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강태산
1시 10분. 엄청난 빛을 내뿜는 눈부신 태양은 도시를 후라이팬처럼
달구었다. 이 시각. 4교시 종이 울리고 하나고의 점심시간이 되자 태
산은 현권과 점심을 먹기위해 레스토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요즘 급
식을 안하는 곳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태산과 현권은 매일 고급요리
를 먹어와서인지 급식은 영 입에 맛이 않아 관심도 없었다. 두 사람은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으로 눈부신 외모로 여자선배들의 눈을 사로잡은
터였다. 태산은 큰 키에 작은 얼굴과 크고 뚜렸한 눈, 오똑한 콧날에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여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현권은 태
산보다 약간 작은 키에 커다란 눈과 아름다운 미소로 여자들의 눈빛이
빛나게 만드는 귀여운 이미지였다. 현권은 걷다가 태산에게 할 말이
있어 멈추었다.
"이리로 가자!"
"왜?"
"이 길이 더 빨라!"
"그말 책임질 수 있어?"
"나의 말은 곧 신의 계시. 나의 말을 못 믿겠다는 거냐?"
"그래, 이 길로 가자!"
태산은 현권이 평소에도 똑똑했기에 현권의 말을 듣고는 방향을 바
꾸었다. 둘은 현권이 가리킨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 안에는 하나
고 2학년 여학생들이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단체로 담배를 피우고 있
었다. 이 골목길은 하나고 여자 폭력써클 2학년들이 얼마전 3학년들에
게서 빼앗은 그들의 구역이었다.
"이거 뭔가 잘못 온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현권씨?"
"그냥 뚫고 가면 되는 거야! 내 말대로 하면 신의."
"축복이라도 내려지는 건가요?"
"그, 그렇지 뭐!"
"넌 머리는 좋은데 역시 운이 없어!"
태산은 쫄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당당하게 걸었다. 현권도
태산의 뒤를 착 달라붙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현권은 그 참사를 기
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발 여자들이 태산을 건드리지 말길 바랬다.
그러나,
"거기 신입생! 이리 와봐!"
'크어어어억! 이젠 끝장이야! 그때도 이랬어. 태산이가 지나가고 있
는데 한 패거리가 태산이를 건드려서 싸움이 붙었단 말야! 그때 15:1
로 태산이는 싸웠지만 결국 15명 모두 병원으로 보내버렸어.'
현권은 불길한 예감에 온몸을 떨고 있었다. 나 떨고 있니?
지수(2학년 여자들의 간부)는 담배를 벽에 비벼 끄면서 삥을 뜯으려
둘에게 다가왔다.
"마현권! 이건 분명 너를 부른 소리다!"
"절대 그럴리 없어! 나처럼 귀여운 남자를 때린다면 그건."
"인간이 아닙니까, 마현권씨?"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저녀석들 뭐라고 서로 지껄이는 거야!'
지수는 둘의 행동에 짜증이 났다.
"둘 다 이리와!"
둘은 천천히 지수 앞으로 왔다. 지수는 태산의 얼굴을 보는 순간 표
정이 굳었다가 다시 풀렸다. 그러나 2차 경련! 현권을 보자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이 미소가 피어났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니들 돈 좀 있어? 누나들이 술마실 돈이 필요하거든. 있어, 없어?"
태산은 말없이 구찌 남성용 반지갑을 꺼냈다. 지수는 구찌를 보고는
태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 구찌! 좀 사나 보네."
태산은 지갑속에서 만원짜리 지폐 30장을 꺼내 지수의 손에 올려주
었다. 지수는 너무나도 큰 액수에 깜짝 놀라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
았다. 현권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수의 표정을 보았는데, 피식! 표
정이 너무 웃겨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불량학생에게 삥 뜯기
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현권의 웃음샘은 절제되지 않았다. 지수는
현권의 웃음소리를 듣자 화가 났다.
"이게 웃어? 죽고 싶어?"
"난 죽지 않아!"
지수는 현권의 말을 듣자마자 현권을 미친놈이라 생각했다.
