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 집을 떠날 때까지 눈을 깜박인 사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낑낑 댈 때는 하루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녀를 출가시킨 60대라면 퍽 공감할 얘기다. 어릴 때는 그렇게 시간이 더디 흘러가더니 차츰 빨라져 육십을 넘기면서는 아예 쏜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영국 BBC 방송의 쿠르파 파드히 기자는 가족끼리 시간이 가장 더디게 흐른다고 느끼는 때를 놓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고 돌아봤다. 그의 아들은 "차 안에서요!"라고 외쳤다. 그의 딸은 "절대 아냐! 난 너무 바빠 시간이 천천히 흐를 수가 없어. 하지만 어쩌면 주말에 우리가 소파에 앉아 영화 보는 때가 아닐까 싶어"라고 말했다.
합의된 점이 몇 있긴 하다. 성탄절과 생일 며칠 뒤 아이들은 다음 잔치가 돌아오려면 365일을 기다려야 한다며 우울해 한다. 그들 나이에 세월은 한 없이 질질 끄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파드히 기자의 어린 시절 기억도 비슷했다. 물놀이를 질펀하게 즐겼던 여름 휴가, 막 깎은 잔디밭을 뛰어다닌 일, 작렬하는 태양 아래 빨래를 널리던 때 시간은 더디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린이들의 시간에 대한 인지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됐다며 그들의 눈을 통해 시간을 보고 배우면 더 행복한 인간 경험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털어놓으면서 7일(현지시간) BBC 기사는 시작한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퀸스 대학에서 인지 발달을 연구하는 테레사 맥코맥 교수도 어린이들과 시간은 아주 덜 연구된 분야라고 믿는다. 그는 오랫동안 어린이의 시간 흐름에 근본적으로 다른 뭔가가 있는지, 예를 들어 어른들의 속도와 다르게 작용하는 내부 잠금 장치 같은 것이 있는지 조사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답보다 의문이 더 많다.
맥코맥은 "어른들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전체 방식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이들이 과거와 미래를 적절히 구분하는 때에 대한 답을 모른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언제 아이들이 시간이 선처럼 흘러간다는 감을 잡는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발달 단계의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아이들이 식사 시간과 잠자리 시간 같은 습관적인 일들에 꽤나 예민해 보인다는 점을 잘 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대조적으로 어른들은 관습적인 시계와 캘린더 시스템을 잘 알기 때문에 시간의 어떤 지점을 사건이 일어난 때와 별개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의미론(Semantics)도 역할을 한다. 맥코맥은 "아이들이 일시적인 언어, 이전이나 이후, 내일, 어제와 같은 용어를 완전히 유능하게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맥코맥은 시간의 흐름을 우리가 이해한다는 것은 언제 사람들이 이런 시간 판단들을 요구받는지에 근거를 둔다고 말한다. "그 질문을 사건이 일어난 도중에 던졌나, 아니면 뒤에 던졌나?" 그는 많은 이가 연관될 예를 제시하는데 맨앞의, 아이들을 다 키워 출가시킨 60대의 회고담이다.
지금껏 연구를 통해 시간 흐름에 대한 지속성과 속도를 판단하는 인간의 능력은 다르게 발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섯 살이 안 된 아이들은 수업 중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굉장히 빠르게 알아챈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은 실제 지속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감정 상태에 연결된다. 두 요소가 합쳐지는 것은 아이들이 속도와 지속성의 연관을 이해한 뒤에나 가능해진다. 이 때 기억의 문제가 등장한다.
많은 연구가 시간의 경과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 우리 뇌가 얼마나 기억을 저장하고 경험들을 포착하는지에 의존하고 있음에 집중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Eötvös Loránd 대학 심리학과의 졸탄 나다스디 부교수를 오랫동안 매료시킨 주제였다. 1987년 부다페스트 대학 대학원생이었던 그는 동료 학생들과 어린이와 어른의 시간 인지에 대한 현장 학습을 진행했다. 그는 왜 사고가 일어난 때 시간이 멈춰선 것처럼 보이는지 이해하길 원했다. 그 실험은 간단했다.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1분 길이의 두 동영상을 보여준 뒤 어느 쪽이 길다고, 짧다고 느꼈는지 물었다.
