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
이돈형
누군가의 물수제비가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납작한 돌이 튕길수록 잔잔함에 잡힌 멱살처럼 하나 둘 셋 넷…… 다시 와 줄 수 없는 전생처럼
물살이 비껴 났다
사람들은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다 일렬로 서서
조금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물수제비 뜨는 모양이라 했을 것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고가다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마주보고 오다 마주친다
전생에 가슴 저린 사람이 먼저 비켜선다 이생에선 잠시 비켜서겠다는 듯 비켜선다 보내고 나도 가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외나무다리
마주쳤으니 비켜설 줄 아는, 비켜가는 것이 아니라 비켜서는 사람들
물수제비 뜨던 사람도 외나무다리에 올라선다
* 무섬: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위치한 마을 이름. 3면이 물로 둘러 쌓여있는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
첫댓글 물수제비 하나로 이승과 전생으로까지 연결시킴이 좋으네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