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의 자세
최형만
참숯이 불판을 달구고 있다
조개는 숫불의 바람을 들어 주려는 듯
턱턱거리며 제 몸을 불어낸다
비지근한 비명에 통증을 세우고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벌리는 거다
물컹한 속살 내밀 때는
해풍에 실린 갯내의 기억에
따개비도 뜬 눈으로 엿봤을 것이다
그늘진 길로 흘러든 갯물처럼
하얗게 켜입은 물꽃을
개흙으로 풀어 내는 갯벌의 시간
신트림을 개우고 서야 눈을 감았다
저문 빛에 올라탄 바닷새들이
남은 온기에 몸을 부비는 동안
해름의 물울에 가라앉은 바다
나는 철지난 물의 통점을 본 적 있다
툭툭 치고 가는 갯바람에, 조가비도
저만치 두고 온 생의 바닥을
친친 감고 싶었을 것이다
녹슨 닻을 당기는 어부의 몸짓에
그을린 껍데기로 몰떼를 가늠하는 밤
짠 내 나는 죽음을 끌어안고
반달 같은 머리를 먼 데로 두고 있다
그럴때면 패각*의 힘으로 다시 사는 걸까
누가봐도 막판의 자세다
*패객 / 홀씨 돈느 물고기 새끼가 붙을 수 있게 한 조개껍데기
2023년 천강문학상 대상
허형만
경남 진해 출신 . 동리 목월 소설 신인상 등단 . 원주 생명 문할상,
중봉 조헌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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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의 자세 / 최형만
고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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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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