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704)... 부정맥과 심장마비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부정맥(不整脈)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벤처기업(venture business) 창업이 활성화되고, 민간에서 주도하는 창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생전에 강조해 온 이민화(李珉和)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지난 8월 3일 오전 부정맥(不整脈)으로 인한 심장마비(心臟痲痺)로 향년 6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장례는 우리나라 최초의 ‘벤처기업인장’으로 진행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민화 교수(KAIST 초빙교수)는 필자와 동향인 大邱에서 1953년 12월 8일에 출생하였다. 서울대학교 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KAIST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1978년에, 그리고 박사학위를 1986년에 취득했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후학들을 지도했다.
고인은 기술집약형 중소기업(中小企業)인 ‘벤처기업’이란 말 자체가 생소하던 지난 1985년 ‘대한민국 1호’ 벤처기업인 초음파(超音波) 진단기 제조업체 메디슨(現 삼성메디슨)을 창업하고 ‘벤처기업협회’를 창립했다. 1985년부터 2001년까지 메시든 대표이사, 그리고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벤처기업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하면서 실력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온몸을 바쳤다.
이민화 교수는 공동체ㆍ지역ㆍ국가와 미래를 고민하면서 당시 벤처 기업이 융자받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1996년 코스닥(KOSDAQ: 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 설립과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을 주도하며 벤처 생태계의 토양을 단단히 했다. 코스닥 지수(KOSDAQ Index)는 코스닥 시장 전체의 주가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투자분석지표이다.
미국의 주식시장 중 하나인 나스닥(NASDAQ: 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s)은 1971년 2월에 창립되어 미국의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었다. ‘나스닥’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세계 각국에서도 나스닥과 유사한 벤처기업 위주의 주식시장을 만들게 되어 우리나라는 ‘코스닥’, 일본에서는 ‘자스닥’ 등이 창립되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어젠다(agenda, 議題)를 끊임없이 던지면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도록 했던 이민화 교수는 별세하기 전날에도 카이스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고 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포럼 및 세미나를 열고, 저서를 출간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선 기업가들의 혁신 정신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으며, 최근 2년간 ‘데이터 쇄국주의 타파를 위한 서명운동’을 직접 펼치기고 했다.
고인은 지난 7월 24일자 ‘서울경제’에 기고한 ‘아베(安倍晋三)의 의도를 보라’라는 칼럼에서 “한국의 숱한 대ㆍ중소기업 사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배우고 기술을 도입해 산업을 성장시켰다”면서 “극일(克日)이란 경제적으로 일본을 앞서는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보다 ‘극일’을 강조했다.
故 이민화 교수의 경우처럼 어느날 갑자기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부정맥(Arrhythmia)이란 심장박동이 정상 리듬에서 벗어나는 질환을 말한다. 심장 박동(心臟搏動, heart beat)은 동방결절에서 형성된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어 일어난다. 안정 시 심장박동 수는 분당(分當) 60회에서 100회 정도이다. 부정맥은 1분당 박동수가 60 이하로 느려지는 서맥(徐脈)성 부정맥, 1분당 박동수가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빈맥(頻脈)성 부정맥, 그리고 심장박동이 정상적으로 나와야 할 때보다 더 빨리 나오는 조기 박동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심장(心臟)은 자기 주먹 정도의 크기이며, 좌우에 두 개의 심방(心房)과 심실(心室)로 구성되어 있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펌프작용을 해서 전신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심장은 전기 신호에 의해 움직인다. 심장박동(搏動)은 우(右)심방의 근육 속에 있는 동방결절(洞房結節)에서 형성된 전기 신호가 전달되어 일어난다.
