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동문
유튜버 ‘차커(Chaco)’
전자계산기 4대로 연주한 ‘보헤미안 랩소디’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42호(2023.05.15)
이동호 (서양사11-19)
‘차커(Chaco)’는 이동호 동문이 가요, 팝, 클래식, 영화OST 등 다양한 음악을 전자계산기로 연주해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2016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 570여 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83만여 구독자를 모았다. 그가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 중 ‘봄’ 1악장은 미국 유튜브 공식 SNS 계정에 소개되기도 했다. 채널명 ‘차커’는 작업할 때 카페인 섭취량이 무척 많은데 착안, 홍차의 ‘차’와 커피의 ‘커’에서 따왔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계기는 무엇인지.
“오래전부터 기타나 피아노 연주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는 한국인 유튜버들을 동경해왔다. 전공은 아니지만, 음감이나 음악적 기억력에 자신이 있었고, 많은 음이 무작위로 겹친 불협화음도 척척 알아맞힐 만큼 훈련이 돼 있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예상외로 커져 진지한 작업이 됐다.”
-8년 차 유튜버다. 기억에 남는 일화는.
“시작할 땐 미처 몰랐는데, 유튜브라는 매체가 많은 소통과 기회를 가져왔다. 촬영 도중 포기하거나 고심 끝에 고사하긴 했지만, 유명 방송 매체에 출연 제의를 받았었다. 영국의 유명 음악 평론가이자 작가인 노먼 러브렉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제 연주 영상을 올리고 지인들과 함께 즐겼던 것도 재미난 경험이었다.”
-긴 시간 활동할 수 있는 저력은 뭔가.
“계속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픈 욕망이다. 작업을 거듭할수록 연주하고 싶은 곡들이 더 많아진다. 제 작업은 전자계산기라는 ‘우스워 보이는 악기’로 새로운 음향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탐구의식과 도전의식이 깔려 있지 않으면 유튜버도 오래 하기 힘든 직업이다.”
-전자계산기 버튼음이 특이하던데.
“국내엔 없지만, 해외에선 ‘Musical Calculator’라고 하는, 연산 기능과 더불어 버튼마다 다른 음을 내는 계산기가 꽤 많이 팔린다. 나름 재미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어떤 음악들은 계산기로 연주했을 때 제법 특화된 소리가 난다. 고전게임 같은 8비트 느낌의 소리는 향수를 자극하는 맛도 있다.”
-전공과 직업의 괴리가 커 보인다.
“원래는 피아노 유튜버였다. 음감엔 자신 있었지만, 연주 실력으론 전공자에 못 미쳐 어정쩡했다. 계산기 연주에 천착한 것은 나만의 장기를 찾기 위한 시도였다. 인문대에 진학했지만, 중고등학생 땐 작곡가가 꿈이었다. 남들은 잘 안 듣는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섭렵하면서 오케스트라 곡을 써보기도 했다. 음감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됐으니 마냥 시간 낭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추천 영상과 채널 홍보 한 말씀.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제안으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계산기 4대로 연주한 영상(사진). 변화무쌍한 곡의 특성 때문에 연주할 때 굉장히 애를 먹었고, 결국 해냈을 땐 모종의 정복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자랑스러운 서울대의 일원으로서, 세계인에게 저만의 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나경태 기자