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찾은 한수이북은 저를 맞을 준비를 다 마치고 있었습니다.
‘아미 랜드’가 있던 자리는 중고 가전제품 숍으로 대체되어 있었고,
광명 휴게소 내 식당은 ‘패션타운’으로 말끔하게 새 단장을 했습니다만
어째 불황을 넘어가기엔 역부족으로 보일까요? '백운 계곡'을 거쳐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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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길30km를 아이스캔을 하며 가는데 자연은 지독한 폭염에도 씩씩하게
푸름을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아침나절이라 그런지 행락객들이 예전만
못합디다. 다들 44번 국도에 있는 홍천 강으로 피서를 간 모양입니다.
1시간 쯤 해서 27사단 Area 에 도착했고 큰 매형이 위병소에 아들 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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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을 했습니다. 조금 답답한 철망대문 사이로 안경 쓴 내초가 혼자만
바쁩니다. 외 초가 고 참이고 내초가 졸병인가? 엉거주춤 개구리 주차를
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두 번 정도 면회를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오와 열을 맞춰 걸어 내려오는 병력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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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예비역 녹색반지가 간부들이라고 했습니다.
뭐야, 요새는 병풍들도 간부를 한다고? 저는 헌병 기초반 교육을 받을 때
팔에 새긴 문신을 지우려고 염산을 준비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물론 헌병 병과라서 그랬을 것입니다. 결국 살을 도려내는 방법으로 문신을 없앴습니다.
문신보다 더 큰 흉터를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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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장민 일병이 늠름한 모습으로 얼굴을 보여주자, 부모가 환장을
합니다. 저렇게 나 좋을까요? 암만, 우리들은 장병을 데리고 찻집을 찾다가
베스킨라벤스로 들어갔어요. 아니 매형 ‘커피 숍’ 정도는 애교로 봐주겠는데
찻집이 뭡니까? 영화-찜질방-식사-숙소잡기-식사 정도의 플랜을 짜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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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으로 고고씽을 했어요. 장민 일병은 군인모델을 하면 딱 일만큼 비주얼이
좋아보였어요. 춘천CGV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군 관련 당사자들일
것입니다. 보안대가 전신인 육군 기무사를 축소하는 일로 나라가 복잡합니다.
제가 현역시절에 이 일이 진행되었어야 하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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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4-86년도에도 '보안 대'고, '기무사'고 상관하지 않고 박살을 냈습니다.
저한테 맞은 병사가 수통에 실려 갔을 것이고 하마터면 당시 동작대교
506보안대 초소장에게 총 맞을 뻔 했습니다. 폭력도 은근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졸병 때는 하루도 안 맞고 그냥 지나간 적이 없었는데 고 참이 되고서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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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갑 질을 재끼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욕하면서 닮는다고 하잖아요.
철정 검문소 시절에는 장교도 팼고 간부들도 목침을 때렸다는 것 아닙니까?
지나가는 부식 차는 다 세워서 군화도 뺏고, 소고기 닭고기는 궤짝으로 08 쳐서
사이좋게 나눠먹었어요. 물론 여군 차량은 특별대접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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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일병이 소속된 27사단 교육대대는 대대장이 중령일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대대장 길들이기는 헌병 병장이면 가능했습니다. 어떻게?
하 정우 나오는 ‘신과 함께2’는 러닝 타임 2시간 반 동안 뭘 말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가 않았어요. 불교 유교 F. S가 짬뽕이 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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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이정재, 마동석은 좋은데 영 스토리 파악이 안 됩니다.
에라 모르겠다. 재미도 없고 이유도 없어서 그냥 자빠져 자버렸습니다.
아마도 코도 골고 이도 갈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 평을 못 쓰는 저를 다들
이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님 말고. 다음 코스, 일본식 사우나를 갔습니다.
일본 온천탕 분위기가 괜찮았지 싶습니다. 만약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다면
날이면 날마다 갔을 것입니다. 요가 선생님의 강청으로 펄펄 끓는 가마 방에서
꼼짝없이 30분 쯤 불과의 전쟁을 했습니다. '신과 함께2'에서 나오는 지옥불이
이곳에 있을 줄 몰랐네요. 극장에서 몰래 찍은 지옥불이 CG가 없어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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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습니다. 더위서 그 난리 칠 때는 언제고,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있으려니
내가 약간 맛이 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생하지 않고 숙소를 잡긴 했는데
작은 방 하나에 10만원씩이면 완전 날강도가 아닌가? 내수가 바닥이고 사람들이
도대체가 돈을 쓰지 않은데 춘천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숙박집은 노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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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았습니다. 운 천에서 먹은 샤브샤브도 고기 빛이 좋았지만 춘천에서 먹은 A’
등심은 고기 빛깔이 더 좋았지 싶네요. 형님들, 뭐 좀 물어봅시다. 21살 군바리가
부모랑 한 번 이상 면회할 이유가 있나요? 그런 면에서 장민 일병은 아직도 애기입니다.
면회란 여자 친구가 와야 맞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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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일병, 삼촌은 말이지 군에서 단체 생활과 리더십도 배웠지만 연애 하는 것도
배웠어." 마지막 만찬을 횟감으로 결정을 했으니 허리 띠 풀고 시작해보겠습니다.
홍대도 다 죽었는데 로컬에서 이정도 북적거릴 정도면 이 역시 잘되는 장사입니다.
전복, 가리비, 해삼, 광어, 숭어, 멍게, 개불, 산해진미가 따로 없습니다.
소맥 대여섯 잔을 마실 만큼 술 맛도 좋고 만 왜 이리 가슴 한 칸이 허전할까요?
2018.8.8.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