 형사를 일급살인죄로 체포하라고 지시한다. 진 형사는 경찰서장을 인질로 삼아 경찰서를 벗어난 후 누명을 벗기 위해 주도를 잡으러 떠난다.
한편, 샐리나는 주도가 자신을 죽여서 입막음을 하려했다는 사실을 알고 주도의 마약밀매자료를 빼내 가방에 담아 아미와 함께 백화점에 간 진 형사에게 넘기려 한다. 이를 알게 된 주도 일당은 샐리나를 잡으러 백화점으로 몰려간다. 진 형사는 백화점에서 주도 일당과 처절한 혈투 끝에 주도를 체포하여 자신의 누명도 벗고 마약밀매자료도 확보한다. 진 형사가 주도와 그의 악질 변호사를 화끈하게 두들겨 패며 복수를 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스턴트 액션의 바이블로 불릴 만큼 위험한 장면들이 많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특히 자동차들이 판자촌을 뚫고 내려가는 장면과 백화점의 샹들리에 봉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 등은 가히 역대 급이다. 인기 웹툰작가 강풀은 ‘영화야 놀자!’라는 만화에서 이 영화를 ‘날아다니는 성룡 액션의 총집결작’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초반부의 비탈진 판자촌 사이로 자동차들이 돌진하는 장면은 판자촌 마을 세트를 짓고 실제로 자동차를 타고 뚫고 내려가면서 찍었다. 이 장면은 황지강 감독의 ‘중안조’(Crime Story)에서도 차용하였고, 마이클 베이 감독의 ‘나쁜 녀석들2’(2003년)에서도 오마주했다. 이 장면을 찍다가 뒤집힌 자동차에 깔린 스턴트맨들이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또, 달려오는 2층 버스를 성룡이 승용차로 막아서는 장면에서는 버스가 비탈길에서 급정거하면서 세 사람이 2층 버스의 유리창을 뚫고 도로 위로 떨어진다. 이 장면은 원래 막아선 승용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것으로 설정을 했는데, 아스팔트로 바로 떨어지는 바람에 한 사람이 머리를 크게 다쳐서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백화점 장면에서는 성룡이 샹들리에 봉을 타고 작은 전구들을 깨부수면서 내려올 때 몸에 전기가 흘러서 두 손바닥의 피부가 모두 벗겨지고, 척추가 마비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여배우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장만옥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고, 백화점에서 주도에게 걷어차이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임청하 또한 백화점 유리 진열장에 두 번이나 팽개쳐지면서 여러 군데 열상(裂傷)을 입고 울면서 치료를 받았다.
마약밀매조직의 보스 역할을 한 초원은 ‘유성호접검’(1976년)과 ‘천애명월도’(1976년), ‘초류향’(1977년) 등의 검술영화를 연출한 명감독이자 중견배우이다. 이 영화에서는 성룡에게 쫓기며 얻어터지기도 하는 악당으로 나오지만, ‘썬더볼트’(1995년)에서는 성룡의 아버지 역으로 나온다.
‘폴리스 스토리’가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으니 속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폴리스 스토리 2–구룡의 눈(1988), ‘폴리스 스토리 3–초급경찰’(1992), ‘폴리스 스토리 4–간단임무’(1996)가 연이어 나오면서 시리즈가 되었다. 또, ‘프로젝트 S’(1993년)와 ‘중안조’(1993년)는 이 시리즈와 관련이 있는 영화들이고, 2000년대에 나온 ‘뉴 폴리스 스토리’(2004년)나 ‘폴리스 스토리 2014’(2013년)는 당연히 이 시리즈에 포함되어야 할 영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