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명 가운데 65등 안에 들어라
'신의 직장' 한국은행 입사 방법
연봉과 복지는?
변호사, 회계사, 박사들이 줄을 서는 곳.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을 마다하고 가는 회사. 한국은행이다.
평균 근속 연수 18년9개월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9667만원이다. 대졸 초임은 4200만원. 이 신의 직장은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물가정책을 조율하는 ‘경제 컨트롤 타워’ 중 하나다.
한국은행은 8일(오후5시)까지 대졸 신입 직원(G5) 입사지원서를 받는다. 올해는 65명을 뽑는다. 작년(70명)보다 5명 줄었다. 지난해엔 4030명이 지원해 57대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10월 22일 필기시험을 거쳐 11월두 차례에 걸쳐 면접을 진행하고 12월에 최종 합격 통보를 한다.
한국은행 인사팀을 취재한 입사 가이드를 소개한다. 연봉과 복지 수준도 분석했다.
◇정원의 최대 20% 지방대 배정
“최소 예년 수준은 지원할 것 같습니다. 경쟁이 지난해보다 치열해질 것 같네요.”
한은 인사팀 하혁진 차장의 말이다. 한은의 종합기획직원(G5)은 꿀보직 중의 꿀보직으로 소문나 있다. 지난해에도 많은 변호사·회계사·사법연수원 수료생이 몰렸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은의 특수한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지원자들이다.
경제·경영 전공자를 70% 정도 뽑고 나머지 법학·통계학·IT에서 30% 정도 뽑는다. 국제경제분야에서 일할 해외전문인력은 4명 정도 선발한다. 중국어 등 언어 특기자를 우대한다. 한국은행이 개최하고 있는 통화정책경시대회 수상자도 우대한다.
◇신중한 결정을 어떻게 내려왔는가
자기소개서는 차별화가 중요하다. 대학시절 이런저런 회사에서 단기 인턴을 했거나, 아르바이트 이력으로 자소서를 채우는 건 인사팀이 원하지 않는다. 학력·이력란의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중복해 부각해서도 안된다.
한은 인사팀이 생각하는 자소서 차별화 포인트의 첫째는 ‘왜 중앙은행에 지원하려 하는가’를 나만의 성격, 가치관, 성향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는 ‘진솔하게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특별한 경험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은 ‘성장잠재력’이다. 자신의 성장과정과 성격, 가치관을 스토리 형식으로 잘 드러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5년, 10년 일하면서 어떻게 발전할지 포부를 드러내야 한다.
물가 목표에 따라 매달 기준금리를 조절해 국가 경제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 한국은행이다. 결정이 중요한 조직인 만큼 ‘나는 어떻게 결정을 내려왔나.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 경험을 담는 게 중요하다. 한은의 한 차장급 직원은 “중대한 결정,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때 얼마나 신중했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얼마나 꼼꼼하면서 차분함을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상당수 직원들은 성격이 차분한 편이다.
보통 1~2년씩 준비해야 하는 필기시험 이후엔 면접이 기다린다. 1차 면접은 토론·실무·심층면접으로 나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면접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차장·팀장급 직원 30명이 면접에 참여한다. 주로 박사급이다. 학위논문과 활용 가능한 통계프로그램 등을 묻는다. 어려운 경제, 정치 문제도 물어 본다. 최종 면접은 한은 부총재가 주관해 진행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했던 경험이 있는가” “억울했던 적은?” “본인이 좋아하는 책이 인상 깊은 이유” “최근 관심이 많은 경제이슈와 국제 경제전망” “지방근무에 대한 생각은” 등이 단골 면접 질문이다.
◇장기상여금과 수당혜택 쏠쏠
한국은행은 연봉, 복지, 커리어의 ’3박자‘를 갖춘 직장이다. 1인당 보수액이 9667만원(2015년)에 달한다. 2007년의 8781만원과 비교해 1000만원 가량 오른 수준이다. 신입직원 초봉도 2007년 3780만원에서 지난해 4200만원으로 올랐다. 대졸·군미필자 기준이다. 군대를 나온 직원은 소폭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국은행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다른 시중은행·공기업과 달리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하는 ’성과연봉제 ‘적용을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향후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대신 근속연수·직급에 따라 저절로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가 남아 있다. 매년 3% 씩 꾸준히 오른다.
별도의 성과 상여금을 1년에 두 번 정도 주지만 비중이 미미하다. 1인당 평균연봉 9667만원에서 성과 상여금 비중은 1.9%(186만원)에 불과하다. 고연봉을 채워주는 것은 기본급(5695만원) 외에 실적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정기상여금(3170만원)이다. 여기에 연차·업무·가족 등 각종 수당(540만원)이 붙는다.
복지혜택도 좋은 편이다. 지방 출신 직원들은 공동 숙소에서 관리비만 내고 생활할 수 있다. 2인 1실이긴 하지만, 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고려하면 대단한 혜택이다.
'사택 대여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심사를 거쳐 전세보증금 전액을 회사가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거주 기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요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거주비를 내지 않고 전세집에 사는 것은 한은 직원들이 뽑는 가장 좋은 복지 중 하나”라고 했다. 주택 대출은 5000만원까지 해준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 금리가 워낙 낮아져 큰 메리트는 없다.
어린이집은 서울 소공동 한은 별관에 있다. 육아휴직 제도도 잘 마련돼 있다.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의료비, 학자금 지원 혜택도 있다.
국내외 학술연수 파견·해외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 파견 등 굵직한 커리어를 쌓을 기회가 다양하게 열려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자기계발과 개인 여가와 대한 다양한 지원 제도도 있다.
단점으로는 서울대 중심의 학벌문화, 잦은 인사 이동, 보수적인 공기업 문화가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