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가장 쉬운 무기이자 삶의 방식이었던 3선 국회의원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단 1%도 할 수 없는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장유정 감독이 연출한 2020년 개봉작 영화 정직한 후보는 브라질의 흥행작 를 원작으로 한 한국형 정치 풍자 코미디다.
권력과 욕망을 위해 부패를 일삼던 정치인이 강제로 양심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한 소동극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통쾌한 웃음폭탄과 함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선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야망을 품은 주상숙(라미란)은 대중 앞에서는 낡은 옷을 입고 허름한 집에 살며 오직 서민만을 위하는 척 위선을 떠는 베테랑 정치인이다.
하지만 실상은 화려한 대저택에 거주하며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자산 가치를 불려온 철저한 뻥쟁이다.
심지어 선거철마다 유리한 동정표를 얻기 위해 멀쩡히 살아 있는 할머니 김옥희(나문희)를 세상을 떠났다고 속이는 등 거짓으로 가득 찬 철면피의 삶을 살아간다.
손녀가 더 이상 거짓의 늪에 빠지지 않고 정직하게 살기를 바랐던 할머니 김옥희는 외딴 돌탑 앞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고, 이 기도는 기적 같은 저주가 되어 주상숙에게 내려앉는다.
그날 이후 주상숙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속 속내와 추악한 진실들을 공식 석상과 생방송에서 줄줄이 쏟아내기 시작한다.
당 대표와 라이벌 남용성 앞에서도 필터링 없는 독설과 비리 폭로를 이어가자, 충성스러운 보좌관 박희철(김무열)과 겉으로는 백수 취급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외조하던 남편 봉만식(윤경호)은 이 역대급 말실수들을 수습하느라 혼비백산이 된다.
정치 전략가 이운학을 영입해 솔직한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간신히 지지율을 방어하지만, 더 큰 대형 악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상숙이 가난한 학생들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설립했던 옥희 재단이 사실은 돈과 권력을 거래하는 입학 비리의 통로로 변질되어 있었고, 그 배후에 당 대표까지 얽혀 있다는 사실을 기자가 포착한 것이다.
이 와중에 할머니가 살아 있다는 거짓말까지 들통나자 큰 실망을 한 이운학은 라이벌 남용성의 캠프로 돌아서고, 남용성은 주상숙의 비리가 담긴 USB 원본으로 그녀의 숨통을 실시간으로 압박해온다.
할머니 김옥희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손녀를 가엽게 여겨 다시 소원을 빌어준 덕분에 주상숙은 드디어 다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진실만을 말하며 겪었던 시간 속에서 그녀의 도덕적 자아에는 균열이 생겨 있었고,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진다.
결정적인 순간, 파파라치에게서 비리 USB를 건네받지만 파일 이름인 Joo와 동물원을 뜻하는 Zoo가 뒤섞이는 황당한 배달 사고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주상숙의 비리뿐만 아니라 당내 여러 국회의원의 추악한 커넥션이 담긴 영상이 온 세상에 강제 공개되는 대반전이 일어난다.
결국 주상숙 역시 자신의 비리가 명백히 밝혀지면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모든 권력과 거짓으로 쌓아 올린 가짜 삶이 통쾌하게 무너진 자리에서, 이전의 악독했던 표정을 지워내고 한층 홀가분하고 단단해진 얼굴로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는 주상숙의 모습을 비추며 끝을 맺는다.
타이틀롤을 맡은 라미란은 특유의 생활감 넘치는 코믹 연기와 완벽한 완급 조절로 극을 완벽하게 이끌었으며, 이 신들린 열연을 인정받아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생애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