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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6. 쇠날. 날씨: 진도가 과천보다 더 따듯하다. 바람이 불어 조금 차다.
진도
해마다 겨울이면 만나는 진도, 늘 새롭다. 6학년 어린이들도 여섯 번은 왔던 곳이다. 우리 6학년 이석이는 코로나 시작되던 해 한 번 못 왔던 걸 기억하고 있어서 5번이란다. 이번에는 반가운 졸업생이 같이 왔다. 11기 졸업생 엄정우다. 올해 고3인데 수능을 끝내고 여유가 있다 해서 같이 왔다. 늘 약속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정우가 정말 반갑고 고맙다. 정우가 1학년이던 2013년에 처음으로 진도로 겨울 자연속학교를 왔었다. 오는 차 안에서 그때 사진을 정우랑 같이 보며 웃었다.
진도에 처음 오는 어린이들이 열 명은 된다. 1학년과 편입생을 합하면 그렇다. 잠집으로 쓰는 푸르미체험관 시설이 좋고, 넓은 운동장과 먹을거리와 볼거리, 할거리가 많은 진도라 겨울 자연속학교 첫 인상이 좋겠다 싶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진도는 참 멀다. 과천에서 5시간 30분이 걸린다. 하동, 화순, 고성이 대략 3시간 30분쯤인데 그보다 두 시간이 더 걸리니 멀게 느껴진다. 그래도 차 안에서 자주 새참을 먹고 화장실 때문에 자주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려 그나마 낫다.
첫날은 다 함께 짐을 풀고, 여섯 밤을 함께 지낼 규칙을 다시 살피고 생활모둠을 정했다. 자연속학교에서는 학년 모둠이 해체되고 통합모둠으로 살아간다. 차를 탈 때나 형님 노릇을 확인할 때는 학년을 고려하니 학년과 통합 모둠의 장점을 두루 살아나게 된다. 형님들은 이끄는 힘을 기르고, 동생들은 빠르게 형님들을 따라배운다. 어린이들은 설거지와 밥, 청소, 빨래같은 자기앞가림을 하며 형님들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모둠의 협력을 도모한다. 활동 빼고 있는 많은 자유 시간이야말로 자율과 자치의 시간이다. 함께 하는 공부할 때도 빛나지만 자유시간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장이다. 놀기에 충분한 시간, 기다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자연속학교야말로 자연을 닮은 어린이들의 결과 기운이 살아난다. 서로 놀다 다투고 사과하고, 오해를 풀어가는 일들을 만들어가며 몸과 마음을 살찌워간다.
첫날은 늘 다 함께 축구를 했던지라 어김없이 어린이편 대 선생님편이 뛰고 달렸다. 7대2로 선생님 편이 이겼다. 어린이들이 개떼처럼 달려드는 축구라지만 어른들의 속도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해마다 축구를 많이 하는 높은 학년이 있으면 선생들은 이기기가 점점 어렵다. 올해는 선생들이 넉넉하게 조절해서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 판은 우리가 이기지만 사흘 넘어가면 어린이 편이 이길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뛰며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석이가 축구공에 맞아 코피가 나서 다들 놀랬다. 이석이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어느새 많이 자랐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회에서 어린이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박경실 선생님이 생일임을 알려준 덕분이다. 내일은 최한울 생일이다. 자연속학교 때마다 생일을 맞곤 하는 어린이들처럼 나도 음력으로 생일을 쇠더라도 늘 겨울 자연속학교 기간에 걸릴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 건 즐거운 일이다. 본디 아이들에게 진도 특산물처럼 불리는 붕어빵을 한 턱 쏘려했는데 6시에 퇴근해서 내일로 미뤘다.
