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엠리뷰
바람의 결
김세영
바람의 손끝이
너럭바위와 벼랑을 스칠 때마다
현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손끝으로 더듬어보면
엘피판의 홈 같은
수많은 문양의 결이 촉지된다
지상의 것이 아닌 이름을 부르며 뜯는
수천 수만 번 바람의 탄주가
손가락에 핏자국을 남기듯
바위에 홈을 판 것인가?
목숨들의 숨소리가 고이면
웅덩이든 골짜기이든, 어디든
기파의 홈이 패이겠지
시간의 협곡 속 깊숙이
해초의 암반 화석에서,
단층 속 암모나이트 껍질에서,
가슴 후비듯 그리우면
언제든 되살아나는
아득한 원생의 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
창세의 하늘부터
언제나 그 자리에
별들의 자리 새김에서
저들끼리의 당김의 결을
저들의 신화를
지상의 모든 소리가 소멸하고
알파파*와 쓰나미파**만 흐르는
삼경三更의 한 찰라
별자리 사이
바람의 결을
별빛으로 송신하는 기파를
천문泉門의 수상돌기로 감지한다
*뇌의 각성 상태 중에서도 비교적 이완된 상태에서의 뇌파이며,
눈을 감았을 때 특히 두드러진다.
**우주 쓰나미파는 우주에 있는 이온화된 가스물질인 플라즈마를
종처럼 진동하게 만들어지는 우주파
카페 게시글
―···시산맥시회 회원시
포엠리뷰 < 바람의 결 > 김세영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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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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