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13) - 오매! 단풍 들었네(2)
~ 행복한 단풍으로 물들어라
입동(11월 7일)을 앞두고 수은주가 뚝 떨어져 차가운 날씨, 추수 끝나 쓸쓸한 들판 지나 우수수 흩날린 낙엽을 밟으며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상념에 잠긴다. 아침에 부른 찬송, ‘새벽부터 우리 사랑함으로써 저녁까지 씨를 뿌려봅시다. 열매 차차 익어 곡식 거둘 떼에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 약관에 일손 붙잡아 쉬지 않고 정년에 이르렀으니 기쁨으로 단을 거둔 셈, 남은 때도 그 연장선이어라.
지난주 단풍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청도 일원의 단풍물결, 금요일(10월 30일)에 친지의 승용차로 대구를 출발하여 가창 댐을 끼고 청도방향으로 접어든 고갯길의 드라이브는 일찍 경험하지 못한 환상의 파노라마였다. 푸르른 하늘과 맑은 호수, 울긋불긋 채색을 입은 단풍의 하모니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청도군 각북면의 고즈넉한 산촌풍경
꽤 높은 산길 지나니 청도군 각북면, 청도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감(반시)의 명산지다. 더러는 수확이 끝났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것이 감의 고장인 것을 일깬다. 억새가 출렁거리는 하천 따라 한참을 달리니 오랜 액사가 깃든 화양읍, 청도의 관아였던 도주관(道州館)이 반듯하고 이를 둘러싼 청도읍성이 옛 모습을 복원 중이다. 신라초기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 석빙고도 명품이고. 읍성 맞은편의 관광안내소에 들러 청도여행 안내팸플릿을 살피니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청도문화유산’, ‘볼거리가 있는 청도의 관광명소'(소싸움 명소, 새마을운동발상지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청도의 청정자연’을 수십여 항목으로 소개한다. 전국 어디나 자연 아름답고 문화유산 넘치누나.
갈 곳은 많으나 시간이 부족, 우리 일행은 청도읍 거쳐 운문사로 향하였다. 운문사 가는 길에 운문 댐을 지난다. 운문 댐은 대구광역시의 식수원, 주변의 단풍과 호수의 경관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운문사입구의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20여분 산책길은 소나무 숲이 울창한 명품걷기코스, 세 번째 찾는 발걸음이 초행인양 흥겹다. 대가람은 신라 진흥왕 때(560년) 창건, 세속오계를 설파한 원광법사가 중창하였고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머문 곳인데 지금은 전국 최대규모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명하다. 대웅전 앞의 만세루는 대대적인 보수공사 중, 500년 수령의 처진 소나무가 운치 있네. 고을마다 아름다운 자연, 찬연한 역사와 문화의 향기 발하라.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운문 댐
토요일(10월 31일)에는 숙소에서 가까운 대구의 자랑, 신천을 돌아보았다. 천변에 새긴 신천 안내 글, ‘팔조령에서 침산동까지 27.06km에 걸쳐 흐르는 신천(新川), 신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대구의 길’이다. 물이 흐르니 물길이요, 바람이 흐르니 바람길이다. 수달을 비롯한 갖가지 생물들이 사는 생태의 길이며, 사람들이 오가는 소통의 길이다. 250만이 사는 대도시를 가로지른 하천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산다는 것은 세계의 자랑거리다. 서울이 자랑하는 청계천의 모델도 신천이다. 청계천을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신천을 벤치마킹했다.’
생태계의 보고(寶庫)인양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헤엄치고 수달의 꿈을 노래한 돌비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하늘에 무겁게 깔린
먹의 산성비가
밝은 미래를 검게 덮어버려
수달은 맑고 깨끗한 꿈을 꾼다.’
대구는 전국에서 기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인근의 소도시들이 그 기록을 앞선다. 도심에 물 흐르고 도로와 공원에 나무 많이 심어 그리되지 않았을까. 냇가에 물고기 넘치고 천변은 화려한 꽃밭, 산야에 단풍 물드니 선경이 따로 없구나.
물길이자 생태의 길인 신천의 모습
* '오매! 단풍 들었네.(1)'을 접한 일본의 교민이 보내온 메시지, ‘한국의 단풍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정겨운 고국산천이 그립습니다.’ 지인이 카톡방에 올린 글, ‘11월! 깊어진 가을 풍경만큼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행복한 단풍이 물들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한 단풍여행 즐기고 청정자연의 기운 듬뿍 받았으니 다가오는 날들에 활력이 넘치기를. 여러분도 그러하소서.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붙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 - 김영랑의 시, ‘오매, 단풍 들것네’ 원문
가창 댐 끝자락의 산언덕에 잎은 떨어지고 열매만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