첫 날은 아이들이 잠이 늦게 들어 마침회를 7시 40분에 시작했다. 저마다 자연속학교 목표를 발표하고, 안전 규칙을 다시 확인하고, 우리가 멀리 진도까지 와서 자연속학교를 여는 까닭을 되새기는 공부를 했다. 8시 30분쯤 이불을 펴기 시작했는데 9시 30분 되어서도 잠이 안드는 어린이들이 있다. 주로 3학년 어린이들인데 첫 날이라 아직은 기운이 넘쳐서 그렇다. 교사마침회 중간에 시환이가 울었는데 아이들이 떠들어서 잠을 잘 수 없어 선생님이 달려갔다. 다들 사흘째쯤 되면 금세 잠이 들 것이라 걱정이 없다. 교사마침회 30분 하고 들어오니 아이들은 모두 잠들어있다. 다 함께 모여 잠을 자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코 고는 소리, 이 가는 소리, 방귀 냄새, 굴러다니는 잠버릇, 늦게 자는 버릇, 저마다 지닌 잠 버릇 속에 함께 자는 일이 큰 불편함이자 공부인 까닭이다. 잘 자는 어린이들을 보니 또 고맙고 행복하다. 가을에 내 손을 꼭 잡고 자던 세 어린이들이 떠올랐다. 윤우, 승주, 시화, 세 어린이가 내 손과 몸을 잡고 잤는데 부모님 대신 의지하는 몸짓이다. 낮에는 잘 놀다가 저녁 때면 어머니 아버지가 그리워서 그렇다.
2024. 12. 7. 흙날. 날씨: 겨울 날씨 같지 않게 따듯한데 오후 늦게는 비가 와서 차가워졌다.
진도 조금 시장-진도향토문화회관-붕어빵-생일잔치
아침 산책으로 하옥심 할머니에게 문안 인사를 갔다. 진도에 오면 늘 아침마다 인사다니는 마을 골목길 걷기다. 추운데 아이들 왔다고 걱정하시지만 아이들이 아침마다 인사를 오는 아이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신다. 2년 정도 요양병원에 가셨을 때 아이들이 할머니를 뵙지 못해 아쉬웠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할머니가 나으셔서 돌아와 이렇게 아이들을 반겨주신다.
“아따 선상님 추원데 아이들 데꼬 뭐하려 오셨어라.”
아침나절 공부로 진도 오일장 조금시장에 가야 해서 아침열기는 10분 정도 짧게 했다. 오늘부터 6학년이 번갈아가며 하루 선생님 노릇을 한다. 지수가 첫 시작이다.
진도 조금시장은 거의 다 어르신들이다. 우리처럼 아이들이 오는 겅우는 드물다. 아이들과 오랜 인연을 맞었던 호떡 할머니는 아프셔서 나오지지 않은지가 한참이거, 튀김집도 지난해부터 하지 않아서 새로운 먹을거리 인연을 찾아나섰다. 다행히 지난해 원서현서아버지가 호떡을 사온 게 생각나서 호떡집을 찾았다. 주문을 해놓고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우리가 한 주문 때문에 할머니들이 한참을 기다리신다. 아직도 반 밖에 준비가 안되었다 하셔서 안되겠다 싶어 지금 담아놓은 것만 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시장에 와서 일 마치고 호떡 하나 드시려는데 한참 걸리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다. 오는 길에 봐둔 꽈배기집에 들려 얼른 주문을 했는데 거기도 꽈배기가 동나있는데 다행이 다시 튀겨서 금세 살 수 있었다. 덕분에 기다리던 아이들의 입이 호강했다. 시장에 오면 맛있는 먹을 거리 추억이 오래 남는다. 화순 오일장에서는 모둠마다 5천원으로 맛있는 걸 먹어보기도 했는데 요즘 물가에서 5천원이 가당키나 할까 싶지만 시장에서는 가능하다. 추억의 오일장 진도 조금시장에 가면 늘 낙지를 샀는데 해산물을 먹지 않기로 해서 아쉬운 마음을 접지만 어쩔 수 없다. 자연산 광어 두 마리를 2만원에 파는 곳에서도 아쉽고, 큰 문어를 파는 곳도 아쉽다. 상어를 파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상어가 73종 된다는 것도 들려주고 아이들에게 만지게도 해주었다. 시장에 나오면서 쌀튀밥을 또 한 자루 샀다. 봄 자연속학교 때 얼마나 잘 먹던지 생각나서다. 역시 아이들이 무척 반기는 새참이다.
