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늘어난 대기 열에 요금 상승
◦ 스팟 운임(Spot Rate) 치솟아
- 파나마 운하 이용 요금 상승 폭이 심상치 않다. 액화천연가스(LPG) 수송 전문 해운사인 아반스 가스(Avance Gas)는 최근 발표한 2023년 2/4분기 수익보고서를 통해 최근 파나마 운하 스팟 운임 권한을 수주하기 위한 입찰에서 화주들이 선박당 최대 240만 달러(한화 약 31억 6,800만 원)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반스 가스에 따르면 대기 없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스팟 운임의 가격은 8월 초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2,000만 원)를 넘어섰으며, 그 이후로도 입찰 단가가 빠르게 상승해 8월 중순에는 200만 달러(한화 약 26억 4,000만 원)를 돌파했다
- 외스타인 칼레클레브(oystein kalleklev) 아반스 가스 CEO는 “스팟 운임에 기본 이용 요금을 더하면 파나마 운하 운임은 300만 달러(한화 약 39억 6,000만 원)를 넘어선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금이 계속 오르면 이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수에즈(Suez)운하나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경유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이용 가능 대수 제한으로 대기 시간 길어져
- 스팟 운임 입찰 가격이 치솟은 시기는 파나마 운하 관리국(ACP, Autoridad del Canal de Panamá)이 일일 통과 가능 대수를 32대로 제한한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은 하루 40대 정도였으나 가뭄으로 운하 수위가 하강하여 일일 이용 가능 대수를 20% 가량 줄였다.
- 운하 통과 제한이 강화되면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한 선박의 대기 열이 길어지고 있다. 8월 초부터 증가한 대기 열은 8월 중순 경 최대 200대 이상에 이르렀다. 평소 파나마 운하 이용을 위해 대기하던 선박 수가 80대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예년 평균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9월 현재, 대기 상황은 다소 완화되었으나여전히 평소보다 50% 이상 증가한 130여 대의 선박이 운하 통과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 파나마 운하 상황, 나비 효과 일으킬 수 있어
◦ 북미와 남미 물류를 잇는 핵심 관문
- 파나마 운하가 중요한 이유는 북미와 남미 사이를 오가는 컨테이너선의 항해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주기 때문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대서양에 접한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남미 대륙의 서쪽 국가들인 에콰도르, 페루, 칠레 등으로 운송할 때 최장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파나마 운하 이용 시 항해루트(붉은색)와 미이용 시 항해루트(노란색) 비교>
지도 출처: Google
- 에콰도르, 페루, 칠레 및 볼리비아는 주요 수출품으로 농산품을 포함하고 있으며 내륙국가인 볼리비아는 칠레의 항구를 통해 수출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인 에코도르는 미국 전역에 바나나를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농산품은 신선도 유지가 매우 중요하나, 파나마 운하 이용에 제약이 생기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경우 제품의 손상 위험이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제품 손상을 줄이기 위해 냉장 컨테이너 이용을 확대하거나 다른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는 물류비용 증가나 최악의 경우 수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 글로벌 물류에도 영향 미쳐
- 파나마 운하의 역할은 단순히 아메리카 대륙 범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의 특성상,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물품이 대서양에 인접한 미국 중~남부 지역으로 수출될 때 파나마 운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 더불어,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원자재 생산이 증가한 미국은 한국과 중국 등을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두고 있는데, 해당 원자재 운송선 역시 운송 시간 단축을 위해 파나마 운하를 이용했다. 이렇듯 파나마 운하는 중국의 성장과 셰일가스 혁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다 효율적인 물류비용으로 당사자들에게 제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니어쇼어링(nearshoring)에도 영향 주나
- 한편, 파나마 운하의 병목 현상은 미국 기업의 중남미 설비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산한 물품을 빠르게 운송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육상 국경을 공유하고 있어 육로 운송이 가능한 멕시코에 설비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처럼 파나마 운하의 상황은 북미와 중남미 물류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중남미 국가들이 농산품 수출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할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멕시코 북부에 산업 시설이 집중될 가능성과 동아시아의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원인은 기후변화...되돌릴 수 없는 장기 추세 될 수 있어
◦ 파나마 운하, 수위 유지에 담수 사용
- 파나마 운하가 이용 가능 대수를 제한하는 주요 이유는 운하 관리와 수위 유지를 위해 담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에즈 운하와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다. 여타 운하와는 달리 파나마 운하는 해수면보다 최대 25m 이상 높은 지형을 통과하며, 이를 위해 계단식 갑문을 설치하여 선박이 갑문을 순서대로 통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갑문 내 수량을 채우기 위해 인근 가툰(Gatun) 호수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와 가툰 호수(붉은색)>
