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은 녹을 불러 방생을 꿈꾼다 | 강용환
너는 소속이 있고, 나는 소속이 없다
다만, 싸움판에 들어서면
한쪽의 세력에 서서 냉혈한 심판을 볼 뿐이다
아니
앙칼졌을 일생이 숨을 헐떡이며 쓰러질 때
너는 이제 소속이 없고,
나는 이제 소속이 있으므로
시퍼런 살기에 휩쓸리는 서러움을 참지 못해
스르릉! 쉰 음을 내며 칼집에 갇혀야 할 운명이다
죽음이여,
원망을 놓고 나를 보라!
돌무덤 속에서 생겨나 있되 없는 듯 가야할
있음에서 없음을 깨달아가는 내 삶이 아니던가!
성난 물결에 밀린 다툼이 있음에는
한 조각 한 조각 나를 내려놓고 비우며
한 생의 또렷한 죽음을 서로 어루만지다
황혼이 지는 바닷가 모래언덕에서
반짝이는 남은 생을 가장 낮은 모습으로 추락하여
지상에 온통 파릇한 생을 꽃피울 내가 아니던가!
하-! 슬픔이요, 통곡이다
어쩌다 無의 삶을 누릴 나에게 살이 끼어
빗나간 務의 삶으로 쓰인 내 서러운 역사다
다만,
이 절망에서 견뎌 볼 수 있음은
시퍼렇게 날이 선 이빨이 성성하게 빠지면
빗나간 운명으로 다시 환생함을 벗어보려
다투어 피를 부른 죄악만큼 검붉은 녹을 불러들여
애초의 것으로 네게서 나를 방생하려 하는 것이다
***
한수재 시인의 (김영애의 ‘부재‘를 읽고)의 시 읽기에 감동을 받아 써본 졸 시입니다.
좋은 시와 좋은 시 읽기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도전해본 시 읽기에 대한 감사함에 졸작이니 부족함은 용서하십시오.
첫댓글 휴~!
이번엔 울 스승께서 대 장풍작전에 돌입 하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