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 경매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죠~! 거두절미 하고 공개합니다~ 하이앨프 소녀입니다~!"
얍삽하게 생긴 노예상인의 소개에 맞춰 지하실 중앙 스테이지 위로 양손이 포박되고 커다란 족쇄로 다리의 자유로움을 잃은 소녀가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들의 손에 들려 모습을 나다냈다.
-오오~!-
앨프 소녀의 모습에 라이트가 비춰지자 경매장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 첫번째로는 당연한 것 이겠지만 앨프소녀의 완벽한 미모 때문이었고 그 두번째로는 앨프소녀의 연령이 너무나도 어려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자, 조용히들 해주시기 바랍니다~ 보시다 시피 이 앨프계집은 하프앨프 나부랭이가 아닌 숲의 앨프라 불리우는 하이 앨프 족속입니다~ 자, 보십시요 이 완벽한 얼굴을~ 아직 성인식이 지나지 않아 어린 몸을 하고 있지만! 그만큼 최고의 품질을 자랑 합니다~ 운이 좋으면 소녀 앨프와 성인 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햐~! 생각 해보십시요~ 잘 길들여진 앨프소녀와의 열락의 밤을~!"
-오오옷~~-
장 내는 흥분과 열기로 가득 찼다. 앨프 소녀의 외모는 그야말로 완벽한 것이었다. 비록 몸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오똑한 콧선과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넘칠듯한 커다랗고도 슬픈 눈망을 그리고 당장이라도 키스를 퍼붓고 싶은 욕망을 끓어 넘치게 하는 입술. 마치 자신의 얼굴에 매혹(fascination)마법이라도 건 듯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에 넋이 나간 듯 한 모습이었다.
"야..앤디.."
장내 세인들과 마찬가지로 앨프소녀의 모습에 넋이 나가있던 앤더슨은 자신의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고통에 정신을 차렸다.
"아,맥키 왜,왜그래?"
"아, 저기봐. 저 남자, 경매에 참가할 심산인가 본데?"
"응? 그게 무슨? 아아.."
맥키언이 가리킨 사람은 아까의 그 청록색 머리칼의 남자였다. 청록색 머리칼의 남자는 맥키언의 말대로 이번 액프소녀의 경매에 참가할 듯 이제까지의 무덤덤한 태도와는 달리 매우 흥분된 모습이었다.
"자, 이번 경매는 1500골드부터 시작 합니다~! 자, 2000골드 없으십니까 2000골드?"
"5000골드!"
"5500!!"
"6000!!!"
예상대로 앨프소녀의 몸값은 청천부지로 치솟아 거의 10000골드에 육박할 정도로 그 값이 오르고 있었다. 10000골드라고 하면 왠만한 성 한채를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 이였다.
"자, 15000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자, 16000골드 없으십니까? 없다면 오늘의 이 앨프 소녀는 에도가와 란브랜트 자작께로 넘어갑니다~"
경매는 막바지에 이르러 15000골드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부른 에도가와 란브랜트 자작이라는 남자에게로 시선이 주목되었다. 대부호의 아들로 알려진 이 에도가와 란브랜트라는 자는 30대 초반의 미 남자로 여색을 즐겨 귀족들 사이에선 난봉꾼으로 더 잘 알려진 남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앨프라지만 성 한채값이 넘는 돈을 한낫 노예에게 쓸 수 있을리 만무했겠지만 말이다.
"20000골드 내겠소!"
-???!!!-
거의 장내의 분위기가 이 란브랜트 자작에게로 초점이 모여지고 란브랜트 자작 그는 그 대로 세인들의 부러움 섞인 눈초리에 흐뭇해 하고 있을 때 쯤 들려온 이 소리에 란브랜트 자작의 얼굴은 팍 일그러지고 말았다.
(4)
"이,이만 골드 나왔습니다! 더,더 없습니까? 21000골드 없습니까?"
득의의 미소를 짓고있던 란브랜트 자작도 장 내의 부호들도 모두 할 말을 잊은듯 멍한 표정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단 한사람 사회를 맡고있던 노예상인만이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였다.
"저..남자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맥키언의 말로 의외로 쉽게 밝혀졌다. 바로 맥키언이 예의 주시하고 있던 그가 바로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던 것이었다. 이제까지의 경매에서 단 한번의 관심도 보이지 않던 그가 드디어 나선 것이었다.
흥분 하여 조금이라도 더 가격을 올리려는 상인의 말에 란브랜트 자작의 얼굴은 불쌍할 정도로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기실 저 앨프 소녀는 란브란트 자작이 이미 경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찍어놓은 상품이었다. 그리고 상인과도 15000골드라는 금액으로 경매를 종결하기로 입을 맞춘 후였던 것이었다. 또 그정도 금액이라면 경매를 거치지 않고서라도 충분히 앨프를 살 수 있었었지만 란브랜트는 자신의 부를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 허영심이 지금 자신의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하고서 말이다.
"21000골드..21000골드 없습니까? 그러면 오늘의 마지막 상품은 저기 저 청발의 흰 로브를 입은 신사분께 넘어갔습니다~! 탕! 탕! 탕!"
그렇게 상인의 나무 망치 소리를 끝으로 앨프 소녀는 청발(靑髮)의 사내에게로 넘어갔다. 한낮 허영심에 사로잡혀 낭패를 본 란브랜트에게는 애석한 일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리 대 부호의 아들이라도 20000골드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은 쉽사리 쓸수 없는 것이었으니 자신을 자책하는 수 밖에는 분을 풀 방법이 없었다.
"흠..자, 이제 우리도 슬슬 복귀해야지. 우리가 몰래 빠져 나온 것이란걸 잊어선 안 된다구~"
"그래,그래 앤디. 그만 보채라구~ 여유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리 급하지도 않는 시간이라구~ 안그래 맥키?"
경매가 끝나고서도 미적거리는 패터슨을 보고 앤더슨은 급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여유있게 말하는 패터슨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지만 앤더슨의 성격에는 패터슨과 같은 똥배짱(?)이란 필수 항목이 결여되 있었다.
"뭐..물론 늦은건 아니지만..우리가 몰래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구...지금 시간이라면 복귀는 문제 없겠지만 완전 범죄는 포기해야 한다고 봐야돼..."
"으윽...패~터~스은~~!!"
"야,야. 왜이래? 너도 즐겨놓구선~"
맥키언의 무덤덤한 말은 앤더슨을 패닉상태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마을에서 잠깐 쉬어갈때 잠시 부대를 이탈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일은 사실 그리 큰 일은 아니었다. 재시간에 복귀만 한다면 그것을 문제 삼을 상관은 없었고 또 앤더슨 일행은 정규군이 아닌 징집병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해도 군율덕에 공개적으로는 부대내 이탈을 금지한다는 성명이 있었던 것이었는데, 소심한 앤더슨은 그것을 정말로 믿고 있었던 것 이었다.
"하하하..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될게야..기사라는 족속들이 그렇게 속 좁은 위인들도 아닐 것이니...자, 내가 말을 준비해 놨다네. 타고 가면 늦지않게 복귀할 수 있을거야."
앤더슨의 불안이 극도에 달할 즈음 버넷이 준마(駿馬) 세필을 끌고 다가왔다.
"와앗, 정말 고마워요. 버넷 아저씨!"
"이익!"
"버넷씨, 감사합니다~!"
"..그럼..."
아저씨란 말에 발작 하려는 버넷을 두고, 앤더슨 일행은 지체없이 말 위로 올라 탄후 수비대 초소로 달렸다. 그리고 후일담 이지만 멀어져가는 앤더슨 일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버넷은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