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명단 찢기! | 서신정(27세·웹기획자)
대학교 3학년의 겨울쯤이었나. 종강도 했고 다음 학기 시간표를 짜러 학교에 나간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친구들과 ‘이젠 학교도 1년밖에 안 남았네, 어쩌네’하며 나름 늙은 척들을 했더랬다. 친구들과 지하 카페에 앉아 있다가 나와 보니 거짓말처럼 눈이 쌓여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거의 발이 잠길 정도로. 그 순간 우린 마치 그날이 20대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충동적이 되었다. <비포 선라이즈>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바나 카페의 물건 하나를 훔치고 싶다며 바에서 스푼을 훔쳐 나왔으며 학교 노천극장에서 소릴 지르며 미친 짓을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기분이 너무 업되어 하늘을 찌른 나머지 운동장의 게시판에 붙은 대학 입학 합격자 명단을 좌악 찢어버렸다. 대체 난 왜 그랬을까???
수돗물만 마신 크리스마스 | 김태중(30세·아티스트)
3년 전쯤이었나, 크리스마스이브 날 전시회를 오픈했다. 그날 저녁 멤버는 아리따운 여대생 네댓 명과 그녀들의 남자 교수님, 나. 이렇게 되다 보니 멤버 상 기분이 업될 수밖에 없는 상황. 웃고 떠들고 마시며 몇 시간을 보내자 자연히 난 술에 떡이 되었고 그때부터 필름이 중간중간 끊기기 시작했다. 결국 누군가 정신을 잃은 나를 택시에 태워보냈고 난 택시 안에서 오바이트의 조짐을 느끼며 정신이 깼다.
순간, 순발력 있게 창문을 열고 밖에다 토하기 시작했다. ‘차 안이 아니라 다행이야’그런데 그 토사물이 바람에 날려 뒷차에 붙었나 보다. 뒷차가 미친 듯이 쫓아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도착한 집 앞. 차에서 내린 뒷차 운전자는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 왜? 차 문을 열면서부터 기어나와 집까지 기어가는 날 보고 무슨 욕을 하겠는가? 그렇게 들어간 집이자 작업실엔 아무도 없었다. 곧바로 잠들어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일어났다. 집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생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주머니에는 돈도 한푼 없었다.
결국 그해 크리스마스는 아무 데도 못 가고 아무것도 못 먹고 수돗물로 해장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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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안 받고 스트립쇼 | 김주영(26세·스타일리스트)
친구의 집에서 하우스 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네 명이서 와인 네 병을 마셨으니 이미 한껏 취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웃의 다른 친구 집에서도 하우스 파티를 하고 있어 그리로 옮기게 되었다. 너무 취해서 거의 눈을 감고 가는 지경이라 어떻게 그 집까지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물론 그 뒤부터는 모두 나중에 들은 이야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화장실로 가서는 한참을 안 나오더라나. 알고 보니 우리 집인 줄 알고 샤워를 한 것. 친구들이 문을 두드리니까 내가 나오면서 속옷을 휙 던지더란다. 그 다음엔 겉옷을! 모여든 남자들은 휘파람을 불어대고! 수건만 몸에 두른 채 나와서는 그마저 벗으려 했다나. 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친구가 나를 다시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행히 내겐 그날 마침 선물로 받은 바네사 브루노의 시스루 드레스와 속옷이 있었다. 언니는 그 옷을 나에게 입히고 머리도 곱게 빗긴 다음 데리고 나와 소파에 앉혔단다. 그 후에는 아무 사고 없이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문제는 사진. 친구들이 그때 찍은 사진을 보니 영화 <링>에 나오는 귀신처럼 목이 고꾸라진 채 자고 있었다. 아름다운 두 겹의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서.
길 위에서 맞은 밀레니엄 | 김정은(30세·방송작가)
1999년 12월 31일이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난 모두들 밀레니엄이니 뭐니 하며 떠들어대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집에서 우울하게 앉아 있다가 갑자기 안 되겠다 싶어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래, 가족과 함께 새 천년을 맞아야지.’ 그러고는 오후 5시, 부산행 버스를 탔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고속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결국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2000년 1월 1일을 맞고야 만 것. 0시가 되자마자 버스 승객 전부의 휴대폰이 울려댔다. 내 마음도 울었다. 11시간이 걸려 새벽 4시에야 고향집에 들어가니 엄마의 첫마디는 “뭐하러 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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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전화번호를 건넸나 | 유환영(28세·회사원)
복학생 때 삼성의료원 간호사들과의 미팅이 들어왔다. ‘땜빵’으로 가게 된 나. 당시 주머니에는 3천원밖에 없었다. ‘빨리 보내야지’ 마음먹고 나갔는데 마침 아는 여자애가 나와서 기분 좋은 술자리가 되었다. 그런데 세끼를 다 굶고 술을 마신 게 화근이었다. 겨우 소주 세 잔을 먹고는 필름이 끊겨버린 것이다. 다음날 아침 빨래를 하려고 옷을 뒤져보니 주머니에서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가 나왔다. 미팅 멤버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웃기만 하고 다른 친구에게 전화해보란다. 다시 전화했다. 그 친구 역시 한참을 웃던 끝에 전해준 얘기는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술을 먹고는 우리 테이블 여자애들에게 “에이, 물 진짜 안 좋네”하더니 다른 테이블로 헌팅을 가서는 전화번호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게 스물다섯이나 되었을 때다.
