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다음 중 사업승인 단계 때 주택건설 사업 대상지의 토지나 토지주인을 일정 기준 이상 확보하면 나머지도 매도청구 등을 통해 강제로 확보해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
①재개발 ②재건축 ③리모델링 ④지역주택조합
정답은 4번이다. 지역주택조합만 사업부지를 100% 확보해야 사업할 수 있다. 그런데 지역주택조합에 매도청구권이 없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역주택조합을 하는 사업자 측에서도 많이 헷갈린다. 부지를 모두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매도청구를 염두에 두었다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사업이 중단되다시피 하기도 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자신의 땅을 내놓고 기존 집을 허물어 아파트를 지은 뒤 전용면적 85㎡ 이하를 우선 분양받고 나머지 물량은 일반 분양할 수 있는 사업이다.
다른 사업은 매도청구권이나 이와 비슷한 권리가 있는데 지역주택조합 사업에는 왜 이런 권한이 없을까.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일반 주택건설사업에는 매도청구권 등 있어
매도청구권이나 이와 유사한 성격의 권한은 정부에서 주택건설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준 것이다.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주택공급량을 늘리려는 것이다.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에 가장 먼저 주어졌다. 1984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련 법인 집합건물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재건축 매도청구권이 명시돼 있다.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였다. 현재는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합이 설립되면 나머지 주민에 대해 매도청구권이 생긴다. 매도청구권은 감정가격 등 일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비동의자들의 집값을 법원에 공탁하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재개발에는 매도청구와 다소 다른 수용결재권이 있다. 매도청구보다 강력한 수단이다. 75% 이상의 동의로 조합이 설립되면 비동의자의 재산을 강제로 가져갈 수 있는 권리다. 비동의자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재건축과 같은 감정가격이다. 법적인 매도청구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매도청구권보다 막강하다. 재개발에 이런 권한이 주어진 것은 재개발은 공익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집을 허물고 다시 아파트를 짓는 것이지만 자치단체에서 일부 지원해 기반시설 등의 정비도 함께 진행된다.
이들 사업 외에는 원래 주택건설사업에 매도청구권이란 게 없었다. 그러다 ‘알박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005년 주택건설사업에 매도청구권이 도입됐다. 알박기는 사업승인 신청 조건은 사업부지 80% 이상 확보이지만 사업승인을 받으려면 사업부지를 100% 전량 소유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사업 대상지 내 땅을 갖고 있는 지주가 땅값을 많이 받기 위해 턱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을 말한다. 사업자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살 수밖에 없다.
사업부지를 80% 이상 확보하면 나머지 땅에 대해 매도청구권을 가질 수 있는데 대신 10년 이상 갖고 있는 땅은 매도청구할 수 없었다. 이 문제 역시 사업 걸림돌이 되자 올 1월부터는 95% 이상 확보하면 보유기간이 10년 이상된 땅도 매도청구할 수 있게 매도청구권한이 강화됐다.
리모델링조합의 매도청구권도 2005년 매도청구권이 도입되면서 함께 적용됐다. 당시 재건축을 억제하고 리모델링을 권장하던 정부 정책의 영향이었다.
주민들 자체사업 성격이 강해 매도청구권 부여 안돼
그런데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경우 애매한 점이 없지 않다. 매도청구권을 명시한 주택법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매도청구권이 없다는 규정이 없다. 별다른 규정이 없다보니 매도청구권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택법 시행령에 보면 리모델링을 제외한 주택조합은 사업승인을 신청할 때 ‘주택건설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있을 것’ 이란 규정이 있다. 얼마를 확보하라는 기준은 없지만 별도의 기준이 없는 것으로 봐서 100% 확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정부도 잇단 주택조합 매도청구권 관련 질의에 ‘주택조합의 경우 주택법 시행령 제12조 규정에 따라 당해 주택건설대지의 소유권을 확보(100%)하여야만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택법 제18조의2 규정에 따른 매도청구권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매도청구권이 없는 것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게 거의 없고 주민들 스스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굳이 사유권 침해 논란이 있는 매도청구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