근육이 수축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발생해야 한다. 심장(心臟) 내에는 자발적으로 규칙적인 전기를 발생시키고 심장 전체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전기전달체계가 있다. 이런 체계의 변화나 기능부전 등에 의해 초래되는 불규칙한 심박동(心博動)을 부정맥이라 한다. 부정맥은 발생기전에 따라 자극형성장애, 자극전도장애 및 혼합형의 장애로 구분되며, 발생부위에 따라 심실상(上)성 부정맥과 심실성 부정맥으로 구분된다.
부정맥이 흔하다고 해서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는 부정맥은 가벼운 두근거림 같은 경미한 증상부터 현기증이나 실신, 심한 경우에는 바로 심장마비(心臟痲痺)나 급사(急死)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정맥은 갑자기 생겼다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허혈성 심질환(虛血性心疾患)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여기에 수반되는 부정맥도 늘어나고 있다.
부정맥은 정상적인 전기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심장의 변화, 환경의 변화 등에 의해 발생한다. 즉 선천성 심질환, 심근증, 심장판막질환, 전기 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심장의 변화,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질환, 유전적 질환, 약물 등이 있다. 또한 스트레스, 카페인, 음주, 흡연, 부족한 수면 등도 전기 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부정맥 증상은 환자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이상에 따라 차이가 많다. 어떤 사람은 증상이 없을 수도 있고, 부정맥이 심하게 나타나서 심장이 제대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심정지가 발생할 경우 급사(急死)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두근거림, ▲맥이 빠짐, ▲어지러움, 실신, 피로감, ▲가슴통증, 흉부 불쾌감, ▲호흡곤란 등이다.
‘서맥성(徐脈性) 부정맥’의 경우 힘이 빠지고, 거동 시 호흡곤란이 악화되며,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나면서 실신으로 이어진다. ‘빈맥성(頻脈性) 부정맥’은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며, 두근거림과 함께 가슴에 답답함이 나타난다. 호흡곤란이나 흉통(가슴 통증)이 나타난다. ‘조기 박동’인 경우에는 심장이 울컥거리는 느낌이 나타난다.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부정맥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발작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1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병원에서 부정맥을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심전도(心電圖ㆍEKG) 검사만으로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특수검사를 필요로 한다. 즉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24시간 심전도 검사(Holter monitoring), 심장전기생리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실시한다.
부정맥은 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치료는 허혈성 심질환, 고혈압, 호흡기질환, 스트레스 등이 부정맥의 원인이라면 먼저 원인 질환을 치료 및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면 생명이 위험한가, 합병증(合倂症)이나 관련 증상을 유발하는가 등을 따져 전문의가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부정맥은 종류별로 정확한 진단에 따른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부정맥의 치료방법에는 항부정맥제(부정맥의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는 약물), 인공심박조율기(심장의 내부에 규칙적인 전기리듬을 발생시키는 심박 조율기(Pacemaker)를 심어서 치료), 전기적 심율동전환(심장부위의 체표면에 위치한 전극판을 통해 전기 쇼크를 가하는 방법), 도자절제술, 수술 등이 있다.
도자절제술은 전극도자를 심장에 삽입하여 부정맥의 원인이 되는 심장부위에 위치시킨 후 전기충격이나 고주파를 방출하여 조직을 절단하거나 파괴한다. 수술은 항부정맥제, 인공심박조율기, 도자절제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거나 약물치료를 잘 견뎌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주로 시행한다. 즉 수술을 통해 외과적으로 부정맥의 원인부위를 제거한다.
부정맥은 고혈압(高血壓), 관상동맥질환(冠狀動脈疾患) 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방(脂肪)이 많은 육류, 튀긴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커피, 술, 담배 등은 부정맥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제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부정맥 예방에 도움이 되므로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有酸素)운동이 좋으며, 요가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체조(體操)도 좋다. 그러나 무거운 역기 들기 등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하여야 한다.
대한심장학회(Korean Society of Cardiology)는 부정맥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진단받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국내에 약 100만명의 잠재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하여 평소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치명적인 부정맥은 대부분 심근경색증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동맥경화(動脈硬化)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704). 2019.8.1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