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에 있는 하이쿠 계단(Haiku stairs)이다. 하늘에 닿을 것처럼 4000개 가까이 놓여 있어 레드 제플린의 히트 곡 '스테어웨이 투 헤븐'으로 통한다. 2차 세계대전 때 해발 고도 1219m의 코올라우(Koʻolau)산 정상 너머 라디오 송신소를 오가기 위해 미 해군이 철제 계단을 깔았다. 하와이 섬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하이커들이 침입하는 일이 잦아 일찍이 1987년부터 일반인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정도로 유명세를 치렀다.
매년 4000명정도가 이곳을 무단으로 들어와 사진 찍고 내뺀다는 기사도 보도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래머와 유튜버들이 벌금 1000달러를 물리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인생샷이나 멋진 동영상을 얻겠다며 사유지 담장을 넘어 진입하고 쓰레기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원주민들이 세워놓은 문화재를 파괴하는 반달리즘 폐해도 적지 않았다.
호놀룰루 관리들이 지난 4월 하이커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이 계단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하자 지역 주민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철거 계획이 알려진 뒤에도 곧바로 5명이 이곳을 마지막으로 보겠다고 침입했다가 체포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14명의 하이커가 이곳에 접근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어드벤처(Advnture)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하와이주 토지 천연자원부(DLNR)의 페이스북 포스트에 따르면 하이쿠 계단의 카네오헤 쪽에서 체포 작업이 이뤄졌으며 모든 하이커들은 이제 미들 리지 트레일을 이용한 뒤 이곳을 무단 침입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DLNR은 "주정부가 허가한 트레일이 아니며 계단 꼭대기에 이르려고 이를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위험하다"고 밝혔다.
4월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됐지만 계단 전체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언덕배기로 오르는 계단 틀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치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극히 위험할 수 있다고 DLNR은 설명했다. 체포된 이들은 로프를 이용해 계단 틀이 치워진 구간을 통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