낮에는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상설공연을 보고 왔다. 올해는 진도 북춤이 빠지고 퓨전 그룹의 공연 덕분에 앞쪽에 앉은 어린이들이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공연을 즐기는 신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돌아오다 어린이들에게 줄 붕어빵을 샀다. 12년째 인연을 이어가는 붕어빵 아저씨는 익숙하게 맞아주시고 익숙하게 더 얹어주신다. 오늘 붕어빵은 어제 생일 노래를 불러준 어린이들 위해 내가 쏘는 붕어빵이다. 함께 차를 탄 4학년 어린이들은 이끄미 노릇 하느라 애를 쓰고 이어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붕어빵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하나씩 더 먹었다. 우리들의 비밀 추억이다. 같이 차를 타고 다니니 아무래도 4학년 어린이들 기운에 푹 빠지게 되어 또 새롭다.
탄핵안 국회 상황을 보도를 봤다. 어린이들과 tv를 켜고 함께 봤다. 자연속학교에서 텔레비전을 켜는 일은 거의 없다. 이번 내란 사건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1학년 승주가 혼자서 못 씻는다 해서 온 몸을 씻고 싶은어린이들을 몰고 샤워장에 갔다.
저녁에는 최한울 생일잔치를 했다. 올 2월에 편입학한 우리 한울이는 설렘이 많다. 맑은샘에서 첫 생일잔치 설렘이 얼굴에 가득한 만큼 다 함께 축하하고 업어주고 안아주는 생일잔치를 즐긴 모습이다. 내 생일을 전교생이 축하하는 자리는 일반초등학교에서 쉽지 않은 경험이다. 작은 학교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최한울 부모님도 달려오셔서 축하해주셨다.
2024. 12. 8. 해날. 날씨: 어제 밤 비가 오더니 아침에 바람이 많이 불고 차다. 오후에는 해가 뜨고 바람이 잔잔하니 뛰어놀만 하다.
팽목항 가기-해양생태관
새벽에 옆에서 자던 승주랑 최한울이가 내 잠자리로 파고들어 같이 잤다. 바람이 많이 불어 겨울 겉옷을 단단히 입어야 한다. 아침 산책 길에 단단히 옷을 입은 어리이들이 표정이 좋다. 할머니께 인사 드리고 아침 먹고 팽목항에 갔다. 진도 겨울자연속학교에서 꼭 해야 하는 공부가 된지 어느새 10년이다. 바람이 워낙 세차서 등대 가는 길은 얼른 오가야 했다. 세월호 기억관에서 묵념하고 세월호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올 봄 4월에 한 세월호 추모와 안전교육주간이 있어 기억하지만 또 궁금한 게 많은 어린이들이다. 막상 기억관 영정에 있는 수많은 고등학생들 사진을 보면 듣고 읽은 것과 다른 감정이 오는 까닭이다.
낮에는 해양생태관에 가서 해양 생물과 조가비 박물관 공부를 했다. 모둠마다 세 문제를 내야 해서 주로 모둠 이끄미들이 기록을 많이 한다. 발표는 저녁 마침회 때 했다. 6학년 이석이가 하루 선생님으로 사는 날인데 척척 진행을 잘하고 잘 챙기고 있다. 책임감이 쑥 자란 느낌이 바로 바로 확인된다.
해양생태관 앞 신비의 바닷길로 알려진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주워와서 전시를 해두었다.
