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이따금 연극을 보러 갈 때면 가장 고민되는 것이 뭘 먹는가이다. 물론 대학로에 맛집이 많긴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다음에야 극장 근처에서 맛집을 찾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기는 싫고..
지난번 아트원씨어터 주변을 헤매다가 보게 된 일식집 하나. 이런 곳에 이런 가게가 있다니, 하고 지나가려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다. 검색을 해보니 일본식 솥밥인 카마메시(かまめし)로 유명한 가게라고 했다. 가격대도 생각만큼 비싸지 않은 편. 다음에 꼭 가봐야지 벼르다가 이번 기회에 방문하게 되었다.

아트원 씨어터에서 코너를 돌면 자리잡고 있는 '도도야'. 꽤 오래된 가게인 듯 하다.


테이블 좌석 뿐 아니라 실내에도 좌식 공간이 있다. 전체적인 방문객 연령대도 높은 편. 하긴 젊은 입맛과 분위기에 맞춘 가게가 대부분인 대학로에서 조금은 여유로운 분위기의 식당 같기는 하다.

기본 가마메시는 11,000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조금씩 가격이 올라간다. 가마메시는 주문과 동시에 밥을 짓기 시작한다고 하니 연극 시간에 쫓기는 경우 다른 메뉴를 주문하도록 하자.

우동, 돈까스, 소바 등 기본 메뉴들이 있다. 간단한 사시미 메뉴도 눈에 띈다.

약 20분여? 꽤 긴 시간을 기다려 가마메시가 도착했다. 기본 세팅은 솥밥과 샐러드, 반찬, 미니 우동이다.

알 가마메시(12,000원). 기본 가마메시에 날치알이 수북히 올려진 솥밥이다. 살짝 다른 알을 기대해보았던 나. 기대가 컸다. 다음에는 표고나 굴 가마메시를 먹어봐야지.

연어 가마메시(13,000원). 알 가마메시와 천원 차이가 나지만 추가로 연어가 더 올려져 있다.

살짝 익힌 연어. 나는 개인적으로 연어의 향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연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격대비 만족도는 높은 편일 메뉴같다.
그러나 솥 뚜껑을 열고 마냥 구경을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재빨리 재료와 비벼내어 다시 뚜껑을 닫고 2분간 기다렸다 먹어야 한다.

그동안 상큼한 샐러드를 챱챱.

짜잔~ 완성된 알 가마메시. 재료가 죄다 깔려 있어서 맛없어(?) 보이지만 살짝 간이 된 밥 맛과 몸에 좋은 재료, 알이 어우러지는 담백함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심지어 일본에서 맛본 가마메시보다 조금 더 맛있는 느낌. 가격 대비로 하면 훨씬 더 맛있다. 일본 솥밥과 비교해 아쉬움이라면 가마솥이 조금 덜 뜨거워 누룽지(오코게)가 생기지 않았던 것.

확실히 반찬을 즐기는 한국인 입맛에는 뭔가 첨가되는 재료가 많을수록 더 맛있게 느껴질 것 같다. 몇 천원을 더해 좋아하는 재료의 가마메시를 맛보기를 추천한다.

일본 가정식에 등장할 법한 깔끔한 반찬도 마음에 드는데, 왠지 더 달라고 해도 되나 고민이 됐다.

청경채를 아낌없이 넣은 미니우동을 싹싹 먹고 국물만 더 달라고 하니 우동을 하나 통째로 다시 주신다. 넉넉한 인심에 다시 행복해진다. 깔끔한 우동 맛을 보니 가마메시 이외의 메뉴도 괜찮을 듯.
가마메시는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고 건강한 느낌이 드는(?) 음식이다. 혹시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 부모님이나 어르신들과 함께 가게 될 때 모시고 간다면 괜찮을 듯. 재방문 의지는 99%.

02.741.5959 / 종로구 동숭동 1-153/ 동숭길 39
한국에 돌솥밥이 있다면 일본엔 카마메시가! '시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