태풍 같은 나의 대시 | 윤하나(26세·휴학생)
대학교 2학년 2학기의 어느 교양 수업. 그 수업에서 평소 점찍어둔 선배가 한 명 있었다. 얼굴은 금성무를 닮았다는 것과 이름밖에 몰랐다. 마지막 기말 시험까지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그 선배를 못 본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길로 난 발길을 돌려 뚜벅뚜벅 담당 교수 방으로 갔다. “교수님, 기말 시험 때 그 사람이 제 노트를 빌려갔었는데 돌려받지 못해서요. 어느 과인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거짓말이지만 교수님은 과와 학번을 알려주셨다.
그 길로 과 사무실로 직행. 고맙게도 학생 명부가 아무나 열람할 수 있도록 나와 있었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02-XXX-XXXX’. 손쉽게 전화번호를 입수했지만 전화기 앞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전화를 해? 말아?’ 결국 집으로 전화할 용기는 못 내고 과 학생회로 그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대신 그의 친구 전화번호만 얻어냈다(이 모든 과정이 하루에 다 일어난 일이다. 태풍 같은 추진력이라니!). 하지만 그의 친구와는 연락이 안 되었다. 결국에는 집으로 전화해서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휴대폰 번호를 전해들었다. 그에게 전화했다. “전 같이 OO수업 들었던 사람인데요. 기억나세요?” 기억할 리가 없지.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용기를 내는 여자가 있다는 게 신기했던지 그는 만나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었냐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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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눈길의 차 세 대 나르다 | 이지영(29세·회사원)
신혼 초의 1월 1일 아침을 시부모님댁에서 먹기로 한 우리 부부. ‘추운데 한복을 입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새댁인데 예쁘게 보여야지’하는 맘에 한복을 곱게 입고 집을 나섰다. 길은 이틀 전 내린 눈으로 얼음 바닥이고 남편의 차 앞, 뒤, 옆으로는 차 세 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한복 차림의 새신랑과 새댁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 차 세 대를 모두 치웠다. 그런데 이번엔 이게 웬일. 차에 키를 꽂아둔 채로 차문이 닫힌 것. 게다가 집 키도 차 키와 함께 ! 결국 1시간여를 한복 차림으로 아파트 계단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시어머니가 손수 운전하고 오신 차를 타고 시댁으로 향했다.
술 취한 여친 버린 죄 | 최용빈(29세·포토그래퍼)
수능을 앞둔 고3 때였다. 남들 다 공부할 때. 집에는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 여자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무척 많이 취해 몸을 못 가누어 집에 데려다주어야만 했다. 독서실 가는 길 쪽, 맞은편에서 눈에 익은 불빛이 보이는 게 아닌가? 취한 여자친구는 “야∼ 차다∼” 헉, 그것은 아버지 차였다. 순간 초능력자가 되어 남의 집 뒤로 재빨리 숨었고 다행히도 무사히 지나가는 듯싶었다.
그런데 바로 내 앞에 누나가 딱 나타난 것이다. 누나는 눈치채고 날 타이르기 위해 따로 내렸던 것. 그런데 문제는 술에 취한 여자친구를 그 자리에 버리고 잽싸게 도망쳤다는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도 꽤나 비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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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하기 위한 칵테일 | 노홍철(25세·방송인)
한 마디로 너무나도 여자를 ‘범’하고 싶었던 고등학생 때. 범한다는 게 꼭 섹스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스킨십의 기회, 그것이 간절했다.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여자를 보내는 방법은 술, 수면제, 돼지발정제 이렇게 세 가지였는데 세 번째는 구하기 힘들어서 포기, 수면제는 한 번에 많이는 팔지 않아 포기, 결국 첫 번째 방법으로 연구에 들어갔다. 양주가 좋긴 하지만 비싸고, 그렇다고 소주를 먹이자니 분위기가 뭐하고, 편의점으로 갔다. 씨그랜진과 쥬니퍼라는 칵테일 혼합용 술이 있었다. 값은 싸면서 알코올 도수가 30~40도로 독하고 병은 또 ‘간지’가 나는 게 딱 좋았다. 물 대비 3:7, 2:8, 4:6 비율로 실험했는데 4:6이 베스트! 마셔보니 이 제조주는 원샷으로 마시면 안 취하는데 천천히 마시면 맛이 가는 것이었다.
당시 학원 원장에게 불법 과외를 받던 난 그 총애를 이용해 학원을 작업 무대로 빌렸다. 그녀를 불러낸 뒤 “널 위해 정말 소중히 내가 만든 거야. 조금씩 마셔”라며 먹였다. 그런데 살며시 내 어깨에 기대오길 바랐는데 한순간에 여자애가 오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무 소득도 없이 술에 취해 정신을 못 가누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줄 수밖에. 문제는 다음날. 평소 나의 행각은 주변에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나의 의도가 노출된 것은 뻔한 일이었다. 전화로 다짜고짜 “야, 이 자식아. 너 그렇게 살지 마. @@%$&^&”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최악의 결과가 돌아온 것.
첫댓글 ㅎㄷㄷ
홍철이형~ㅋㅋ 제 친구가 서울에서 연극할 때.. 노홍철이랑 실제로 술자리 가졌다던데..방송모습 컨셉이 절대 아니라더군요 ㅋㅋ
그럼 어때요??진지?
아..글을 어정쩡하게 제가 썻네요..방송모습이 실제모습이랍니다 ㅋ 술자리에서 말 조낸 많고 빠르답니다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