다녀와서 쉬다가 다 함께 축구를 한 판 했다. 두 번째 판이니 어린이들이 놀라운 승부로 이기는 기쁨을 맛보도록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부로 넘어지고 슬라이딩을 하고 공을 놓쳐서 골이 되도록 하지만 봐주는 티가 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하니 뛰고 달렸다. 4:3 한 골 차로 어린이편이 이겨서 붕어빵을 먹게 됐다. 다 함께 서로를 격려하고 응언하는 공놀이 재미는 볼 만하다.,
쉬는 틈에 손가락섬과 발가락섬이 보이는 바닷가 낚시터를 다녀왔다. 물 때를 확인하고 바람 세기를 보기 위해서다. 만조 때니 내일부터는 바람이 약해지만 낚시를 도전해도 되겠다.
운전하고 밥 채비하는 부모자원교사들 덕분에 큰 도움을 받는다. 축구까지 열심히 하시고 밥 채비 하시고 다시 운전을 했던 분들이고, 줄곧 부엌에서 하루 세끼 채비를 하느라 땀 흘린 부모님들 덕분에 교사들은 더 어린이들 옆에서 어린이들을 돕고 어린이들 속에서 함께 호흡한다. 고마울 뿐이다.
저녁 밤탐험이 있어 모두 씻고 일기를 더 일찍 썼다.
교사들이 피곤함이 슬슬 몰려오는 때가 사흘째부터 시작된다. 경험상 그렇다는 것이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 자원교사들 덕분에 부엌 살림 부담은 줄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자는 곳으르 정리하고 틈날 때마다 가방을 정리하도록 돕고, 함께 놀이를 한다. 그러니 24시간 돌봄과 교육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쏟아야 하는 에너지가 많으니 피로도가 높다. 일찍 일어나는 어린이들 덕분에 잠이 또 부족하다. 운전하고 와서 또 축구하고 놀고 챙기다 보면 저절로 쉴 때 몸을 눕히게 된다.
2024. 12. 9. 달날. 날씨: 바람이 불지 않아 따듯해 첨찰산 꼭대기에서 한참 있었다. 구름이 많지만 오후 늦게는 해가 쨍쨍
첨찰산
산에 오르는 날은 아침부터 챙길 게 많다. 어린이들도 척척 채비를 한다. 목도리와 겉옷을 단단히 챙기고, 추울지 모르니 장갑도 작은 배낭에 넣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병에 물을 채워 넣고, 운동화를 꼭 신고 가야 한다. 가끔 끌신을 신고 나오는 경우가 있어 단단히 확인했다. 부모자원교사들이 부엌을 책임져 주니 교사들은 더 아이들 챙김에 힘을 쏟게 된다. 첨찰산은 485.2미터로 그렇게 험하지는 않은에 꼭대기 앞둔 사분의 삼 지점에서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 마지막에 숨이 가쁘게 되는 길이 있다. 꼭대기를 바로 앞두고 가장 가파른 층계를 오르는 것이다. 편안하게 걷다 마지막에 힘을 내야 하니 어린이들의 시 속에는 늘 힘들다는 마음이 들어있고, 그러나 올라와서 만나는 바다 풍경이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들어있다. 오를 때마다 늘 앞장서 따라오는 어린이들이 열 명쯤 되는데 얼른 올라 많이 쉬고 싶은 까닭이다. 가끔 뒤에서 늦게 오는 소율이가 이번에는 가장 앞에서 따라왔다. 사과 열 개를 먹어야 하는 거리로 잡고 지금쯤 사과 두 개쯤이고, 다섯 개쯤이고 하면 어린이들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를 금세 이해한다. “선생님 이제 사과 몇 개 남았어요?” 물을 때쯤이면 슬슬 힘들다는 소리일 때도 있다. 넓적바위에서 쉬는데 등산로 길에 의자늘 놓는 공사를 하는 어른들이 있어 반갑게 인사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런지 진도를 찾는 등산객들이 거의 없다. 늘 많은 분들을 만난=곤 했는데 말이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바다 풍경은 어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보고 또 보고 사진으로 담고 눈으로 담고 어린이들과 담는다.