지도 출처: Google
- 문제는 최근 중남미 전역에서 발생한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파나마 운하에 담수를 공급하는 주요 수원인 가툰 호수가 말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가툰 호수는 지역 사회의 주요 상수원의 역할도 하고있는데 지난 2010년 이후 파나마 인구가 20% 가까이 증가하면서 생활용수 사용량 또한 증가했다. 더불어, 파나마의 구리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리 채굴은 상당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다양한 외부 요소들이 파나마 운하 관리국이 운하의 수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기후 변화로 가뭄 발생 주기 짧아져...근본적 대책 필요할 수도
- 파나마 운하 관리 당국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올해 관측된 심각한 가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 파나마 운하 이용 규제를 강화할 정도의 가뭄은 보통 5년 정도의 주기로 발생했으나, 현재는 그 주기가 2~3년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이며 가뭄을 악화시키는 엘니뇨(El Nino) 발생 주기 역시 짧아지고 있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어 이 역시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일각에서는 파나마 운하가 담수를 사용하여 운하 수위를 유지하는 현(現) 방식 대신 다른 운하와 마찬가지로 해수(sea water)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서, 파나마 외에도 새로운 운하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며, 과거 건설을 계획했다가 중단된 니카라과 운하 건설이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 파나마 운하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후변화는 이제 물류에도 영향을 주는 실질적인 경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비록 아메리카 대륙 물류 업계가 주로 사용하는 파나마 운하이지만,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파나마 운하의 통행 제한으로 인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온난화가 피할 수 없는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루트 확보나 물류 체계 변경 등 관련 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Seatrade Maritime News, Panama Canal transit auction bids skyrocket, 2023.09.04.
Aljazeera, From bananas to LNG, Panama Canal backlog has wide-reaching implications, 2023.09.01.
Splash 247.com, Panama Canal latest: how each shipping segment is being impacted, 2023.09.01.
Ship Technology, Panama Canal restrictions could remain for 10 months, 2023.08.28.
Euro News, Panama Canal drought causes shipping backlog amid Christmas rush, 2023.08.25.
Wion, Drought-hit Panama Canal reels under traffic jams with over 200-ship backlog, 2023.08.21.
Modern Diplomacy, Severe drought in Panama hits global shipping industry, 2023.08.19.
CNBC News, Major shipping routes are struggling with water shortages. El Niño could make it worse, 2023.08.21.
Fox28 Savannah, Panama Canal adapts to extreme weather, impacting U.S. shipping and pricing, 2023.08.22.
France 24, Drought-hit Panama Canal to restrict access for one year, 2023.08.26.
Seatrade Maritime, Panama Canal Authority announces new booking condition, 2023.08.14.
The Guardian, Long delays at Panama Canal after drought hits global shipping route, 2023.08.14.
The Load Star, Ship queue grows at both ends of Panama Canal and congestion builds, 2023.08.14.
Gcaptain, Severe Drought Forces Panama Canal to Restrict Number of Daily Vessel Transits, 2023.07.25.
Inquirer.net, Drought-hit Panama Canal restricts daily crossings in water-saving move, 2023.07.26.
Maritime Executive, Panama Canal Maintains Competitive Draft for the Following Months, 2023.07.25.
Seatrade Maritime, Panama Canal takes water saving measures in face of ‘unprecedented drought’, 2023.06.07.
Gcaptain, Drought-Stricken Panama Canal Prepares for El Niño Impacts, 2023.06.06.
Maritime Executive, Panama Canal’s Continuing Draft Reductions Pose Threat to Trade, 2023.06.04.
AJOT, Panama Canal prepares for the impact of climate events, 2023.06.06.
[관련 정보]
1.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 정책 추가 연장 가능성 시사 (2023. 8. 30)
2. 파나마, 심각한 가뭄 계속에 정체 선박 200대 넘어...물류 시장에도 영향 우려 (2023. 8. 23)
3. 파나마, 운하 이용 예약 규정 조정...추가 제한 가능성도 (2023. 8. 17)
4. 파나마, 운하 통행량 감소로 2024년 2억 달러 매출 감소 전망 (2023. 8. 7)
5. 파나마 운하, 가뭄에 일일 통과 가능 선박 수 추가 제한 (2023. 7. 27)
6. 파나마, 운하 통행 규제 추가 강화...선박 통행 횟수 제한도 고려 (2023. 6. 23)
7. 파나마, 유례없는 가뭄에 운하 유량 보존 긴급 대책...엘니뇨 대비 (2023. 6. 8)
8. 파나마, 극심한 가뭄에 운하 통행 선박 중량 제한 강화 (2023. 5.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