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175개국 ‘엑스포 출장’… 태평양 섬나라-중남미 소국까지 훑어
[2030 엑스포 유치 불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부 외곽 이시레물리노 지역의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Le Palais des Congrés d’Issy)’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23.11.29. 파리=뉴스1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국내 기업인들이 총 175개국 관계자를 만나며 이끌어낸 성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전혀 교류가 없었던 태평양 도서국과 아프리카, 중남미 소국들까지 방문하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뜻밖의 사업 기회를 발견하거나 천연자원의 공동 개발 제안을 받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역시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펼치던 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개발 협력 제안을 받았다. 크로아티아의 리예카항을 LNG 터미널로 개발하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중부내륙의 에너지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제안이었다. SK 관계자는 “그간 관광 국가로만 생각했던 나라에서 뜻밖의 에너지 사업 협력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 E&S와 크로아티아 원유 운송기업 JANAF는 지난달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을 방문하면서는 리튬, 텅스텐 등 자원 공동 개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한 사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8월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를 방문해 유치전을 펼치는 한편 해당 국가들과 잇달아 흑연 공급망 구축 MOU를 체결했다.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사용되는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원으로 꼽힌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포스코그룹은 연간 총 9만 t의 인상흑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동유럽을 주로 맡았던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체코, 슬로바키아 총리와 각각 면담하는 한편 해당 지역 자동차 공장을 향후 전기차 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LG그룹은 현지 사업 네트워크가 적었던 아프리카를 주요 담당 지역으로 맡으면서 구광모 ㈜LG 대표가 직접 현지를 찾는 등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이에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새롭게 시장에 진출해 LG 브랜드를 알리는 방안도 타진 중이다. 삼성도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인 정보기술(IT) 인재 양성 기회를 넓혔으며, 소규모 현지 판매법인의 경우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로 향후 사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