사진을 찍고 잘 내려왔는데 앗 소율이가 가방을 산 꼭대기에 놓고 왔다고 노학섭 선생님이 알려주었다. 점심을 서둘러 먹고 다시 첨찰산에 다녀왔다. 가방도 찾고 덕분에 멋진 경치도 한 번 더 봤다. 소율이가 좋아하겠다.
낚시를 갔다. 첫 줄조다. 바람은 세차지 않고 노을이 예쁘다. 어제보다 물은 더 빠져있다. 지는 노을과 어린이 낚시꾼은 언제 봐도 멋진 풍경이다. 내가 잔챙이 한 마리 잡았는데 놔눴다. 6학년과 마지막 낚시라는 애틋함이 있는데 우리 6학년은 라면 먹는 것 말고는 그저 그렇다.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더 찍어주고 싶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낚시하는 모습, 다 함께 있는 사진까지 모두 멋지다.
6학년 채원이가 하루 선생님 노릇 하는 날이었는데 척척 잘해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
2024. 12. 10. 불날. 날씨: 날이 좋은데 바람이 세다.
고마운 자원교사
아침산책으로 하옥심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할머니네 텃밭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왔다. 마음껏 뽑아가라는 고마운 말씀은 언제 들어도 고맙다. 6학년이 무거운 배추 한 포기씩 들고 가고, 늦게 가는 어린이들이 무를 들고 갔다.
아침나절에는 낮은 학년과 높은 학년이 나눠서 활동을 했다. 낮은 학년은 잠집 마당에서 전래놀이를 하고, 높은 학년은 고려시대 삼별초 유적지와 조선시대 명량대첩 유적지를 들렸다. 벽파정, 용장성, 왕온의 묘까지 거리를 살펴 차례로 둘러보는데 한 곳마다 대략 20분 정도에서 30분 걸렸다. 바닷가 바람이 세찬 벽파정과는 달리 용장성은 따듯했다. 유키님과 박건호님이 차 운전을 해주신 덕분에 알차게 공부했다.
낮에는 일곱 모둠으로 나눠 음식을 만들었다. 배추지짐, 채소튀김, 대파지짐과 대파동그랑땡을 만들어서 마을회관에 모여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가져다그렸다. 음식 만들기는 어린이들이 졸아하는 활동이다. 모둠마다 교사가 배치되고 동생들과 형님들이 서로 협력해 음식을 만들어 먼저 먹어보고 서로 나눠 먹는 즐거움으로 식당이 왁자지껄하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을 어린이마다 한 접시씩 들고 마을회관으로 가서 아리랑 노래도 불러드렸다. 열 네 분의 어르신들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시고 손뼉을 많이 쳐주셨다. 아이들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봉투를 주셨다. 12년간 이어온 길은리 마을 어른들과 인연 덕분에 진도에 오면 늘 편안하고 행복한 자연속학교를 열 수 있었다.
맛있는 오후 새참으로 승주어머니 양인선님이 호떡을 만들어줬다. 가을 하동 때 밤탐험 새참으로 정말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인기가 대단하다.
4시 30분에 5학년과 낚시를 갔다. 날이 좋아 노을이 정말 곱다. 5학년은 낚시 운이 좋다. 아오가 큰 우럭새끼를 잡았고, 하린이가 잔챙이 세 마리를 잡아냈다. 멋진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해가 바다 너머 산으로 거의 넘어갈 때쯤 부모자원교사들이 오셨다. 멋진 노을을 보러온 건데 잠깐 밖에 못봐서 많이 아쉬웠다. 김혜련님은 자원교사로 와서 처음 온 노을 나들이라며 많이 아쉬워했다.