태산은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현
권도 뒤를 바싹 쫓았다.
"저, 저기!"
지수는 생각보다 너무 커다란 액수를 넘긴 태산을 불렀다. 원래는
푼돈이나 뺏는 그런 건데, 괜히 액수가 커지가 무언가의 걱정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태산은 멈추어섰다.
"왜요? 모자라요?"
"아, 그런게……."
"쉿!"
태산은 팔, 다리 등 몸 이곳저곳에서 1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기 시
작했다.
"여기도... 그래 여기도 있었지. 그리고 또 어디에 넣어놨더라? 아
그래 교복 바지단 밑에."
지수와 뒤의 여자들의 표정은 태산의 행동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못
했다. 현권은 여자들의 표정을 보자 너무 웃겨 또 웃음이 나왔다. 마
치 코미디 프로그램 보는 거 같아!
"이정도면 됐나요?"
태산은 수표 수십장을 지수의 손에 얹어주었다. 너무나도 큰 액수에
지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갑자기 머릿속에 사고 싶은것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살 수 있고, 저것도 살수 있고, 아, 행복해!'
"아직도 모자라요?"
"아, 아니 충분해!"
지수의 목소리와 돈을 들고 있는 손은 심하게 떨렸다.
"이런 짓 앞으로 하지 마세요. 돈이 필요하면 저한테 말하세요. 충
분히 드릴테니까!"
태산의 말에 여자들은 모두들 담배를 끄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태산
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태산은 마치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아무리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은 금빛을
뿜어대는 돈주머니로 보였다. 태산의 몸에서는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
기 시작했다.
"알겠죠, 누나?"
"어, 어? 응! 다신 안 그럴게! 흐흐흐흐. 흐흐흐흐."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나요!"
"꼭 나중에 다시만나~~!"
여자들은 태산에게 상냥한 미소로 태산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열심
히 살랑살랑 손을 흔들었다.
태산과 현권은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왔다. 현권은 방금상황
에 너무나도 재미있어 했다. 처음에 현권은 태산이 모두에게 중상을
입혀서 경찰서에 가지 않을까란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너
무나도 재미있는 상황으로써 빗나갔고, 돈에 눈이 뒤집혀 확 달라진
여자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현권은 나도 나중에 써먹어 봐야겠어 라
고 생각했다.
"난 돈 한푼도 없으니까 오늘 밥값은 니가 내!"
태산은 바지 주머니를 뒤집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였
다.
"뭐?"
현권은 뒤통수를 한 대맞은 기분이었다.
"신이시여. 당신의 사랑스런 자식인 내게 어찌 이런 마른 하늘에 날
벼락을. 이것은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려는 건가요?"
"마, 현, 권, 씨! 현재 날씨는 구름이 잔뜩 끼였습니다."
"아, 그런가요? 자, 잠깐! 원랜 니가 사기로 한 거였잖아! 오늘은
너의 차례란 말이야! 이렇게 되면 내가 오늘도 사야되고, 내일도 사야
되잖아!"
"하지만 어떡해? 내가 니 몫까지 삥 뜯겼잖아!"
"아하! 그런일이 있었군.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굶는 거야!"
"우리가 거지도 아닌데 굶는 다는 게 말이 돼?"
태산은 현권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역시 내가 내야 되는 건가?"
현권은 밥값을 두 번 연속으로 내야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이것도 결국 신이 나를 시험하는 것인가? 아직 몇 번의 시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현권의 눈망울은 곧 눈물샘이 터져서는 눈물이 줄줄 흐를 것만 같았
다. 태산은 현권의 이런 행동에 대해 눈꼽만큼의 신경조차도 쓰지 않
았다. 현권은 주먹을 불끈쥐고는 위로 힘차게 뻗어올렸다.
"그래, 결정했어! 이왕 쓰는 거 그냥 지를 테다!"
현권의 눈에 희망의 빛이 돌아왔다.
"잘 생각했어! 비싼요리로 먹어주마!"
첫댓글 재밌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