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260〉
■ 동행 (댓글시인 제페토)
툭, 하고 목줄 당기면
삼나무 숲에 가자 하는 것임을
보이지 않아도 내 다 안다
행여 목이 조이지 않을까
때때로 돌아보는 선한 눈을
저무는 하늘을 볼 수 없는 나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래도 내 다 안다
툭, 하고 목줄 당기는 그 때가
우리 아쉽게 돌아가야 할 때임을.
- 2016년 시집 <그 쇳물 쓰지 마라> (수오서재)
*어제에 이어서 ‘댓글시인’으로 인기가 높은 제페토의 詩 한편을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시집에 있는 이 詩는, 예전에 실었던 것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현대사회가 SNS를 기반으로 빠르고 간결하며 편리한 시대로 변모한 만큼, 詩 세계도 이런 추세와 보조를 맞춰가는 모습이며 제페토의 詩도 그중 하나라 하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40대의 직장인이라는 사항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만, 그의 필명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의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이 詩는 그의 詩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며, 2017년 개편된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詩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댓글)을 쓰게 된 2011년의 인터넷 기사를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011.10월 인터넷 뉴스에는 영국 타블로이드 <더 선>의 앞을 못 보는 개 ‘릴리’와 안내견 ‘메디슨’의 사연이 실렸습니다. 6세 난 개 릴리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함께 지내는 7세 난 개 메디슨이 릴리의 눈이 되어, 걷는 방향은 물론 배변 위치까지 안내해 주고 밤에도 항상 같이 잔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나면, 이 詩에서의 화자가 앞을 못 보는 눈먼 개(릴리)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며, 안내를 맡은 개(메디슨)와 동행해서 삼나무 숲을 다녀오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하겠습니다.
이 따스하고 간결한 詩를 읽으면,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서 왠지 짠한 감정이 살며시 올라오고 듯 싶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