밤탐험은 숨바꼭질을 했다. 유키님이 채비한 핫도그가 있어 신이 났다. 일본에서 캠핑할 때 핫도그를 우유곽에 넢어 구워먹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미리 채비를 많이 해오셨다. 덕분에 밤 탐험 새참은 불맛을 들어간 맛잇는 핫도그빵이다. 박근호님이이 불을 붙여주었는데 우유곽이 연료가 되어 구워내는 과정이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재활용 공부가 되었다.
밤에 하는 숨바꼭질 재미는 긴장이 있다. 선생들이 어린이들을 찾아내고 어린이들이 선생들을 찾아내는데 거의 다 어린이편이 더 빨리 찾아내고 더 오래 숨는다. 밤탐험 때 숨바꼭질은 남해에서 시작했는데 넓은 운동장과 나무가 있는 곳에서는 밤 탐험 놀이로 이제껏 잘 쓰이고 있다. 겨울철 별자리 공부를 길게 해야 되는데 올해 겨울 밤탐험에서는 짧았다.
어린이들이 밤탐험까지 긴 활동을 한 날은 모두 피곤하다. 새참도 정말 많이 먹은 날이다. 6학년 도윤이가 하루 선생님 되어보기 활동을 하며 아침열기, 낮공부 열기, 밤 마침회까지 이끌었는데 교사마침회 때도 여유가 넘친다.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짓던 귀여운 도윤이가 어느새 170이 넘는 키가 가장 큰 어린이가 되어 웃으며 자연속학교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서 떠나는 만큼 어른들도 나이 들어가며 인격이 성장했을까.
2024. 12. 11. 물날. 날씨: 아침에 바람이 없어 괜찮았는데 바람이 부니 춥다.
다섯 분의 부모자원교사가 올라가셨다. 자원교사들이 맡아주는 부엌이 꽉 찰 정도로 많이 오셔서 어린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만들어주셨다. 사람이 많으니 함께 일하는 즐겁고 좋다고 하셨다. 저마다 아름답고 보람된 추억을 쌓으셨으리라.
아침나절 공부는 그림 그리기다. 갯살림 자연속학교이니 물고기나 조가비, 전복 들을 그리기도 했고, 진도 특산물인 대파를 그리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진도 해양생태관 앞 신비의 바닷가에서 주운 조가비를 그렸다. 크게 그리고, 정성껏 그리고, 자세히 그리고, 비례와 명암을 살리는 살아있는 그림 그리기는 한참 시간이 걸린다. 그림 아래 자세한 설명 글을 쓰고 나면 물론 맛있는 새참이 기다린다. 명작을 그려내는 어린이화가들이라 응원과 칭찬이 아주 중요하니 늘 이름을 불러주고 용기를 일으키는 게 교사 노릇이다.
밥 먹고 올라오는데 이안이가 업어달라고 해서 업어주니, 옆에 있던 선련이도 나도 나도 하며 업어달라고 해서 또 업어주었다. 지안이도 늘 업어달라고 해서 업히곤 한다.
긴 자유 시간에는 공기놀이와 카드 놀이를 가장 많이 하는데, 여자방에서 깔깔콘서트를 위한 연극 연습이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2024. 12. 12. 나무날. 날씨: 맑고 쾌청한데 중부지방으로 올라올수록 춥다.
돌아오는 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어린이들이 잠을 일찍 개서 옷과 가방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짐을 싼다. 어김없이 보스락 거리는 소리 덕분에 일찍 개서 같이 짐을 챙기다 보면 아침 먹는 시간이다. 침낭 개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 형님들이 동생들을 잘 도와준 덕분에 빨리 끝났다. 가방을 내려놓고 모두 모여서 청소를 했다. 아침을 먹고 다 함께 아침열기를 하며 자연속학교 전체 되돌아보기를 했다. 추억이 많고 고마운 이야기가 많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씻고 잘 누면서 모두가 무탈하게 돌아가니 고맙다. 버스를 타고 과천에 닿으니 긴장이 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