30년도 훨씬 전에 했던 실험을 나스나디 교수 팀은 다시 해보기로 했다. 경찰과 도둑의 추격 동영상과 강물에서 일 없이 노만 젖는 동영상을 세 연령 그룹에게 보여주며 제스처를 이용해 지속성 정도를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과는 30여년 전이나 똑같았다. "네다섯 살 아이들은 액션이 장착된 동영상이 더 길게, 지루한 동영상이 더 짧게 느껴졌다고 했다. 성인들 다수는 정반대였다."
나다스디는 실험을 통해 시간을 예측하는 감각기관이 결여돼 있으면, 인간은 다른 추정 장치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명시적인 감각 경험은 항상 간접적이며, 이것은 우리가 시간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이르려면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심리학에서 이것은 휴리스틱스(heuristics, 발견적 방법론)이라 불린다. 그래, 아이들이 이르려면 무엇을 할 수 있나? 얼마나 많이 애기할 수 있는가다."
그런 보조장치는 일단 아이가 학교에 가면 달라진다. 그곳에서 그들은 동시성과 절대 시간 개념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시간 감각을 주지 않지만, 다른 것으로 휴리스틱스를 대체하게 한다. 학교에 가면 시간표가 있다. 당신의 하루는 완전히 통제된다."
맥코맥은 어린이들의 시간 개념을 얘기할 때 두 가지 부가 요소들이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그들의 통제 과정이 어른들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참을성이 없으며 기다리는 일이 힘겹게만 느껴진다. 그들의 주목 과정에 연관될 수도 있다. 시간의 흐름에 더욱 주목할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여진다.
프랑스 클레르몽 오베르뉴 대학 심리학과의 실비 드로이볼레 교수와 영국 킬레 대학 심리학과의 존 웨어든 교수 연구는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들은 한 사람의 일상 생활에서 시간 경과의 경험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단순하게 말하면 행복할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슬플수록 시간은 질질 끈다.
코로나19 록다운(봉쇄)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할 수 있는 일이 적어,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할수록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아내다. 영화를 볼 때 유추해 볼 수 있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 시간이 늘어지는 것처럼 보이고 역겨운 장면들을 보면 마찬가지다. 다른 연구는 러시아워에 북적이는 열차를 타고 가는 것과같은 유쾌하지 않은 경험들은 조용히 여행할 때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있는 듀크 대학 기계공학과의 아드리안 베얀 교수에 따르면 나이를 먹어 신체 기능이 퇴화하는 정도가 시간 판단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는 '형상 법칙'(constructal law)으로 알려진 1996년 '삶의 물리학'에서 개발한 이론 렌즈를 통해 시간 인지의 퍼즐들을 풀려 했다.
"우리 뇌에 유입되는 가장 큰 소스는 시각을 통해 홍채에서 뇌까지 전달된다. 광학 신경망을 통해 뇌는 영화 프레임과 같은 스냅사진들을 받는다. 유아기에 뇌는 발달해 많은 스크린샷들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다. 성년기에 몸은 점점 커진다. 홍채와 뇌 사이의 여행 거리는 크기가 곱절이 되며 그 전달 경로는 많은 가지들로 더욱 복잡해진다. 나이가 들며 우리는 퇴행을 경험한다."
이 말은 나이가 들어 퇴행하는 감각 기관들이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멘탈 이미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그는 말한다. 어릴 적과 비교해 정해진 시간 단위에 적은 멘탈 이미지를 받아들일 때 우리 마음 속에는 시간에 짓눌린다는 느낌이 든다.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2주의 서머캠프는 당신이 학교에 다닌 전체 기간보다 훨씬 잘 기억될 수 있다. 나다스디는 서머캠프에 대한 기억이 뇌 세포의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짧은 기간에 일어났던 모험적인 일들에 대한 기억이 응축됐기 때문이다.
맥코맥의 말이다. "특정한 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이 판단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그 일이 일어났다고 기억하는 좋은 일의 양을 기억하는 것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나이 든 어른이라면 지난 10년 동안 인생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었다." 그런데 서머캠프에서의 기억은 당신 기억 속에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어른들이 시간을 늦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가능할까? 몇몇 연구는 물리학 실험을 통해 시간 인지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억지로 밀어붙이면 물리적 피로가 시간 인지를 더 짧게 만드는 정반대 효과를 불러올 수 있긴 하다)
베얀은 덜 밀어붙이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조금 더 속도를 늦추고, 습관대로가 아니라 새로운 일들을 해보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것이다. 안하던 일을 하라. 좋은 농담을 들었나? 내게 말해보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나? 뭔가 해보라. 뭔가를 해보고, 뭔가를 말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